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라이프 편으로 인사드리는 헐리버리 레드 9호입니다. 이번호에서도 여러 다양한 분야에서 일전일투를 거듭하고 있는 여성들의 소식을 모았습니다.
경제에서는 8월 5일부터 개정된 자본시장법이 시행됨에 따라 이른바 ‘여성 이사 할당제’가 어떻게 자리잡을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를 전해드리고 시가총액 상위 10위까지의 대형주의 경우 여성 주주의 수가 남성 주주를 추월했다는 소식을 준비했습니다.
문화에서는 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인기 고공행진과 극중 내용을 둘러싼 논란, 쿠팡플레이 오리지널 드라마 <안나>의 편집권 침해 소식을 다루고,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극장 개봉하는 매기 질렌할 감독의 영화 <로스트 도터> 소식, 여성 영상인 네트워크 프프프의 인터뷰와 여가부에 의한 버터나이프 크루 사업 전면 재검토,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 우에노 치즈코 교수의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광주여성가족재단의 광주여성 생애구술사 첫 기획인 『뼈를 녹여 소금꽃을 피웠다』 출간 소식 등을 정리했습니다.
스포츠에서는 한국축구사의 첫 여성 감독인 황인선 감독이 이끄는 U-20 대표팀의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첫 경기 승리, WK리그 경주한수원 소속 박예은 선수의 영국 브라이턴 이적, 김연경 선수의 국내 복귀전이 된 흥국생명과 IBK기업은행의 KOVO컵 개막전 소식 등을 준비했습니다. 해외 소식으로는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서 2015년과 2016년 2,000개 대학과 1만1,300여 개 분야 전공의 졸업생들 임금을 추적해 성별 임금 격차를 밝힌 조사 결과를 ‘NOW’ 파트로 따로 다루었습니다.
지난주에는 전국적으로 쏟아진 엄청난 폭우로 곳곳에서 침수 피해는 물론 실종과 사망 소식이 들려왔고 이번주에도 또 한번 폭우 예보가 있는데요,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는 냉정한 현실을 새삼 깨닫게 만드는 쓰라린 날들입니다만, 독자 여러분들은 모쪼록 큰 피해 없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지나가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저는 넷째 주 일요일 정치사회 편으로 다시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헐리버리 에디터 윤단우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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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연방정부 학자금 지원을 받아 2015년과 2016년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딴 170만 명의 졸업 3년 후 임금을 추적해 집계했습니다. 출신 대학은 2,000곳, 전공 분야는 1만1,300여 개로, 여성과 남성의 임금 격차가 여성이 상대적으로 저임금 직종에 종사하거나 출산 및 양육 부담을 지니기 때문이라는 통설을 깨트리는, 놀라우면서도 또한 놀랍지 않은 결과입니다.
조사에 따르면 성별 임금 격차는 특정 전공을 가리지 않았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가 많은 20개 전공 학위 취득생의 소득을 분석해보니, 16개 전공에서 남성 졸업생의 수입이 여성보다 높았습니다. 조지타운대 회계학과의 경우 졸업 3년 뒤 남성의 연봉은 여성보다 55%(약 7,200만 원) 많았고, 미시간대 법대를 졸업한 남성(16만5,000달러)은 여성(12만 달러)보다 37%(약 6,000만 원) 더 많이 벌었습니다. 이 결과는 성별 임금 격차가 여성이 저임금 직종에 더 많이 종사한다거나 출산과 양육 때문에 경력 단절을 겪기 때문이라는 통설과 배치됩니다. 조사대상을 같은 학교 같은 학과 출신, 졸업 후 3년차의 임금으로 한정해 직종이나 출산·양육이 변수로 작용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샌안토니오대 치의학과를 졸업한 여성 아니사 마레디아는 “구직 과정에서 면접관들은 주로 여성 지원자들에게만 결혼 여부와 가족계획을 물었고, 남성이 여성보다 빨리 뽑혔다”고 응답했는데요,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처럼 취업 시장의 암묵적 성차별이 성별 임금 격차의 결정적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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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규모 2조 원 이상의 상장회사는 이사회를 특정 성별로만 구성할 수 없다고 규정한 개정된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이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8월 5일부터 시행됩니다. 이번 개정안은 기업의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그동안 남성 일색으로 구성되어 온 역사가 있다 보니 ‘여성 이사 할당제’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화여대 경영학과 강혜련 교수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이사회 여성 참여의 법적 기반이 갖춰졌다는 의미가 있다. 여성 이사 할당제의 취지는 다양성을 갖추는 것인 만큼 다양한 경력의 여성들이 참여하는 선순환구조가 필요하다”고 법안의 필요성을 말했고, 이복실 세계여성이사회 한국지부 회장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사회의 다양성이 갖춰지지 않은 기업이 기업공개(IPO)를 통과하기 어렵게 했다. 캐나다국민연금투자위원회(CPPIB)도 상장기업이 이사회의 다양성을 갖추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해외의 흐름에 대해 짚었습니다.
