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여성들의 안전과 인권에 관련된 이슈를 모은 TOPIC EDITION으로 돌아온 뉴스 헐리버리입니다. 매달 넷째 주에 인사드리다 이달부터는 한 주 앞당겨 셋째 주에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우선 지난해 9월 일어난 ‘신당역 스토킹 살인’의 가해자 전주환이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는 소식을 비롯해 올해 4월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에서 활동하던 여중생의 자살을 방조한 혐의로 입건된 바 있는 20대 남성이 또 다른 미성년자에 대한 의제강간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 ‘의왕판 돌려차기’로 불리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 여성을 폭행하고 성폭행을 시도한 20대 남성의 구속 소식 등을 정리했고요. 보좌관 성추행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된 박완주 무소속 의원의 불구속 기소 소식, 민중미술가 임옥상 화백이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서 징역 1년 구형을 받았다는 소식, 서울예대 연구실에서 20대 근로장학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80대 공연계 원로 송 모 씨의 소식 등을 함께 전해드립니다.
이 외에도 양육비를 주지 않는 아이 친부를 상대로 1인 시위를 한 여성이 명예훼손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소식,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가 주최한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에서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여성을 부정수급자로 일반화해 논란이 된 소식, 통계청이 발표한 ‘무급 가사노동 평가액의 세대 간 배분 심층분석’에서 여성은 84살이 되어서야 가사노동을 남에게 기대기 시작한다는 결과를 정리해보았습니다.
이달에도 여성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여러 사건 사고 소식들이 마음을 무겁게 하는데요, 언제쯤 이 같은 소식을 언론지상에서 보지 않을 수 있을지 착잡한 마음이지만 그럴수록 두 눈을 크게 뜨고 앞을 응시하며 한 걸음 한 걸음 힘주어 전진하는 날들이 되었으면 합니다. 헐리버리는 다음 주 깊이와 관점이 있는 REPORT EDITION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윤단우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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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스토킹 살인’ 전주환, 2심 무기징역
‘신당역 스토킹 살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주환이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습니다. 7월 11일 서울고법 형사12-2부(부장판사 진현민·김형배·김길량)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보복살인 등) 등 혐의로 기소된 전주환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은 잠겼던 문이 개방되며 비로소 종료된 것에 비춰 수법이 대단히 잔악하고 포악하며 그 결과도 참혹하다”며 “피해자는 형언할 수 없는 공포와 끔찍한 육체적 고통 속 생을 마감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사람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가치이며 법이 보호하는 최고 권익”이라며 “범행 수법과 방법을 보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피해자의 신고에 대한 보복을 동기로 공권력이 개입하자 재판 진행 과정에서 극악한 추가범죄를 연달아 저질러 참작할 사정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전주환은 지난해 9월 14일 밤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내부 여자 화장실에서 서울교통공사 입사 동기인 여성 직원 A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주환은 A씨가 자신을 스토킹 등으로 고소하고, 당시 이 혐의로 징역 9년이 구형된 것에 대해 앙심을 품고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심은 전주환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하고 15년간 전자발찌를 부착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전주환은 A씨를 스토킹한 혐의로도 재판을 받았는데 이 사건과 관련해 1심에서는 징역 9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이후 항소심 재판을 거치며 두 개 혐의는 병합 심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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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여중생 투신’ 생중계한 남성,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또 체포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우울증갤러리’에서 활동하며 미성년자를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 남성은 우울증갤러리를 통해 만난 여중생의 극단적 선택을 방조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된 상태였으나 약 두 달 만에 같은 커뮤니티를 통해 또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6월 26일 경기 부천 원미경찰서는 미성년자의제강간 혐의를 받는 최 모 씨를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우울증갤러리에서 활동하던 미성년자인 B양을 만나 6월 20일과 21일 두 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고소당했습니다. 피해자는 만 16세 미만 여성인 것으로 확인됐는데요, 현행법상 만 19세 이상 성인이 만 16세 미만 미성년자와 성관계를 한 경우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처벌될 수 있습니다.
