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2월 둘째 주 헐리버리는 인물 편으로 인사드립니다. 인물 편은 여성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어떤 행보를 보이는지 조명한 기사들을 모았는데요, 우선 튀르키예·시리아 일대를 강타한 지진 관련 소식입니다. 21세기 들어 7번째로 많은 희생자를 낳은 자연재해로 기록된 이번 지진은 강추위로 인해 구조활동이 더뎌지며 인명 피해가 가중되고 있습니다. 피해 복구를 위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도 긴급구호에 동참하고 있는 여성들의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스포츠에서는 여성 선수들의 눈부신 활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연일 세계 강자들을 격파하며 무서운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는 배드민턴 간판 안세영 선수, 여성 최초로 700승 고지에 이른 프로 바둑기사 최정 9단, 한국인 최초로 또한 아시아 여성 최초로 무보급 단독으로 남극점 도달에 성공한 산악인 김영미 대장의 소식을 정리했고요. 빙상에서는 월드컵 5연속 우승을 기록하며 이상화 선수가 보유하고 있던 기록마저 넘어선 스피스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민선 선수, 4대륙선수권에서 나란히 메달을 수확하며 포스트 김연아 시대를 맨앞에서 견인해가고 있는 이해인 선수와 김예림 선수의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그 외에 여성 영화감독 최초로 100억 원대 블럭버스터인 <교섭> 연출을 맡게 된 임순례 감독 소식과, 최연소 총리로 재임 내내 일거수일투족이 화제가 되었던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의 사임 소식을 정리해보았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일진일퇴를 거듭하고 있는 여성들의 행보를 응원해주세요. 헐리버리에서도 여성들의 발자취를 성실히 뒤따르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에디터 윤단우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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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 김연아, 김혜수, 한지민, 신민아, 정려원… 튀르키예·시리아 지진 피해 지원에 앞장서는 여자들
지난 2월 6일 새벽 튀르키예·시리아 일대를 강타한 규모 7.8의 대지진으로 인한 누적 사망자 수가 2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두 나라의 부상자는 7만8000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사망자 숫자가 당분간 큰 폭으로 계속 늘 것이라는 불길한 전망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재해 복구에 대한 공공지출이 얼마나 될지 초기 예측을 해본 결과 그 액수가 튀르키예 GDP의 5.5%에 이르리라고 전망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가 피해 복구를 위한 지원을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김연경, 김연아, 김혜수, 한지민, 신민아, 정려원 씨 등이 솔선수범해 긴급구호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튀르키예 여자 배구팀 페네르바체와 엑자비자시 소속으로 여덟 시즌 동안 활약하며 튀르키예에서 선수 생활의 전성기를 보낸 김연경 선수는 자신이 홍보대사로 있는 재난 구호모금 전문기관인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를 통해 1000만 원을 기부하는 한편 개인 SNS를 통해 튀르키예를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하는 등 사회적 관심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유니세프 국제친선대사로 활동 중인 김연아 선수는 튀르키예·시리아 지진피해 어린이 긴급구호에 동참해 미화 10만 달러(한화 약 1억2000만 원)를 기부했습니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친선대사인 배우 김혜수 씨와 한지민 씨 역시 지진피해 어린이 긴급구호를 위해 1억 원을 기부했고, 배우 신민아 씨는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정려원 씨는 국제구호개발 월드비전에 각각 5000만 원의 후원금을 전달해 힘을 보탰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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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 소녀에서 배드민턴의 왕으로, 한국 배드민턴 간판 안세영의 파죽지세
한국 배드민턴 여자 단식 간판 안세영 선수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안세영 선수는 최근 국제대회에서 잇따라 강적들을 누르고 우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1월 22일(현지시간) 2023 인도오픈 배드민턴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세계 랭킹 1위인 일본의 야마구치 아카네 선수를 꺾고 대회 정상에 올랐고, 1월 29일 인도네시아 마스터스 배드민턴선수권대회에서도 결승에 진출해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스페인의 카롤리나 마린 선수를 상대로 승리했습니다. 말레이시아 오픈에서는 4강에서 세계 랭킹 2위였던 중국의 천위페이 선수에게 승리하며 결승에 진출했습니다. 야마구치 선수와는 통산 전적 5승 10패, 천위페이 선수와는 통산 전적 1승 8패의 열세를 딛고 거둔 짜릿한 승리였습니다. 세계 랭킹도 4위에서 2위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최근의 이 같은 상승세에 대해 안세영 선수는 “나 자신에게 맞는 배드민턴을 찾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나에게 맞고 좋은 부분을 찾아 나만의 플레이를 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자평했습니다. 안세영 선수는 올해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대해 “선수들에게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은 큰 대회라 동기 부여가 클 수밖에 없다”며 각오를 다졌는데요, 중학교 시절부터 천재 소녀로 불리던 안 선수가 과연 배드민턴 왕좌에 오를 수 있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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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바둑 최강자 최정, 여자 기사 최초 700승 고지 점령
한국 여자바둑 최강자 최정 9단이 여자 프로기사 최초로 통산 700승 고지에 올랐습니다. 최 9단은 지난 1월 28일 서울 성동구에 있는 한국기원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2022~23 KB국민은행 바둑리그 인터리그 2라운드 3경기에서 김창훈 6단을 꺾으며 프로 통산 700승을 달성했습니다. 일곱 살 때 아버지를 통해 바둑을 시작한 최 9단은 초등학생 바둑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다 유창혁 9단의 도장에 문하생으로 들어가 수련을 시작했고, 2010년 14세의 나이로 한국기원에 입단했습니다. 2016년에는 국제 바둑기전 가운데 메이저 기전인 LG배 통합예선을 통과한 최초이자 유일한 여자 기사가 되었습니다.
