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깊이와 관점이 있는 기획기사를 모은 REPORT EDITION으로 돌아온 뉴스 헐리버리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우선 얼마 전 개막한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 맞춰 본선에 진출한 32개국 가운데 여성 감독이 이끄는 나라는 몇이나 되는지, 그리고 호주 국가대표팀에서 이번 월드컵을 여자 선수들이 남자 선수와 동등한 임금을 받기 위한 투쟁의 계기로 삼아 임금의 성별 격차 해소를 촉구하고 있다는 소식, 얼마 전 막을 내린 테니스 그랜드슬램 대회 윔블던을 계기로 테니스계 여성 코치 비중을 살펴본 기획기사를 준비했습니다.
계속해서 해외 소식으로는 인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레슬링계 미투’가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지와 탈레반 재집권 후 여성의 사회활동에 더욱 강력한 억압이 작동하며 이번에는 미용실 영업을 제한하기 시작했다는 소식,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친밀한 관계의 폭력이 4.49% 증가한다는 국제 연구팀의 조사 결과를 함께 정리해보았습니다.
또한 퀴어가족정치의 관점에서 바라본 결혼에 대해, 문학계 미투가 남긴 과제에 대해, 케이팝 시장에서 여성 팬의 낮은 인권이 자본화되는 과정에 대해 다룬 세 편의 칼럼을 전해드리고요,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사건에 대한 국가 대상 손해배상 소송 결과와 청룡시리즈어워즈에서 예능·교양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한 <사이렌: 불의 섬> 소식과 해당 프로그램에 경찰팀의 일원으로 출연했던 창원해양경찰서 이슬 경사의 인터뷰 기사를 모았습니다. 뉴스 헐리버리는 8월 둘째 주 여성 인물 관련 기사들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윤단우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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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호주와 뉴질랜드의 공동 개최로 막을 올린 이번 대회에는 총 32개국이 출전하며 이 가운데 여성 감독이 팀을 이끄는 나라는 12개다. 절반이 채 되지 않는 수지만 이는 역대 여자 월드컵 사상 최다 여성 감독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2015년 캐나다 대회와 2019년 프랑스 대회의 8명이다. 여성 감독의 수는 4명 늘었지만 2015년과 2019년에는 본선 참가국 수가 24개 나라였기 때문에 비율로 따지면 33.3%에서 37.5%로 소폭 증가한 셈이다. 이번 대회에 여성 사령탑을 기용한 나라는 공동 개최국인 뉴질랜드를 비롯해 노르웨이, 스위스, 캐나다, 아일랜드, 코스타리카, 중국, 잉글랜드, 브라질, 이탈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독일 등 12개국이다.
- 32개국 중 여성 감독은 12명…절반 안 되지만 역대 최다 (김동찬 기자, 연합뉴스, 23.07.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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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막을 여는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의 총상금은 1억1000만달러(약 1385억원)로 2019년 대회보다 300% 증가했지만, 지난해 카타르에서 열린 남자 월드컵의 4억4000만달러에 비하면 매우 작다. 남자 축구보다 여자 축구의 인기가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비판도 있지만, 시청 인구 대비로 비교해도 낮은 금액이다. 카타르 월드컵 시청 인구는 약 50억명으로 추산되는데 이번 여자 월드컵 시청 인구는 20억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BBC는 이번 월드컵이 전 세계 여자 축구 선수들이 남자 선수와 동등한 임금을 받기 위한 투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나이지리아부터 영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캐나다에 이르기까지 여러 대표팀과 축구협회 간에 보너스와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을 두고 대립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대표팀은 이번 대회 직전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불참하겠다며 각국 협회를 압박하기도 했다.
- 호주 여자 축구 대표팀 “같은 업적에 남자 4분의 1 상금”…자국 개최 여자 월드컵 앞두고 성별 격차 해소 촉구 (박효재 기자, 스포츠경향, 23.07.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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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선수가 남자 코치나 여자 코치를 더 선호하는지에 대한 일반적인 사회적 합의는 없다. 일부 여자 선수들은 남자 코치와 더 잘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남자 코치를 더 선호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여성 선수들은 스포츠를 높은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으며 남성 코치와의 긍정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다. 앤디 머레이의 어머니인 주디 머레이는 ‘여성은 남성만큼 세게 치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여성 선수들이 남성을 코치로 영입하여 타격 파트너로 삼는다’고 주장한다.”