최 씨는 범행 이후 우울증갤러리 등에 ‘B양과 성관계를 했다’는 취지의 글도 여러 차례 올린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현재 해당 글은 모두 삭제된 상태입니다.
앞서 최 씨는 올 4월 강남의 한 건물 옥상에서 SNS 라이브 방송을 켠 채 극단적 선택을 한 10대 여학생의 사망을 방조한 혐의로 입건돼 조사를 받아 왔습니다. 이후 자살방조 및 자살예방법 위반 혐의가 입증돼 올 5월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가 또다시 범죄를 저질렀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는 조사 과정에서 B양과 관련된 혐의를 모두 인정했습니다. 경찰은 최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달 23일 B양이 출석해 피해 내용을 진술했고, 성폭력 응급 키트 등을 통해 증거 채취를 완료했다”면서 “최 씨에 대해서도 긴급체포해 진술을 마쳤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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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왕판 돌려차기’...20대 남성, 엘리베이터서 폭행 후 성폭행 시도
같은 아파트에 사는 이웃 여성을 폭행해 다치게 하고, 성범죄를 저지르려 한 20대 남성이 구속됐습니다. 수원지법 안양지원은 7월 7일 강간치상 혐의를 받는 20대 C씨가 “도주할 우려가 있다”며 C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C씨는 이날 오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원으로 이송되던 중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미안하다”고 밝혔으며, 성폭행 의도가 있었느냐는 물음에는 “네”라고 답했습니다.
C씨는 지난 5일 오후 12시 30분쯤 의왕시의 한 복도식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20대 여성 D씨를 주먹으로 여러 차례 때려 다치게 하고, 성폭행을 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아파트 12층에서 D씨가 타고 있던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C씨는 10층을 누른 뒤 D씨를 무차별 폭행하다가 10층에서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D씨를 끌고 내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C씨는 D씨를 성폭행하려다 C씨의 비명을 듣고 나온 다른 주민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는데요, D씨는 갈비뼈 골절 등의 상처를 입어 병원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같은 동에 사는 이웃이지만, 평소 알고 지내는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C씨는 12층에서 엘리베이터를 잡으면서 만약 여성이 혼자 타고 있을 경우 범행을 저지르겠다고 마음을 먹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는 청소년 시절 강간미수 혐의로 한 차례 처벌받은 이력이 있습니다. 경찰은 사건 조사를 마치는 대로 C씨를 검찰에 송치할 방침입니다.
한편, 이 사건은 한 30대 남성이 부산 중심가인 서면에서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폭행해 의식을 잃게 한 이른바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떠올리게 합니다. 강간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는 지난달 항소심에서 징역 20년과 10년간 정보통신망에 신상 공개, 10년간 아동 관련 기관 취업 제한 등을 선고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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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주 의원, 보좌관 성추행으로 불구속 기소
보좌관 성추행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된 박완주 무소속 의원이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이응철)는 박 의원을 강제추행치상과 직권남용,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7월 4일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검찰에 송치된 지 7개월 만입니다.
박 의원은 2021년 12월 보좌관이었던 E씨를 강제 추행하고 이로 인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 상해를 입게 한 혐의를 받습니다. 또 지난해 4월 E씨가 박 의원을 신고한 직후 E씨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준 혐의, 지난해 5월 지역구 관계자들 앞에서 E씨와의 성폭력 사건에 대해 말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 등도 함께 받습니다.
E씨는 지난해 5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강제추행과 직권남용,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으로 박 의원을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박 의원은 피소 사실이 알려진 직후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됐습니다.
