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인물 관련 기사로 돌아온 4월 둘째 주 헐리버리입니다. 인사 소식으로는 KBS에서 노윤정 기자가 첫 여성 사회부장으로 승진했다는 소식과, SBS에서 정유미 기자가 주말 8시 뉴스의 새로운 단독 진행자로 발탁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스포츠에서는 배드민턴 국가대표 안세영 선수가 1996년 방수현 선수 이후 27년 만에 전영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과,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이해인 선수가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획득하며 2013년 김연아 선수 이후 10년 만에 포디엄에 올랐다는 소식을 준비했습니다. 해외 소식으로는 미국 우주비행사 크리스티나 코크가 여성 최초로 달 궤도 비행에 나서게 되었다는 소식과, 배우 양자경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과, SBS에서 이를 보도하며 수상 소감 편집으로 논란을 일으킨 소식을 함께 정리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길을 내고 있는 여성들의 소식이 독자들께도 커다란 용기로 다가가길 바라며 헐리버리 역시 부지런히 길을 닦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윤단우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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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첫 여성 사회부장에 노윤정 기자
지난 3월 27일 보도본부 정기인사를 단행한 KBS에서 첫 여성 사회부장이 탄생했습니다. 노윤정 기자가 그 주인공입니다. 노윤정 기자는 2018년 방송사 최초로 여성 시경 캡이 된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시경 캡이란 사회부 사건팀을 진두지휘하는 서울지방경찰청 캡틴을 줄여 이르는 용어로, 방송사 여성 기자에게는 성역이나 다름없었습니다. 2000년 동아일보 허문영 기자가 처음으로 여성 시경 캡이 된 이후 신문사 여성 기자가 시경 캡이 되는 사례가 종종 나오긴 했지만 방송사는 그로부터 18년을 더 기다려야 할 만큼 남성 중심 조직이었습니다. 당시 노윤정 기자는 방송사 여성 시경 캡이 없었던 이유에 대해 방송사 사건팀이 신문사보다 규모가 크고 방송사 내부에서도 남성적인 조직으로 각인되어 이런 ‘와일드’한 보직에 여성은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던 것 같다고 진단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노윤정 기자는 방송기자연합회 출범 이후 2년 연속 방송기자 대상을 수상한 주인공이기도 합니다. 2014년에는 <영훈국제중학교 파행 운영 관련> 연속보도로 뉴스 부문 한국방송기자대상을 받았고, 2015년에는 탐사보도팀에서 1년 동안 취재한 <해외부동산 추적보고서>로 기획다큐 부문 대상을 받았습니다.
사회부 외에도 정치부, 통일외교부 등 주요 부서장에 여성 기자가 발탁되었는데요, 정치부장은 김세정 전 문화복지부장이, 통일외교부장에는 홍희정 전 디지털뉴스2부장이 각각 임명되었습니다. 취재부서 외 제작부서에도 여성 기자들이 중용되었는데요, 낮 뉴스를 담당하는 뉴스제작3부장에는 박현진 기자, 기사의 온라인유통을 담당하는 디지털뉴스2부장에는 최진아 기자가 각각 임명되었습니다. 이번 인사로 모두 7명의 여성 기자가 보도본부 국·부장급에 배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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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 SBS 기자, 주말 8뉴스 새 단독 앵커
SBS에서는 정유미 기자가 주말 여덟시 뉴스의 새로운 단독 진행자로 발탁됐습니다. SBS 메인뉴스를 여성 앵커가 단독으로 진행하는 건 1995년 이지현 앵커 이후 28년 만입니다. 정유미 기자는 2006년 SBS에 입사해 사회부, 통일외교팀, 편집부 등을 거쳤고 현재 정치부에서 국회와 청와대 등을 출입하며 취재를 하고 있습니다. 정유미 기자는 “그동안 뉴스 앵커를 맡은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도 “그럼에도 (메인뉴스 앵커라는) 중요한 자리로 불러준 건 18년 동안 취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뉴스를 진행해보라는 바람 때문이 아닐까 싶다. 최대한 기자의 경험을 살려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메인뉴스에 여성 단독 앵커가 발탁됐다는 소식에 주변에서도 기대감을 보이고 있는데요, 정유미 기자는 “앞으로 선후배들의 조언을 들으며 방향을 잡아가려 한다”며 “타 방송사들도 메인뉴스 앵커를 여성이 맡고 있지 않나. 여성 단독 앵커로 부각되기보다 새로운 역할을 하는 앵커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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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간판 안세영, 세계 최고(最古) 전영오픈 정상 정복
배드민턴 국가대표 안세영 선수가 3월 19일(한국시간) 영국 버밍엄 울트라 아레나에서 열린 2023 전영오픈 배드민턴 챔피언십 여자 단식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배드민턴의 윔블던’이라 불리는 전영오픈은 1899년 창설된 세계 최고(最古)의 배드민턴 국제대회로, 올림픽, 세계선수권, 월드투어 파이널 다음가는 권위를 인정받는 대회입니다. 안세영 선수는 125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영오픈에서 1996년 방수현 선수 이후 27년 만에 여자 단식을 제패한 한국 선수가 됐습니다. 결승전 상대는 중국의 천위페이 선수로, 통산 맞대결에선 안세영 선수가 3승 8패로 열세에 있지만 지난 1월 말레이시아 오픈 준결승에서 2대1로 승리한 데 이어 최근 2연승을 달리고 있습니다.