법 실시를 앞두고 여성 임원의 수는 조금씩 늘어 올해 국내 100대 기업 중 70곳이 여성 임원을 한 명이라도 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에 의하면 100대 기업의 여성임원 숫자는 지난해 322명에서 올해 1분기 399명으로 77명(23.9%)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이사회 규모와 상관없이 형식적으로 여성 이사 1인만 확보한 수준에 그쳐 법적 규제를 피하기 위한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으며, 또한 여성이사 선임의무를 어기더라도 별도의 제재 규정이 없다는 점도 현행법의 맹점으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법을 지키지 않은 기업에 별도 제재가 가해지지 않고 당초 의안에 있던 여성 이사 선임의무를 준수하지 않으면 사업보고서에 이를 공시하도록하는 문구가 삭제된 것도 문제로 꼽힙니다.
13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여성 이사 할당제의 향후과제」 연구보고서는 이에 대해 “양성평등을 위한 제도는 형식적으로 소수집단 중 일부를 상징적인 대표로 뽑아 구색을 맞추는 ‘토크니즘’을 탈피해야 한다”며 “이사회 규모와 무관하게 단지 1인의 여성이사를 두는 것은 토크니즘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며, 여성 이사 선임으로 인한 기업지배구조 등의 이점이 존재하더라도 이를 실현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습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여성이사 강제 할당은 ‘성별보다 능력위주의 인사원칙’을 무시하는 역차별”이라며 공정 가치에 어긋난다고 주장해 앞으로의 진통을 예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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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주식투자자가 증가하면서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의 경우 여성 주주가 남성보다 더 많아진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7월 24일 한국예탁결제원이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예탁결제원이 주주정보를 관리하는 종목 가운데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뽑아보니 9개 종목이 여성 주주가 더 많았습니다. 대형주 주주 중 여성이 더 많아진 결정적인 계기는 2020년부터 시작된 ‘동학개미운동’인데요,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주요 종목의 주가가 급락할 때 개인 투자자들은 외국인 투자자 등이 내다 파는 주식을 사들이면서 ‘동학개미’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이후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동학개미의 수도 계속 늘어 여성 개인 투자자 비율은 2020년 42.6%로 높아졌고 지난해에는 47%로 더욱 상승했습니다. 이 같은 경향에 대해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주는 ‘여성주’라는 말이 나옵니다. 여성 주주들이 더 많아서요”라며 “여성들은 길게 보고 투자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라고 진단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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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 채널 ENA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인기 고공행진을 하고 있습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변호사 우영우의 성장담으로, 드라마를 쓴 문지원 작가는 제목의 ‘이상한’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이상한’이란 단어가 캐릭터 설명에 적절한 단어라고 생각했다. ‘이상한’은 낯설고 이질적으로 피하고 싶은 부정적 의미도 있지만 동시에 이상하기에 할 수 있는 창의적 생각이나 우리 사회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드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영우를 설명하는데 매우 적절한 단어라고 생각했다.”
이처럼 ‘이상한 변호사’의 탄생은 제작사 에이스토리에서 문 작가를 찾아가 작가의 전작인 영화 <증인>의 등장인물인 자폐인 지우가 성인이 되어 변호사가 되는 게 가능한지 자문을 구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드라마는 주인공 우영우를 맡은 배우 박은빈 씨의 호연과 함께 무엇보다 장애인을 동정과 연민의 대상으로, 장애를 극복의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고 시민사회의 동료로 그려내며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자폐인을 무해한 존재로 묘사하고 자폐인의 특성을 매력적으로 포장해 전달한다는 비판 속에서도 장애에 대한 여러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도 드라마가 거둔 의미 있는 성취입니다.