박지현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박완주 의원의 기소 소식에 “엄벌의 시간이 왔다”고 논평했습니다. 박 전 위원장은 7월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가해자는 철창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라며 “박완주 씨가 오늘 강제추행치상 등 혐의로 기소됐다”라는 글을 올렸습니다. 박 전 위원장은 “우리 당은 지난해 박완주씨의 성폭력 혐의로 그를 제명 조치하고, 국회 윤리위에 제소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윤리위에서 징계안은 한 차례도 논의되지 않았고, 박완주씨는 지금도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전 위원장은 “검찰에서 박완주씨의 죄를 낱낱이 밝혀야 합니다. 국회 윤리위는 하루 빨리 박완주 의원의 징계안을 처리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회는 성폭력 가해자의 피난처가 아니라 모두에게 안전한 일터가 돼야 한다. 안전한 국회가 안전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권력형 성범죄’ 근절을 위한 토론회 개최 소식도 알렸습니다. 박 전 위원장은 “다시는 발생해서는 안 될 당내 권력형 성범죄 근절을 위해 많은 분의 관심이 필요하다. 많은 분의 연대를 부탁드린다”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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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행 혐의 임옥상 화백, 징역 1년 구형
임옥상 화백이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임 화백에게 실형을 구형했습니다. 7월 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2단독 하진우 판사는 전날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임 화백의 첫 공판을 진행했습니다. 이날 임 화백 측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함에 따라 변론이 바로 종결됐습니다.
임 화백은 지난 2013년 8월께 피해 여성을 강제로 뒤에서 껴안고 입을 맞추는 등 추행한 혐의로 지난 6월 9일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은 “이 사건 범행 경위와 내용, 추행 정도가 가볍지 않고, 피해자가 엄벌을 타원하고 합의에 이르지 않았다”며 임 화백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습니다. 임 화백은 “10년 전 순간의 충동으로 잘못된 판단을 해 피해를 줬다”며 “반성하고 피해자에게 사과드린다. 부끄럽고 죄송하다”고 최후 진술했습니다.
피해자 변호인은 “피해자는 사건이 발생한 이후 현재까지 고통을 받고 있다”며 “어떠한 법적·사회적 책임을 지지 않는 것에 대해 분노를 잊은 적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10여 년 고통을 견뎌온 뒤 어렵게 고소한 이후에도 (임 화백이) 반성하지 않은 채 대외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며 “고통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을 내려달라”고 피해자 입장을 전했습니다. 임 화백의 선고공판은 오는 8월 17일 진행될 예정입니다.
‘민중미술가 1세대’ 임옥상 화백은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며 ‘시각언어’로 정권에 대항한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미술가로서 다양한 사회비판적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그의 작품 중 하나인 ‘광장에, 서’는 광화문광장의 촛불집회 모습을 담았는데, 기념비적인 역사 기록화로 평가받고 청와대 본관 로비에 걸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가 평생에 걸쳐 쌓아 올린 ‘민중미술’에서 여성은 ‘민중’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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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대 공연계 원로, 대학교서 손녀뻘 여학생 성폭행으로 구속
경기도 안산 서울예대 연구실 안에서 자신보다 60살 이상 어린 대학생의 의사를 무시하고 강제로 입을 맞추는 등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공연계 원로가 구속됐습니다.
수원지법 안산지원은 유사강간 등 혐의를 받는 80대 남성 송 모 씨에 대해 “사안이 중대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6월 28일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공연계 원로인 송 씨는 이 학교 극단에서 무대를 총괄하며, 한때 교수로도 재직했습니다. 최근엔 학교의 자료를 정리·분석하는 업무의 책임자를 맡고 있었는데, 지난 4월 18일, 자신이 일하던 서울예대 사료연구실에서 근로장학생으로 함께 일하던 20대 학생을 수차례 유사강간하는 등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야, 많이 입었네. 뭐 이렇게 많이 입었어?” “니가 여자로 보이고 너무 이뻐. 그래서 그래. 그냥 학생으로 보이지가 않아.” 송 씨가 피해 학생에게 한 성희롱 발언들입니다.