- 테니스계 높디 높은 유리천장…여성코치는 희귀종 (곽윤섭 기자, 한겨레, 23.07.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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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반년 동안 이어져 온 ‘미투’ 운동을 주도한 이들은 여성 선수 6명과 남성 선수 1명이다. 여기에는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 <당갈>의 실제 주인공 조카인 비네시 포가트 선수(28),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인도에 최초의 메달을 안긴 삭시 말리크 선수(30) 등이 동참했다. 이들은 브리지 부샨 싱 인도레슬링협회장이 지난 수년 동안 선수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며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싱 회장은 여당 인도국민당(BJP) 소속 6선 의원이자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측근이다.
지난 1월 포가트 선수는 적어도 10명 이상의 여성 선수가 싱과 코치들에게 당한 성적 피해를 자신에게 알려왔다면서, 문제를 제기한 선수들은 오히려 경기할 기회를 제한당했다고 밝혔다. 말리크 선수는 싱 회장이 여성 선수들을 “남자답다”고 불렀고, 레슬링 운동복을 두고 수치심을 일으키는 차별적 행동을 했다고 밝혔다.
2011년부터 인도레슬링협회를 이끌고 있는 싱 회장은 “사실이면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며 자신의 혐의를 강력 부인했으나, ‘미투’ 이후 협회의 업무에선 배제됐다. 여당은 선수들의 ‘미투’운동 배후에 야당의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 인도 ‘레슬링계 미투’ 이후, 커지는 제도개선과 선수보호 대비책 (김서영 기자, 경향신문, 23.07.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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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은 재집권 이후 미용실 외부 광고에 등장한 여성들의 모습이 이슬람 율법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모두 지운 바 있는데 이번에는 아예 미용실 문을 닫으라는 겁니다. 미용실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당장 생계가 걸린 상황에서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여성 활동이 심각하게 제한되어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현재, 미용실은 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극소수의 장소여서 충격이 큽니다. 유엔 등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 탈레반, 여성 모델 지우더니 이번엔 미용실 폐업 명령 (우수경 기자, KBS뉴스, 23.07.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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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이 여성들에 대한 가정폭력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제 연구팀이 2010년 10월부터 2018년 4월까지 인도, 파키스탄, 네팔의 15~49세 소녀와 여성 19만4871명이 보고한 정서적, 신체적, 성폭력 집계를 분석한 결과 기온이 섭씨 1도 오르면 신체적 폭력이 8%, 성폭력이 7.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학협회 저널 ‘정신의학(JAMA Psychiatry)’에 실린 보고서는 분석한 결과 기온이 1도 상승할 때마다 친밀한 관계의 폭력(IPV·intimate partner violence)이 4.49% 늘었다고 영국 가디언이 최근 보도했다. 연구진은 ‘감정을 절제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21세기 말까지 이 지역에서 근친폭력이 21%까지 늘 것으로 전망했다. 2090년대에 인도 23.5%, 네팔 14.8%, 파키스탄 5.9% 각각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는 여성에 대한 폭력의 증가는 모든 소득 집단에 걸쳐 존재하지만 저소득층과 시골 가정에서 더 많이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 기후위기, 가정폭력 부른다… “1도 상승하면 가정폭력 7% 증가” (유영혁 기자, 여성신문, 23.07.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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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평등 운동에서 권리의 구호로 이야기되는 “모두의 결혼”에 대해, 가족구성권연구소는 우려를 전달한 바 있다. 이러한 구호는 성소수자/비성소수자 모두가 ‘결혼’이라는 제도를 통해 친밀한 관계에 대한 법적 권리를 쟁취하길 원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고, ‘결혼을 하지 못하는 것’을 성소수자가 겪는 불평등의 핵심으로 지목한다는 점에 대해서다.
2000년 네덜란드 의회가 세계 최초로 동성결혼을 법적 결혼으로 인정한 후, 2023년까지 세계 각국에서 동성결혼 합법화의 물결이 이어졌다. 지금 한국의 20대, 30대 성소수자들은 친밀한 유대관계에 대해, 서로를 돌보고 위기의 순간에 개입하고 삶의 안정성을 마련할 수 있는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동성결혼을 통한 ‘배우자로서의 권리’로 획득하는 서사에 익숙한 세대다.