2018년 여자국수전에서 우승하며 9단으로 승단하였는데, 이는 2008년 박지은 9단, 2010년 조혜연 9단에 이어 무려 8년 만에 나온 세 번째 여자 9단이라는 대기록입니다. 지난해에는 삼성화재배 월드 바둑 마스터스에서 결승에 진출하며 프로 데뷔 이후 최초로, 그리고 세계 바둑계에서도 처음오 메이저 국제기전 결승에 진출한 여자 기사가 되었습니다. 결승에서는 신진서 9단에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습니다. 최 9단은 기록 달성 후 “대선배들의 기록을 넘어 여자기사 최초로 700승을 거두어 영광이고 기쁘다”며 “여자기사 최다승 기록에 만족하지 않고 하루빨리 여자기사 최초 1000승을 달성해 보겠다”고 각오를 다졌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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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인 김영미, 한국인 최초 ‘무보급 단독’ 남극점 도달
산악인 김영미 대장이 지난 1월 16일(현지시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어떠한 보급도 없이 단독으로 남극점에 도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김 대장은 지난해 11월 27일, 남극 대륙 서쪽 허큘리스 인렛을 출발해 51일 동안 1186.5㎞를 100㎏에 달하는 썰매를 홀로 끌면서 영하 20~30도 혹한 속에서 이 같은 대장정을 완성했습니다. 1월 16일 자신의 SNS를 통해 남극점 도달을 알린 김 대장은 “오늘 남극점에 섰지만, 내일이면 지난 과거에 불과하단 생각이 든다. 길의 끝에 서니 50여 일의 긴 여정이 하룻밤 꿈 이야기 같다. 춥고 바람 불던 날들, 흐리고 배고프던 시간들이 버거웠지만, 그래도 돌이켜 보면 맑고 따뜻한 날이 훨씬 더 많았다”며 “모두 행복하시길 가장 남쪽 끝에서 차갑지만 맑고 따뜻한 기도를 보낸다”고 전했습니다.
김 대장보다 앞서 남극점을 밟은 여성 산악인은 세계에서 총 17명으로, 영국 출신 9명과 캐나다, 프랑스, 독일,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폴란드, 스페인, 스웨덴 출신이 1명씩이며, 이들 중 중간에 식량이나 물자를 지원받지 않은 채 남극점에 도달한 여성은 10명뿐입니다. 김 대장은 세계에서 여성 11번째이자 아시아 여성 최초, 그리고 한국인 최초로 보급 없이 단신으로 남극점에 도달한 주인공이 됐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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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기록 경신 김민선, ISU 월드컵 5연속 금메달 쾌거
스피드스케이팅 국가대표 김민선 선수가 2월 11일 폴란드 토마슈프 마조비에스키에서 열린 2022-23 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5차 대회 여자 500m 디비전A에서 금메달을 수확했습니다. 이 대회의 우승으로 김민선 선수는 월드컵 1차부터 5차까지 500m 대회에서 모두 우승하는 쾌거를 달성했는데요, 20명의 출전 선수 중 유일하게 37초대를 기록하며 전 국가대표 이상화 선수의 기록을 경신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상화 선수는 지난해 2월 예능프로그램 <노는 언니>에 출연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대주로 김민선 선수를 꼽으며 “제2의 이상화보다는 본인의 이름으로 불러주면 좋겠다”고 애정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이 대회에서 월드컵 포인트 60점을 쌓은 김민선 선수는 세계 랭킹 1위를 수성하는 데에도 성공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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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김연아 시대’를 견인 중인 이해인·김예림, 4대륙선수권에서 나란히 포디움
피겨스케이팅 국가대표 이해인·김예림 선수가 2월 11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스프링스 브로드무어 월드 아레나에서 끝난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각각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하며 나란히 포디움에 올랐습니다. 이해인 선수는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69.13점으로 6위에 그쳤으나 프리스케이팅을 클린 경기로 마치며 시즌 최고점인 141.71점을 받아 총점 210.84점을 기록, 단숨에 1위로 순위를 끌어올렸습니다. 한국 여자 싱글 선수의 4대륙 우승은 김연아 선수의 2009년 우승 이후 14년 만입니다. 이해인 선수는 2019년 ISU 주니어그랑프리 3차와 6차 대회의 연속 우승으로 그랑프리 파이널에 진출하며 한국 피겨의 미래로 주목받은 바 있는데, 당시 주니어그랑프리 2개 대회 연속 우승도 2005년 김연아 선수 이후 14년 만의 기록이었습니다.