승리가 확정되자마자 라켓을 내던진 안세영 선수는 주먹을 휘두르며 환호했는데요, 안 선수는 “믿어지지 않는다. 그동안 (천위페이와) 여러 대회 경험이 쌓여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내 경력에 한 획을 그은 것 같다”라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올 시즌 출전한 다섯번의 대회에서 모두 결승에 올라 이날까지 세 번의 우승을 거머쥔 안세영 선수의 기세는 가히 파죽지세라 하겠는데요, 이로써 지난해 대회 준우승에 머물렀던 아쉬움을 훌훌 털어내고 자신의 시대를 활짝 열어젖혔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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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스케이팅 이해인 세계선수권 은메달, 김연아 이후 10년 만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이해인 선수가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한국 선수가 이 대회 메달을 획득한 것은 2013년 김연아 선수의 우승 이후 10년 만입니다.
3월 22일 쇼트프로그램에서 이해인 선수는 73.62점(기술점수 39.51점+예술점수 34.11점)을 받으며 출전 선수 35명 중 2위를 기록했고, 24일 프리스케이팅에서는 147.32점(기술점수 75.53점+예술점수 71.79점)으로 프리컷을 통과한 24명의 선수 중 1위를 기록하며 쇼트와 프리 모두 개인 최고기록을 경신했습니다. 대회 우승은 일본의 사카모토 가오리 선수에게 돌아갔는데요, 이해인 선수가 프리스케이팅에서는 사카모토 선수를 1.95점 차로 제치고 1위에 올랐지만 쇼트에서 벌어진 점수 차(5.62점)로 인해 최종 순위는 2위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이해인 선수는 2021년 10위, 2022년 7위에 이어 세 번째 나선 세계선수권에서 입상에 성공하며 지난 2월 사대륙 우승에 이어 두 대회 연속 포디움에 올랐습니다.
함께 출전한 김채연 선수는 6위, 김예림 선수는 18위를 기록했습니다. 상위 두 선수 순위의 합이 13 이내를 기록하며 대한민국 여자 싱글 대표팀은 다음 세계선수권 출전권을 3장으로 유지하는 데에도 성공했습니다. 개인 종목에서 경쟁한 선수들은 4월 13일부터 열리는 ISU 피겨스케이팅 월드 팀 트로피에 팀으로 출전합니다. 월드 팀 트로피는 해당 시즌 ISU 주관 그랑프리 시리즈와 선수권 대회에서 얻은 누적 국가 스탠딩 포인트가 높은 상위 6개국만이 초청되는 국가 대항전으로, 출전국가는 여자 싱글과 남자 싱글, 아이스댄스와 페어 4개 종목을 통틀어 겨루게 되며, 한국이 이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역대 최초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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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우주비행사 크리스티나 코크, 여성 최초로 달 궤도 비행에 나서
미국 우주비행사 크리스티나 코크가 여성 최초로 달 궤도 비행에 나서는 주인공이 됐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캐나다우주국(CSA)은 3일(현지시간) 아폴로 17호 이후 약 반세기 만에 진행되고 있는 달 유인 탐사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젝트 가운데 우주선을 타고 달 궤도를 돌고 오는 2단계 임무를 수행할 우주비행사 4명을 확정해 발표했는데요, 달 궤도를 비행하는 최초의 여성으로 기록될 크리스티나 코크는 미션 스페셜리스트로 프로그램에 참여합니다.
