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깊이와 관점이 있는 기획기사를 모은 REPORT EDITION으로 돌아온 뉴스 헐리버리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우선 ‘딸이 조용히 무너져 있었다’를 쓴 김현아 한림대학교성심병원 류마티스 내과 교수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나라 20대 여성들의 정신질환 유발률과 자살률 증가가 가파르게 빨라지고 있는 현실을 짚어봅니다. 지난호에서 숏컷 여성에 대한 이상동기 범죄 사건과 관련한 기사들을 모아 전해드린 데 이어 숏컷 여성들이 취업 현장에서도 불이익을 당하고 있는 현실과 김현미 연세대 교수의 신간 ‘흠결 없는 파편들의 사회’에서 말하고 있는 20~60대 여성들이 취업 현장에서 경험하는 성차별에 대해서도 살펴보았습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안이 난항을 겪으며 사실상 연내 시행이 물 건너간 가운데 해당 정책의 롤모델이 된 일본식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출산율 제고라는 국내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도 짚어보았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그 유족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습니다. 또한 일본에서 먹는 임신중지약이 승인되어 발매되기 시작한 이후의 현실적인 제약과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채택된 난자 냉동·보존 비용 보조금제도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독일 내 외국인 이민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처우에 대해서도 짚어봅니다.
대중문화와 예술을 여성주의 관점으로 읽는 다양한 기획기사를 준비했는데요, 먼저 ‘여성’에 지향점을 둔 대중문화 콘텐츠를 소개하는 신간 ‘여성, 스크린을 넘어 스토리가 되다’를 살펴보고, 낡은 가족주의 미화에 머물러 있는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무빙’과 환향녀 이야기를 정면으로 다룬 MBC 금토드라마 ‘연인’을 여성주의적으로 읽고 분석한 두 편의 칼럼을 소개합니다. 대중문화 속 여성 캐릭터의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이영애·고현정·송혜교 세 배우의 신작 소식과 30년 동안 청룡영화상을 지켜온 김혜수 씨의 아름다운 퇴장 소식을 함께 전해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결투하는 여자들'이라는 주제로 미술작품 속 여성상을 새롭게 발견한 칼럼을 함께 읽어보고, 동학운동의 여성 리더 이수인을 재조명한 전시회 소식을 정리했습니다. 뉴스 헐리버리는 12월 둘째 주 여성 인물 관련 기사를 모아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윤단우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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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자살자 64.5%증가, 20대 마음 무너진다
우리나라 통계청이 발표한 데이터를 보면 2015년 이후 남성 자살자가 19.7% 증가한 데 비해 여성 자살자는 64.5% 증가했다. 우울증 등의 기분장애는 2020년 기준으로 여성이 남성의 두 배 수준이었고 특히 20대가 가장 많았다. 한 사람이 아프면 개인 문제지만, 여러 사람이 아프면 사회 문제라고 했다. (중략)
“자랄 땐 평등하게 컸는데 졸업해 보니 이 사회는 그들의 기대에 훨씬 못 미친 거죠. 일자리도 급여도 차이가 나고, 폭력적인 환경을 접하면서 미래에 대한 기대를 접는 겁니다. 우울이 시대의 정서처럼 번져가고 있어요. 20대 여성들은 그렇게 디스토피아적인 우울로 무너지는데 정부는 아이 낳으면 돈 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니, 번지수가 한참 틀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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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맞아요?"‥'쇼트커트' 여성 취업도 '차별'
짧은 머리를 지적받은 7곳 모두 결과는 불합격. 반면에 합격한 5곳은 짧은 머리를 언급하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김 모 씨 (음성변조)]"진짜 열심히 살았어요. 전공 공부하고 자격증 공부하면서. 내가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머리 짧은 것 하나 때문에 묻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이들은 2, 3년 전부터 정치권까지 반페미니즘 정서를 부추기면서, 짧은 머리 여성에 대한 이유 없는 차별이 더 노골화돼가는 게 느껴진다고 말합니다.
[윤 모 씨 (음성변조)]"'이 사람이 머리가 짧으니까 이 사람은 페미니스트일 것이다. 분란을 일으킬 거야'라고 생각을 해서 저를 뽑지 않으려고 한다거나."