피해 학생과 송 씨를 불러 조사한 경찰은 6월 27일 송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송 씨가 수사를 받았던 지난 한 달간 7차례에 걸쳐 피해자에게 전화를 거는 등 2차 가해할 우려가 있는 데다, 범행 일부마저 부인하고 있어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겁니다. 법원도 “범행이 중하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바로 다음날 송 씨의 구속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영장실질심사에서 송 씨 측은 ‘나이가 많고, 주거지가 일정하다’는 이유로 선처를 바랐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고령인 86세 노인이 구속된 건 이례적인데, 그만큼 법원도 송 씨의 죄질이 불량하다고 판단한 걸로 보입니다.
피해 학생은 사건 충격 탓에, 지금도 심리치료를 받고 있으며 송 씨의 접근 등을 우려해 경찰로부터 스마트워치를 지급 받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이전부터 상습적인 성추행이 있었다는 피해자의 진술을 토대로, 구속된 송 씨를 추가 조사해 검찰로 넘길 계획입니다.
1938년생인 송 씨는 서울예대 전신인 서울아카데미 연극과 출신으로 원로배우 신구, 반효정, 전무송 등과 동기이며, 이동찬과 함께 한국 연극계의 무대미술가 1세대로 다수의 무대를 만들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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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비 내놔!”…아이父 사진 들고 시위한 미혼모 ‘유죄’
양육비를 제때 주지 않는다며 아이 친부의 얼굴 사진을 들고 1인 시위를 한 미혼모가 명예훼손으로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인천지법 형사8단독 김지영 판사는 명예훼손과 모욕 등 혐의로 기소된 40대 여성 F씨에게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고 6월 27일 밝혔습니다.
F씨는 2021년 1~2월 인천시 강화군 길거리에서 전 연인 G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그는 G씨의 얼굴 사진과 함께 ‘양육비 지급하라. 미지급 양육비 1820만 원’이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3차례 1인 시위를 했습니다. F씨는 인터넷 사이트에도 같은 내용의 글을 올렸고 ‘인간들이 한심하다. 죗값을 좀 치러야 한다’며 G씨의 아내를 함께 모욕한 댓글을 단 혐의도 받았습니다.
F씨는 G씨와 3년 넘게 사귀면서 딸을 낳았으나 한동안 양육비를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그는 재판에서 “양육비를 받기 위한 행위여서 명예훼손의 고의나 비방 목적이 없었다”며 “G씨 아내와 관련한 댓글도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F씨가 손팻말에 쓴 문구는 G씨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하는 내용이어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김지영 판사는 “피고인은 G씨 집 인근에서 그의 얼굴 사진까지 공개했다”며 “G씨는 공적 인물도 아니고 그의 양육비 미지급이 공적 관심사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명예훼손의 고의성과 비방 목적이 있었다”며 “G씨 아내와 관련한 댓글도 맥락 등을 보면 경멸적인 표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F씨처럼 자녀를 도맡아 키우면서도 양육비를 혼자 감당하는 사례가 늘면서 2018년 양육비 미지급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인 ‘배드파더스’(Bad Fathers·나쁜 아빠들)가 개설된 바 있습니다. 이 사이트 운영자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고, 2020년 1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이듬해 항소심에서는 벌금 100만 원의 선고 유예 처분을 받았습니다.