한편 전날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기록했던 김예림 선수는 프리스케이팅에서의 점프 실수로 총점 209.29점을 기록, 근소한 차이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김예림 선수는 지난해 11월 일본 삿포로에서 개최된 시니어그랑프리 5차 대회에서 우승하며 김연아 선수 이후 최초로 시니어그랑프리 금메달과 파이널 출전권을 획득한 바 있습니다. 이번 4대륙 준우승으로 지난해 3위에서 한 계단 높은 순위를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이 대회의 랭킹 포인트를 합산해 김예림 선수는 세계 3위, 이해인 선수는 4위에 랭크되었습니다.
이번 4대륙이 대회 첫 출전이었던 김채연 선수는 쇼트프로그램 3위에서 한 계단 하락한 4위로 대회를 마쳤는데, 한국 선수들이 모두 5위권 내 성적을 기록한 것은 처음입니다. 세 선수는 다음 달 일본 사이타마에서 개최되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해 다시 한번 경쟁을 펼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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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섭>의 임순례 감독, 여성 감독 최초로 100억 원대 블럭버스터 대작 연출
2007년 샘물교회 선교단의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을 모티브로 제작된 영화 <교섭>은 황정민, 현빈 두 배우가 투톱 체제로 주인공을 맡고 2020년 4월부터 9월까지 5개월여 동안 한국과 요르단에서 촬영되며 순제작비 140억 원을 넘긴 대형 블럭버스터인데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리틀 포레스트> 등을 연출한 임순례 감독이 연출을 맡아 여성 감독으로는 처음으로 제작비 100억 원대 영화를 연출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한국영화 성평등센터 든든의 공동대표이기도 한 임 감독은 “한국 영화계를 보면 독립영화계나 대학 영화과에는 여성들이 훨씬 많고,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듭니다. 여성은 재능이 뛰어나지만 산업으로 들어오는 비율은 너무 적습니다. 제작자들이 대규모 예산이 들어가는 작품은 여성 감독에게 잘 안 맡기려 하거든요”라며 영화계 성차별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교섭>의 손익분기점은 350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데, 지난 1월 18일 개봉 후 2월 11일까지 160만 명대를 기록해 손익분기점 돌파가 사실상 어려워진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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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소 여성 뉴질랜드 총리 저신다 아던, 전격 사임
지난 1월 19일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당 대표에서 물러남과 동시에 총리직에서도 사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아던 총리는 사임 이유로 개인적 소진을 들었는데요, 그는 “총리가 되기 위해 내 모든 걸 바쳤지만 총리직은 내게서 많은 것 빼앗았다”며 “연료통을 꽉 채우고 피할 수 없이 수반되는 예상치 못한 도전들을 위한 여분까지 비축한 상태”에서만 직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데 “연료통에 더 이상 여분이 없다”고 자신의 상태를 설명했습니다. 그는 “총리를 맡은 것이 인생에서 가장 큰 명예”였다면서 “이런 특권적 역할에는 책임이 따르며 책임의 범위엔 자신이 이 일을 이끌어 나갈 적임자인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알아야 하는 것이 포함된다”고 강조했습니다.
2017년 37살의 나이로 세계 최연소 여성 총리에 오른 아던 총리는 2020년 총선에서도 압승하며 노동당을 이끌었습니다. 아던 총리는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재임 도중 출산한 국가지도자이기도 했는데요, 그는 취임 후 불과 몇 달 만에 임신 사실을 발표하고 6주간 출산 휴가로 다녀오기로 결정할 때까지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았고 이는 법정 출산휴가 기간이 너무 짧다는 사회적 논쟁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아던 총리는 딸을 위한 완벽한 생일 케이크를 굽는 게 얼마나 힘든지, 온종일 회의에서 입은 재킷에서 기저귀 크림 얼룩을 발견했을 때의 당혹스러움 등 SNS에 종종 양육의 고충을 공유한 바 있습니다. 10월에 열리는 총선에도 불출마하겠다고 밝힌 아던 총리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우리 모두 중 가장 많은 것을 희생한 가족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사실혼 배우자에게 “우리 이제 결혼하자”고 말했습니다.
아던 총리의 사임 배경을 두고 코로나19 대유행 뒤 엄격한 봉쇄 정책으로 피해를 줄이는 데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로 인한 불만이 커지고 인플레이션을 겪으며 점차 국내 지지를 잃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코로나19 방역 조치에 항의하는 백신 반대 음모론자들을 중심으로 아던 총리 개인을 향한 암살·강간 위협을 담은 온라인 폭력 또한 2021~2022년 크게 늘었고 지난해 아던 총리가 탄 차량을 백신 반대 시위대가 차량으로 뒤쫓으며 위협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던 총리는 자신의 사임이 이 같은 위협과는 상관이 없다며 선을 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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