아르테미스 미션의 첫 여성 우주비행사인 코크는 2019년 3월 14일 제59원정대 우주비행사로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처음 파견되어 61원정대까지 임무를 연장하며 328일간 임무를 수행했는데요, 이는 여성 우주비행사가 세운 최장 체류 기록이기도 합니다. (여남 통틀어 최장 기록은 2015~2016년 340일을 머문 스콧 켈리가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기공학 석사 출신인 코크는 ISS에서 210여건의 조사와 연구에 참여했는데요, 우주 궤도의 극미중력 상태에서 종양이나 암 생존에 필수적인 막(膜)단백질을 결정화하는 실험을 통해 부작용 없이 막단백질을 겨냥한 암 치료 개발 가능성을 열어 주목받았습니다. 2019년 10월에는 동료 우주비행사 제시카 메이어와 함께 세계 최초로 여성으로만 구성된 팀을 꾸려 ISS 외부에서 성공적으로 우주유영을 하기도 했습니다.
코크는 “어릴 때 아폴로8에서 찍힌 지구 사진 포스터를 갖고 있었는데, 사진 렌즈 뒤에 인간이 있다는 사실이 아주 심오하고 놀랍게 느껴졌다”고 말하며 “달은 단순히 탐사의 상징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이해하는 과학의 불빛”이라며 이번 임무의 의미를 강조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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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양자경 아시아 배우 최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
배우 양자경이 아시아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습니다. 지난 3월 12일 저녁(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양자경이 주연을 맡은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여우주연상 외에도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각본상, 편집상, 감독상, 작품상 등 무려 7개 부문에서 수상하며 아카데미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1962년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나 홍콩에서 배우 생활을 시작하고 할리우드로 활동 범위를 넓여 온 양자경은 이날 수상 소감으로 “여성 여러분, 큰 꿈을 꾸고 꿈이 실현된다는 걸 믿어주길 바란다. 그리고 절대 황금기가 지났다는 말을 믿지 마라”라며 “올해 84세인 제 어머니가 말레이시아에서 TV로 이 상황을 보고 계실 것이다. 이 상을 제 엄마와 세상의 모든 엄마에게 바친다. 그들이 이 세상의 영웅이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SBS 뉴스가 이 감동적인 수상 소감을 보도하며 ‘여성(Ladies)’이라는 단어를 자막은 물론 음성에서도 제거하고 보도해 논란이 되었습니다. 여성 시청자들에게 용기를 주고자 한 수상자의 메시지가 메시지에서 여성이 제거되며 모두를 위한 격려가 된 것이죠. 미국 타임지와 공영라디오 방송사 NPR, 영국 주간지 NME, 말레이시아 더 스타, CNN 인도네시아 등 해외 언론들은 이 같은 SBS의 왜곡보도에 대해 “이 사건은 한국의 젠더 담론을 둘러싼 긴장된 분위기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한국에서 여성 권한 강화에 대한 논의에 낙인을 찍은 반페미니즘 물결이 이 같은 사태를 초래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개발계획(UNDP) 친선대사로 활동하고 있는 양자경은 수상 다음 날인 13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에 2015년 네팔 대지진을 언급하며 재해 발생 후 저소득층과 여성 등 기존에 차별을 받는 집단이 외부의 지원도 가장 늦게 받을 뿐 아니라 재해 이후 여성에 대한 성폭력 위험이 급증한다고 지적하며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지역사회, 국내 정치, 국제정치 등 각 레벨에서 여성의 진출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양자경은 기고문에서 “각종 재해 현장 일선에서 활약하는 영웅적인 여성들의 경험에 비해 내 경험은 아무것도 아니다” “이 기회에 지역사회와 가정에서 헌신하면서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여성들에게 사회적 관심을 돌리고 싶다”고 강조하며 “여성이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을 각종 정책 수립과정에서 여성이 소외되지 않도록 신경을 써달라”는 말로 기고문을 마무리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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