한편 장애인의 사랑할 권리를 다룬 10화는 “장애인한테도 나쁜 남자와 사랑에 빠질 자유는 있지 않습니까? 사랑이었는지 성폭행이었는지, 판단은 신혜영씨 몫인데 그걸 어머니와 재판부가 대신 결정하도록 내버려 두지 마세요”라는 대사로 논란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대사는 비장애인 남성이 지적장애 여성을 성폭행한 사건에서 우영우가 피해자에게 법정 증언을 부탁하며 설득하는 장면에서 나왔는데요, 드라마는 이 ‘나쁜 남자를 사랑할 권리’라는 주장을 가해자가 성폭행 유죄 판결을 받는 장면을 통해 분쇄하는 듯 보이지만 장애여성의 어머니가 가해자 측 변호를 맡은 우영우에게 분노를 쏟아내는 장면이나, 장애여성이 가해자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 표시를 하고 가해자의 유죄 판결에서 울음을 터트리는 등의 장면을 통해 ‘사랑할 권리’를 박탈당한 장애인의 입장에 기울어진 연출을 보여줌으로써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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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자폐가 있는 천재 변호사’라는 드라마 속 우영우의 인물 설정에는 세계적 동물학자인 미국 콜로라도주립대 템플 그랜딘 교수가 모델이 되었습니다. 그랜딘 교수는 두 살때 자폐 판정을 받았는데, 당시 의사는 “평생을 보호시설에서 있어야 하며 말을 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와 학교 선생님 등의 도움으로 동물학 박사 학위를 받은 그랜딘 교수는 동물들을 위한 연구에 평생을 바쳤고, 북미 농장의 60%는 그가 농장 가축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설계한 인도주의적 시설을 도입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인정받아 그랜딘 교수는 2010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꼽은 ‘세계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됐으며, 그의 삶을 다룬 책과 영화 등이 제작되기도 했습니다. 국내에서는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에서 2021년 연극 <템플>을 제작해 무대에 올린 바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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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플레이에서 상영한 드라마 <안나>가 작품 훼손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8월 2일 드라마의 극작과 연출을 맡은 이주영 감독은 법률대리인을 통해 “쿠팡플레이가 이주영 감독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안나’를 편집, 공개(전송)했다”는 입장문을 냈습니다. 현재 공개되어 있는 6부작 형태의 드라마 <안나>는 이주영 감독을 배제한 채 쿠팡플레이 측이 일방적으로 편집한 버전으로, 쿠팡플레이가 원래 승인한 극본도, 이주영 감독이 최종 제출한 마스터 파일도 모두 8부작이었습니다. 이주영 감독은 쿠팡플레이에서 편집한 6부작 버전은 “단순히 분량만 줄어든 것이 아니라 서사, 촬영, 편집, 내러티브의 의도 등이 모두 크게 훼손되었다”며, “자신이 보지도 못한 편집본에 본인의 이름을 달고 나가는 것에 동의할 수 없어 크레딧의 ‘감독’과 ‘각본’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구했으나, 쿠팡플레이는 그조차 거절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이에 쿠팡플레이는 “감독의 편집 방향은 당초 쿠팡플레이, 감독, 제작사(컨텐츠맵) 간에 상호 협의된 방향과 현저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편집의 이유를 밝히며, “지난 수개월에 걸쳐 쿠팡플레이는 감독에게 구체적인 수정 요청을 전달하였으나, 감독은 수정을 거부했다”며 “제작사의 동의를 얻어서, 그리고 계약에 명시된 우리의 권리에 의거, 쿠팡플레이는 원래의 제작의도와 부합하도록 작품을 편집했고 그 결과 시청자들의 큰 호평을 받는 작품이 제작됐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주영 감독은 “서로 설득하고 명분 싸움을 하는 과정이 영화와 영상 작업인데, 쿠팡플레이에게는 그 과정이 중요치 않았다. 그들은 뭐든 돈을 주고 사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작업 과정을 회고하며, “쿠팡플레이는 <안나>가 대중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또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자신들이 옳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의 오만함과 어리석음을 그냥 묻고 넘어갈 수는 없다”며 싸움을 계속할 것임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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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프프(FFF, Feminist Filmmakers Forever)는 남성 중심 영상업계에서 여성들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느낀 여성 영상인 3인으로 2020년 출범했습니다. 