2021년 7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여성가족부는 양육비 미지급자의 얼굴 사진을 제외한 이름·생년월일·직업·근무지 등 6가지 신상 정보를 공개하고 있습니다. 양육비 미지급자의 얼굴 사진 공개 여부를 놓고 일각에선 “얼굴까지 공개하는 것은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지만 양육비 청구자들은 “이름만 공개하면 동명이인으로 오해할 수 있고, 심리적 부담감을 줘서 양육비를 받아내는 효과가 떨어진다”고 맞서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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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 실업급여로 샤넬 사고 해외여행”, 국민의힘 박대출, 여성을 부정수급자로 일반화해 논란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7월 12일 “실업급여를 받으러 온 젊은이 중 실질적 구직자는 아주 어두운 얼굴로 오는데, 한 부류는 밝은 얼굴로 와서 실업급여를 받아 명품 선글라스 끼고 해외여행에 다녀온다고 한다”고 말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 노동개혁특별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실업급여 제도개선 공청회’를 개최한 뒤 “실업급여제도가 악용돼 달콤한 보너스라는 뜻으로 ‘시럽급여’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정부·여당은 월 180여만 원 수준인 실업급여 하한액을 낮추거나 아예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이날 공청회에서 정부 측 참석자인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실업급여 업무 담당자 조현주 씨는 “장기간 근무하고 갑자기 실업당한 남자분들의 경우 어두운 표정으로 (노동청에) 오는데 여자분들과 계약기간이 만료된 청년들은 이 기회에 쉬겠다고 해외여행을 간다. 샤넬 선글라스를 사든지 옷을 사며 즐기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남성 실업자를 ‘진정한 실업자’로 규정하고 여성·청년 실업자를 실업급여 부정수급자로 일반화한 것입니다.
박대출 의장은 이날 저녁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사단법인 산학연포럼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 초청 특별강연회’에서 조씨의 발언을 한 번 더 언급했습니다. 박 의장은 “(실업급여를 받으러 오는 젊은이 중) 한 부류는 아주 어두운 얼굴로 온다고 한다. 일하고 싶은 실질적 구직자”라면서 “한 부류는 아주 밝은 얼굴로 온다고 한다. 실업급여를 받아서 명품 선글라스를 끼고 해외여행을 다녀온다는 것”이라고 말하며 “중소기업은 지금 주력이 50~60대고 20대들은 일을 많이 하지 않는 구조”라고 강조했습니다.
박 의장은 “최저임금이 179만 원인데 실업급여는 184만 원을 받는다”면서 “일하는 사람이 일하지 않는 사람보다 돈을 덜 버는 왜곡된 구조가 되다 보니 젊은 세대들이 6개월~1년쯤 일하다가 실업급여를 타려고 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홍성국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최저임금 노동자의 월 소득이 실업급여보다 적은 현실을 먼저 개선해야 한다”면서 “어떤 노동자가 월 5만원을 더 받기 위해 정상적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겠나”라고 비판했습니다. 정의당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실업 상태로 불안한 삶을 살며 실업급여의 ‘달콤함’으로 연명하고 싶어 하는 노동자는 없다”면서 “불안정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을 구직을 기피하며 부정수급으로 재미 보려는 이들로만 보는 뒤틀린 관점부터 바꾸길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SNS에서는 당시 공청회가 실업 상태의 구직자·여성·청년들에 대한 편견과 혐오가 총체적으로 드러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다. 네티즌 한 사람은 “실업급여로 샤넬 선글라스 운운하는 건 ‘기초생활수급 아동이 감히 돈까스 사 먹느냐’며 민원을 넣는 수준의 시비 걸기”라며 “그렇게라도 마음을 달래고 재충전하면 안 되는 거냐. 실업급여 받는 사람은 쌀 사 먹을 돈도 아껴서 좁쌀로 죽이라도 쒀서 먹어야 하냐”라고 비판했습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실업급여 받으러 가는 여성은 표정 검열도 해야 하고 돈을 어떻게 쓸지 허락도 맡아야 하냐”며 “이게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말한 정부의 여성 인식이냐”라고 꼬집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고용보험·실업급여 제도와 노동시장에 대한 당·정의 몰이해가 이번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실업급여란 실업 상태에서 어느 정도 생활을 유지하며 취업을 준비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로 그 산정 기준을 우선 이해해야 한다”며 “그런 실업급여가 최저임금보다 높다는 건 돌려 말하면 최저임금이 생계를 유지할 수준이 안 된다는 방증”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실업급여 제도의 취지와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일부 오남용 사례를 가지고 제도의 존폐를 논하다 보니 실언이 이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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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84살 돼서야 가사노동 남에게 기댄다…남성은 47살부터
한국의 여성은 평균 84살이 되어서야 자신이 하는 가사노동보다 가족 내 다른 구성원이 해주는 가사노동이 더 많아지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남성의 경우 47살부터 다른 가족 구성원의 가사노동에 의존하는 단계로 진입했습니다.