성별이나 용모 등으로 채용을 차별하지 못하도록 한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르면 이처럼 면접에서 짧은 머리를 이유로 여성에게 불이익을 주는 건 불법입니다. 하지만 취업준비생이 기업을 상대로 차별을 입증하기가 어렵다 보니, 실제로 처벌이 이뤄진 경우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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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의 자랑이었는데"…취업 구덩이에 빠진 '알파걸들'
청년 구직자들 사이에선 '취업 9종 세트'란 은어가 있다. 학벌, 학점, 토익, 어학연수, 자격증, 공모전 입상, 인턴 경력, 사회봉사, 성형수술 등 취업에 필요한 9가지 조건을 의미한다. 아영 같은 여성 청년들은 20대 내내 '노동을 위한 일' 사이클을 거친다. 취업설명회, 인턴, 정부 지원 프로그램 훈련생, 예비 사회적 기업 인턴 등 수십 개의 '일 아닌 일'을 경험한다.
신간 '흠결 없는 파편들의 사회'(봄알람)를 쓴 김현미 연세대 교수는 중산층 이상 가정에서 자란 20대 '알파걸'들이 취업전선에서 인생 첫 시련을 겪는다고 말한다. "소위 좋은 일자리인 전문직 정규직은 구조적으로 여성에게 좁은 문이다. 아무리 딸의 가치가 상승해도, 딸의 능력이 월등해도, 딸에게 투자를 해도, 딸에게는 쉽게 열리지 않는다. 이것이 현실이다." 남성들은 상대적으로 취업이 용이하다는 주장도 있다. "게임할 것 다하고 취직하더라", "여자는 전문성과 능력이 있어도 필요 없다. 남자인 게 스펙"이란 자조 섞인 넋두리까지 여성들 사이에선 나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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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집안일 안돼"…외국인 가사관리사 연내 못 오나
정부가 추진하는 외국인 가사관리사 도입안이 난항을 겪으며 사실상 연내 시행이 물 건너갔다. 필리핀 정부는 가사관리사가 집안일을 제외한 육아만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반면 우리 정부는 가사와 육아 모두 해줄 수 있는 역할을 원하기 때문에 협의가 꼬였다. 게다가 부처 지원책을 통해 당초 월 100만 원 수준으로 가계 부담을 줄여주려 했으나 결국 최저임금 수준인 2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불가피하게 됐다.
19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정부는 필리핀에서 가사관리사 100명을 데려오려 했으나 아직 인력 확정조차 못한 상태다. 익명의 한 관계자는 “필리핀은 청소·세탁·주방일을 하는 가사도우미(house helper)와 육아를 하는 아이돌보미(nanny) 역할이 다 따로 있는 반면 우리는 한 명이 가사와 육아를 모두 한다”며 “필리핀에서 가사 업무 자격증을 보유하고 한국어와 영어 수준이 된다면 나름 교육을 받은 계층으로 보기 때문에 가사를 다 하는 것을 꺼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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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외국인 가사도우미 업체 "돌봄? 일체 하지 않는다"
정부가 도입키로 한 ‘일본식’ 외국인 가사도우미 제도가 출산율 제고라는 국내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 일본 도쿄에서 확인됐다. 여성이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도 직장에 다닐 수 있도록 ‘육아와 가사’를 모두 맡길 수 있는 외국인 가사도우미를 데려오겠다는 게 우리 정부의 의도지만, 정작 일본에서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운영하는 파소나(PASONA) 그룹 관계자는 가사도우미의 업무 범위에 ‘돌봄’은 포함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 우리 정부는 올 연말까지 필리핀 가사도우미 100명을 데려오려 했지만 이런 이유가 걸림돌로 작용해 연내 시행이 어려워진 상태다.
지난 16일 일본 도쿄도 미나토구 파소나그룹의 외국인 가사도우미(쿠라시니티·Kurashinity) 부서장인 후미코 타무라씨(사진)는 “파소나가 고용하고 있는 필리핀 가사도우미가 제공할 수 있는 내용은 기재돼 있는 내용이 전부”라며 “돌봄(베이비시터)나 간병은 일체 들어가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파소나그룹이 명시하고 있는 서비스는 진공청소기, 걸레질, 욕실청소, 화장실청소, 주방청소, 설겆이, 빨래, 창문청소, 바닥청소, 옷장정리, 다리미질, 침실정리, 드리아크리닝 맡기기, 식물에 물주기, 쓰레기 버리기 등 총 15가지로 구분돼 있다. 모두 가사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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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 일본 상대 손해배상 2심 승소…“1심 각하 취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와 유족들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했습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 33부는 이용수 할머니 등 16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 판결을 뒤집고 일본 정부가 1인당 2억 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우리 법원의 재판 관할이 인정된다"면서 "위안부 동원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불법 행위가 인정돼 위자료를 지급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에 따른 청구권 소멸 등에 대해 일본 정부의 항변이 없었다"며 피해자 측 청구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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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임신중지약 승인한 日, 그런데 ‘제한’이 많다고?