- 결혼은 너무 ‘문제적’인 제도라서… - 퀴어가족정치의 장, 사회적 재생산 위기에 응답하다③ (나기, 일다, 23.07.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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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소셜네트워크 트위터를 통해 문단 내 성폭력이 고발됐다. 그 중에 고양예술고등학교 문예창작과 실기 강사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내용도 있었다. 소식을 접한 고양예고 문창과 졸업생들이 연대모임 〈탈선〉을 꾸려 그해 11월 11일, 고발자를 지지하고 연대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첫 고발 이후 몇 주도 되지 않아 진행된 일이다. 이렇게 단시간에 백여 명의 졸업생이 모여 연대 성명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이 고발을 보자마자 ‘내 일이었을 수도 있겠다’는 공감대가 어렵지 않게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성폭력의 배경에는 대학 입시를 필두로 하여 예술적 성취를 구분 짓는 실기 과정, 내신 평가 과정에서 겪는 해로운 경쟁, 내 예술적 성취와 가치를 성적으로 평가하는 실기 강사에게 과도하게 의존하게 되는 구조, 왜곡된 성인지 감수성을 ‘문학적 과정과 사유’로 치환해버리는 예술계 조직 문화, 예술계 진입 전 학생이자 제자라는 이유로 권리구제의 주체로 서기 어렵게 하는 ‘지망생’ 문화, 여성을 취약하고 무력하게 만드는 여성혐오적인 사회가 한데 어우러져 있음을 우리는 직감할 수 있었다. ‘언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라고. 그만큼 우리는 폭력의 경험을 정밀하게 내면화하면서, 그것을 폭력으로 명명하길 주저해왔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 문학계 미투가 남긴 과제, ‘문법을 바꿔라’ (오빛나리, 일다, 23.07.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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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대 아이돌 여성 팬은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저급 문화에나 빠진 계도해야 할 가부장제의 딸로서 차별받았다. 4세대 아이돌이 산업의 주류가 된 현재는 팬의 연령층이 전 세대로 넓어지고, 장르의 위상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음에도 차별당한다. 여성 팬의 낮은 인권이 돈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돌 팬사인회 속옷 검사 사건은 보안 때문에 일어난 해프닝이 아니다. K팝 산업이 극도로 자본화되고 비대해진 몸집만큼 더 많은 돈에 침을 흘리며, 팬과 가수의 인간적 교류에 속하던 영역까지 무차별 유료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폐단이다.
- K팝 여성 팬의 낮은 인권은 돈이 된다 (최이삭 K팝 칼럼니스트, 경향신문, 23.07.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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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품이냐, 위작이냐’를 두고 30년 넘게 논란이 되고있는 사건이 있다. 한국의 프리다 칼로라고 불리는 고(故)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사건이다. 해당 작품을 진품이라고 본 검찰 결론에 대해 “불법수사가 없었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4단독 최형준 부장판사는 21일 오전 천 화백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유족 측 패소로 판결했다. 유족 측은 “검찰이 불법적인 수사를 통해 미인도가 진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사건에서 유족 측을 대리한 이호영 변호사(지음법률사무소)는 “검찰의 불법행위를 입증할 증거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쉽지 않은 소송이었다”며 “어떤 점의 입증이 부족했는지 판결문을 송달받는 대로 면밀히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선고 결과에 대해 유족 측은 “재판부가 저의 고발을 외면했다고 해서 진실이 덮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 ‘천경자 미인도 위작 사건’ 국가배상소송 기각…법원 “불법수사 없었다” (안세연 기자, 헤럴드경제, 23.07.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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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렌: 불의 섬’는 ‘SNL 코리아 시즌3’, ‘플레이유 레벨업: 빌런이 사는 세상’, ‘피의 게임2’, ‘환승연애2’를 제치고 예능·교양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이은경 PD는 “직업, 명예를 걸고 서바이벌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 ‘요즘도 직업에서 명예를 찾는 분들이 있느냐’고 주변에서 많이 물어보셨다. 직업적 명예를 걸고 사는 분들이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신 경찰, 소방, 경호, 스턴트 등 여섯 부문 참가자들에게 영광 돌리고 싶다. 지금도 수해현장에서 목숨 걸고 지키고 있을 많은 분들과 스물네 분의 출연자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운을 뗐다.
- ‘사이렌: 불의 섬’, 최우수작품상 영예 “세상의 모든 사이렌 응원” (박세연 기자, 스타투데이, 23.07.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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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경사가 만나는 사람은 60대 이상 남성이 많다. 선장이나 어촌계장 등 거친 바다에서 일하는 남성들이다. 자신이 잘못 대응하면 다른 여성 경찰관도 무시하지 않을까 싶어 억세게 근무하려고 애쓴다. 경험이 쌓이다 보니 대응하는 요령도 늘어난다.
"어떤 분들은 목소리부터 크게 내면 (여성 경찰관은) 이길 수 있다고 보고 그렇게 하는데, 오히려 내가 목소리 더 크게 내면 당황하면서 얘기 들어줍니다. 상황에 맞게 강하게 나갈 때는 그렇게 하고, 부드러울 때 부드럽게 하면서 노하우도 생기고 있지요."
- "아가씨 아니고 형사입니다"...'사이렌' 이슬 경찰관을 만나다 (김다솜 기자, 경남도민일보, 23.07.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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