통계청이 6월 27일 발표한 ‘무급 가사노동 평가액의 세대 간 배분 심층분석’ 결과를 보면, 성별에 따라 생애주기에서 가사노동이 ‘적자’로 전환되는 시점은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통계청은 2019년을 기준으로 가정관리·돌봄·간호 등 가사노동을 해당 직종의 시장임금을 적용해 화폐가치로 평가한 뒤, 이를 활용해 ‘1인당 가사노동 생애주기 적자(소비-생산)’ 추이를 분석했습니다. ‘가사노동 적자’는 생산한 가사노동보다 소비한 가사노동이 큰 상태로, 적자 규모가 클수록 가족 내 다른 구성원이 제공하는 가사노동(이전된 가사노동)에 대한 의존도가 큰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가사노동 흑자’는 자신이 아니라 가족 내 다른 구성원을 위해 추가로 가사노동을 생산한 상태를 뜻합니다.
분석 결과를 보면, 한국 남성이 2019년 생산한 가사노동은 소비보다 적어 91조6천억 원 적자였습니다. 반대로 여성은 가사노동 생산이 소비보다 많아 91조6천억 원이 흑자였습니다. 여성이 생산한 91조6천억 원 가치의 가사노동이 남성에게로 이전된 셈입니다. 가사노동의 생산과 소비를 생애주기별로 나눠보면, 가사노동 흑자(생산>소비) 규모가 제일 큰 시점은 남녀 모두 38살로 같았으나, 다만 38살인 시점의 흑자규모는 남성 1인당 259만 원, 여성은 1인당 1848만 원으로 차이가 컸습니다. 38살 시점 가사노동 소비 규모는 남성 638만6천 원, 여성 692만5천 원으로 큰 차이가 없지만, 생산 규모가 남성 897만5천 원, 여성 2540만5천 원으로 차이가 컸기 때문입니다.
생애주기 중 흑자·적자 전환 시점에서도 차이가 도드라졌습니다. 남성의 경우 0살 시점에 3592만 원 적자(생산 0원·소비 3592만 원)로 시작해 차츰 적자 규모가 줄다가 31살에 흑자(생산 607만9천 원·소비 560만2천 원)로 진입하고는, 47살에 다시 적자(생산 702만8천 원·소비722만9천 원)로 전환됐습니다. 47살부터는 배우자 등 다른 이가 생산해 이전된 가사노동을 소비하는 국면으로 진입한 것입니다. 반면에 여성은 0살에 3687만5천 원 적자(생산 0원·소비3687만5천 원)로 시작해, 남성보다 6년 빠른 25살이면 흑자(생산 752만8천 원·소비649만 원)로 진입했습니다. 또 남성보다 37년 늦은 84살이 되어서야 가사노동 생산이 소비보다 적어지는 흑자(생산 814만3천 원·소비827만6천 원)로 전환됐습니다.
통계청은 국민계정 생산범위에 포함되지 않는 무급 가사노동(가계생산 위성계정)을 5년 단위로 평가해 발표하고 있으며, 무급 가사노동 평가액을 활용해 연령별 생산·소비·이전 분포를 분석해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앞서 발표된 가계생산 위성계정 분석을 보면, 2019년 기준 GDP에 포함되지 않는 무급 가사노동 가치는 490조9천억 원으로 같은해 GDP의 25.5% 규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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