경구 임신중지약에 대한 승인 심사는 이상할 정도로 엄격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5년부터 경구 임신중지약을 필수의약품으로 지정했다. 2019년에는 필수의약품 중에서도 필수적인 약을 등재하는 ‘코어리스트’로 옮겼다. 코어리스트에 들어가는 약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탁월한 데다가, 저가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조건도 있다.
현재 이 두 약제(미페프리스톤과 미소프로스톨)를 세트로 한 ‘경구 임신중지약’의 전 세계 평균 가격은 1천 엔 정도다. 하지만 일본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일본에서의 판매가는 5만 엔이나 된다.
가격이 솟구친 것은 세계에서 이미 35년간이나 사용되어온 약에 대해, 일본의 심사기관이 기초적인 비임상시험(동물실험과 시험관 시험)부터 모든 시험을 다시 하도록 했고, 심지어 임상시험 제1상부터 3상까지 8년을 들여 12종류나 되는 임상시험을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라인파머사의 전 중역 마리온 울먼 씨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명한) 대부분의 실험을 해외에서 요구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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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자 냉동하면 260만원 줍니다…여성 5000명 설명회 집결
일본 도쿄도가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난자 냉동·보존 비용 보조금제도를 실시하기로 했다. 23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도쿄도의 난자 냉동·보존 비용 보조금 제도는 도쿄에 거주하는 18~39세의 건강한 여성이 대상이다. 향후의 임신·출산에 대비하기 위해 지정 의료기관에 난자를 냉동해 보존하면 그 비용을 최대 30만엔(한화 약 261만원)까지 도 정부가 보조한다. 다만, 도쿄도가 주최하는 설명회에 참석해 냉동 보존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얻으라는 것이 조건이다. 난자 냉동은 충분히 직장 생활을 한 후, 늦은 나이에도 건강한 아이를 낳을 수 있어 대표적인 저출산 대책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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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아스파라거스는 착취의 맛” 독일판 깻잎 투쟁기
가난한 유럽 국가 사람들이 독일로 와서 독일 사람들이 꺼리는 일을 하고 있다. 독일 청소노동자 40퍼센트가 독일 국적이 아니다. 독일 내 식품 생산 및 가공업, 건설 현장, 호텔 및 관광업소 서비스직, 유럽 전역에 화물을 나르는 트럭(LKW) 운전자, 택배 및 배달 서비스, 도축·육가공업, 계절별 수확노동, 노인 간호 분야는 이민자 없이는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 성매매가 합법인 독일에서 성 노동자의 80퍼센트가 외국인이다. 대부분 루마니아, 불가리아, 헝가리 출신 여성들이다.
24시간 상주해서 독일인을 간병하는 인력의 경우, 주로 폴란드인이 담당해 왔다. 이 일을 중개하는 업소들이 그동안 독일인 피간병인들에게는 높은 서비스비를 받으면서 상주 폴란드 간병인에게는 월 최저임금으로 지급하는 관행들이 드러나 문제가 되었다. 20시간 일하면서 하루 6시간 근무 기준의 최저임금을 받으며, 피간병인 가족과 중개사무소의 무책임 속에 괴로워하는 동유럽 여성들의 이야기가 종종 언론에 보도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독일 내 24시간 노인 간병을 해줄 ‘우크라이나 간병인을 찾는다’는 사설 중개업소의 광고가 성행하고 있다. ‘독일어 필요 없음, 월 급여 700유로’를 버젓이 명시하고 있다. 전쟁과 함께 더 싼 값의 노동이 독일에 들어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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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엄마·며느리?…"나는 나다" 통념 깬 女 캐릭터
대중문화 콘텐츠는 시대 상황을 예리하게 포착하는 가늠자다. 마치 시류를 오롯이 비춰내는 거울과도 같다. 마니아층 작품이 아닌, 스펙트럼이 넓은 대중문화 콘텐츠의 경우 기존 관성에 따라 시대를 비추면서도 통념에 신선한 균열을 가한다. 이때 관건은 눈높이 맞춤이다. 통념 부합에 너무 치중하면 안정감을 주지만 식상함을 면하기 어렵고, 그렇다고 너무 진보적이면 대중 수용력을 넘어서 거부감을 부르기 쉽다. 지금껏 많은 콘텐츠가 그런 균형을 유지하며 저마다의 지향점으로 대중을 인도했다. ‘여성, 스크린을 넘어 스토리가 되다(조윤커뮤니케이션)’는 그중 ‘여성’에 지향점을 둔 작품에 초점을 맞춘다. 지금껏 응시의 대상이나 주체적으로 자신을 내비치기보다, 수동적으로 보여지는 역할에 자리했던 여성들을 전면에 내세운 대중문화 콘텐츠를 통해 달라진 여성상을 조명한다. 특히 그간 독립된 주체로 존재하지 못한 여성의 위치 변화에 주목한다. 누군가의 엄마, 아내, 며느리 등 주변 인물로서 이름도 없이 안성댁, 수원댁 등으로 불렸던 여성들을 주체적 위치에 올려놓은 작품들을 거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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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빙’의 집요한 가부장제 예찬
휴머니즘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문제는 강풀이 사람 냄새 나는 휴머니즘이라 주장하는 그림이 대체로 이런 관계를 통해 구현된다는 점이다. ‘바보 같고 못생겼고 어딘가 모자라지만 한 여자만 바라보는’ 남자들과, 그 남자를 예뻐하고 어르고 달래며 어머니 같은 자애로움을 보이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 남자의 물리력에 기반한 도움을 갈구하는 여자들. 이 로맨스를 보는 이에게도 설득하기 위해선 그 남자들의 귀여운 ‘무해함’을 극적으로 강조하며 끈질기게 미화하는 작업이 필수다.
2023년에 드라마화된 ‘무빙’ 역시 이 공식을 벗어나지 않아서, 극 중 희수와 봉석, 윤영과 재만, 지희와 주원이 만드는 로맨스는 바보온달과 평강공주의 관계성을 그대로 갖다 놓은 듯하다. 물론 그 ‘사랑밖에 몰라서’ 더 끈덕진 남자들이 현실에서는 스토커가 될 위험이 가장 큰 집단이란 진실은 가볍게 무시된다. 강풀이 거의 모든 만화에서 이 특정한 유형의 남성 인물을 경애하고 그 가치를 상찬하는 데에 상당한 노력을 들였다는 사실까지 생각하다 보면, 사실상 그 남성들이 널리 사랑받게 하는 게 강풀 만화 세계의 궁극적 목적은 아닐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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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향녀’ 되어도 살아서 좋았어
여성의 정절을 강조했던 조선 사회에서 청나라로 끌려가는 것은 정절을 잃은 ‘훼손된 여성’이 된다는 것을 뜻했다. 피란길에서 많은 여성이 몸이 더럽혀지기 전에 차라리 죽겠다며 바다에 몸을 던졌다. 당시 상황을 <연려실기술>은 이렇게 기록한다. “적에게 욕보지 않으려는 부인들이 바다에 빠졌다. 머릿수건이 마치 연못에 떠 있는 낙엽처럼 바람에 날려 둥둥 떠다녔다.”
다른 여성들이 정절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목숨을 끊을 때 길채는 삶을 선택한다. 그리고 다른 여성들의 삶을 지키기 위해 애쓴다. “더럽혀진 몸으로 돌아가면 부모님께 죄를 짓는 거”라며 절벽에서 뛰어내리려는 여성에게 손을 내밀며 길채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살고 싶다는데 부모님이 무슨 상관이야? 종종아, 일전에 강화도 때 다 뛰어내리는데 우리는 살았어. 난 살아서 좋았어.” 삶을 향한 길채의 주체적 열망은 전쟁 뒤 납치돼 포로로 끌려갔을 때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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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애·고현정·송혜교, 2024년에도 N번째 전성기 예고
"잘 봐, 아직도 언니들의 전성시대다!`"
20~30년간 연예계를 장악한 관록의 여자배우들의 활약이 2023년을 넘어 다가오는 2024년 새해까지 쭈욱 계속된다. 여전히 충무로는 남탕이고, 여배우들은 출산과 육아를 거치며 더더욱 경력 단절의 고충을 겪고 있지만 마냥 비관적인 건 아니다. 여자배우 기근 현상의 판도를 뒤바꿀 만한 '우먼 파워' 흐름이 갈수록 강세 분위기를 타고 있기 때문. 올해만 해도 남성 중심의 극장가에서 김혜수와 염정아, 신예 고민시가 '밀수'(감독 류승완)로 눈부신 존재감을 발휘했다. 극장가 최대 성수기인 여름 시즌에 50대 여성 투톱 주연은 이례적인 캐스팅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중략)
'언니들 전성시대'는 이제 시작에 불과할 뿐, 아직 놀라긴 이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여배우 중 한 명인 이영애가 2년 만에 복귀, 그 대열에 합류한 것. 뿐만 아니라 올 타임 레전드 스타, 'N번째 전성기'를 맞이한 고현정과 송혜교가 발빠르게 차기작 소식을 알리며 내년에도 언니들 전성 시대의 전망을 환하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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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만 30년' 김혜수, '청룡영화상' 받고 아름다운 퇴장
"언제나 그 순간이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지금이 그 순간인 것 같습니다. 되게 일이건 관계건 떠나보낼 땐 미련을 두지 않는데요. 다시 돌아가도 그 순간만큼 열정을 다할 수 없다는 걸 알기 때문에 지난 시간에 대해서 후회 없이 충실했다 자부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영화의 동향을 알고 그 지향점을 함께하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청룡영화상과의 인연이 30회, 햇수로는 31년이나 됐습니다. 한 편 한 편 너무나 소중한 우리 영화 그리고 영화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이 자리가 제게도 배우로서 성장을 확인하고 한 해를 마무리하는 그런 의미로 자리 잡게 됐던 것 같습니다. 청룡영화상을 함께하면서 우리 영화가 얼마나 독자적이고 소중한지 진정한 영화인의 연대가 무엇인지를 알게 됐던 것 같습니다. 매년 생생하고 감동적인 수상소감을 들으면서 진심으로 배우들과 영화 관계자들에 대한 경외심과 존경심을 바로 이 청룡상 무대에서 배웠습니다. 무엇보다 그 긴 시간 독자적이고 편중되지 않은 청룡영화상만의 시각으로 우리 영화와 우리 영화인을 지지해 온 스포츠조선과 오랜 기간 변함없이 후원해 준 대상 주식회사 청정원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단단한 청룡영화상만의 고유성과 품격을 이어올 수 있었다 생각합니다. 배우 김혜수란 사람의 서사에 청룡영화상이 함께했음에 감사하고 자부심을 느낍니다. 앞으로도 청룡영화상이 많은 분들과 함께 영화를 나누고 또 맘껏 사랑하는 시상식으로 존재해 주길 진심으로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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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도 결투했다!
많은 사람들이 떠올리는 중세 시대의 이미지 중 하나는 은빛 갑옷을 입고 긴 창을 든 늠름한 기사가 마상 시합(joust)을 벌이고 아름다운 귀부인의 마음을 얻는 장면이다. 그런데 말에 탄 기사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인 역사적인 사건이 있었다. 1552년, 나폴리 귀족 여성인 이사벨라 데 카라치와 디암브라 데 포티넬라 사이에 벌어진 결투다.
그림은 바로 이 드라마틱한 사건을 묘사한다. 17세기 스페인 바로크 화가인 주세페 데 리베라(Jusepe De Ribera)가 그린 '여자들의 결투(Duelo de Mujeres)'다. 이사벨라와 디암브라는 파비오 데 제레솔라라는 남자를 사이에 두고 싸웠던 전설적인 에피소드의 여주인공들이다. 오른쪽 여성이 검을 한껏 치켜들고, 부상을 입은 채 땅바닥에 쓰러진 상대를 제압하고 있다. 주변에는 도끼창을 든 군인과 민간인이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 거칠고 역동적인 전투 장면 속에서도 인물들의 헤어스타일과 드레스는 고전적 여성의 아름다움으로 묘사돼 한층 극적인 효과를 창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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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한말 ‘비운의 여걸’ 이수인 한국 에코페미니즘으로 조명
이수인이라는 천민 출신 여성이 있다. 구한말 격동기 최제우, 최시형에 이어 3대 교주감으로 지목됐지만 고부에서 들불처럼 일어난 동학 혁명이 관군에 의해 진압 당한 이후 27세의 나이에 비극적 죽임을 당했다. 그를 불러낸 것은 김지하다. 김지하는 저서 ‘수왕사(水王史)’에서 이수인의 삶과 가르침을 기록하고 있다. 이수인은 최시형이 경기도 이천의 앵산에서 행한 수왕회에서 여성 리더 역할을 했고, 당시 동학이 열어야 할 새로운 지혜로서 엄마의 마음, 밥이 아닌 밥 짓는 과정의 중요성, 아이를 잉태하는 여성의 월경혈 등 세 가지를 강조했다.
전시기획자 김남수씨가 묻혀 있는 여성 서사의 주인공 이수인을 수면 위로 끌어내 에코페미니즘 전시를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5가길 자하미술관에서 하는 ‘물의 왕’ 전시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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