여성가족부의 ‘성평등 문화 추진단 버터나이프 크루’ 2, 3기 참가팀에 선정되며 단체의 몸집도 커져 현재 3기 프프프로 활동하고 있는 영상인은 84명에 이르고, 이들은 광고, 방송, 영화, 비디오아트, 모션그래픽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성가족부에서는 8월 5일 ‘성평등 문화 추진단 버터나이프 크루’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는데, 이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전날인 8월 4일 “여가부 장관과 통화하여 해당 사업에 대한 문제점을 전달”했다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린 것과 맞물려 거센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프프프는 업계 내의 불공평과 성차별에 대해 토로하는 ‘토로회’를 여는 한편 지원사업, 영상프로그램 및 장비 정보 등을 담은 뉴스레터 발행, 여성 멘토와의 워크숍 등 다양한 활동으로 입지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여성 영상인이 자기 작업에 조금 더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직접적인 성차별도 문제지만, 여성 영상인이 자신감이 없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포트폴리오(자신의 작업 결과물을 모은 자료)를 공개하는 것도 부끄러워하는데 막상 작업을 보면 훌륭하다. 자기 어필을 해야 일을 따올 수 있는 환경이다. 더 자신감을 가졌으면 한다”고 여성 영상인들을 독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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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매기 질렌할이 첫 연출작으로 영화 <로스트 도터>를 선보였습니다. 현대 이탈리아 문학을 대표하는 가장 중요한 여성 작가로 손꼽히는 엘레나 페란테의 『잃어버린 사랑』이 원작으로, 책을 읽고 감명을 받은 매기 질렌할은 판권을 구매하기 위해 출판사와 작가에게 이메일을 보냈고, 페란테는 질렌할이 연출을 맡는 것을 조건으로 영화화를 허락했습니다. 질렌할은 2021년 베니스영화제 각본상을 비롯해 각종 영화제에서 37개의 트로피를 쓸어담는 저력을 보여주며 성공적인 감독 데뷔를 치러냈습니다.
그리스의 어느 해변으로 여름휴가를 떠난 중년의 대학교수 레다는 어린 딸과 함께인 젊은 여성 니나를 만나게 되고, 니나의 모습에서 일과 육아 사이에서 갈등하고 괴로워하던 과거의 자신을 떠올립니다. 영화는 과거의 레다와 현재의 니나를 교차시키며 모성 신화에 대해 질문하고 사회가 여성에게 모성이란 이름으로 압박하며 얼마나 자기를 포기하고 희생하기만을 요구하는지, 그게 여성에게 얼마나 큰 고통으로 다가가는지를 돌아보게 합니다.
영화는 베니스영화제 프리미어 상영 이후 넷플릭스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되었는데, 이례적으로 국내에서는 영화 제작 전 판권의 사전 구매가 이루어져 극장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과거의 레다를 연기한 제시 버클리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로, 현재의 레다를 연기한 올리비아 콜맨은 여우주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된 것은 더욱 이례적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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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문학사상사와의 판권 계약이 만료되며 절판 사태가 빚어졌던 이민진 작가의 『파친코』가 새로운 출판사 인플루엔셜에서 개정판으로 출간되었습니다. 화제의 첫 문장 “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는 기존 번역에서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에서 개정판 번역은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로 바뀌었습니다. 이민진 작가는 이 강렬한 첫 문장에 대해 “역사는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존중하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평범한 사람들은 생존하고자 계속 고군분투했죠. 억압, 불공평과 불평등에 대한 저항의 감정을 담았어요”라고 설명합니다.
『파친코』는 일제강점기부터 한국전쟁, 1980년대 일본 버블경제까지 역사적 흐름에 내맡겨진 재일조선인 4대의 연대기로, 특히 서사의 촉매가 되는 주인공 선자는 주어진 운명에 순응하던 당시 여성상과 달리 혼전 임신을 하고, 일본으로 이주하고, 김치 장사를 하며 억척스럽게 역경을 헤쳐나가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이민진 작가는 처음 이 책을 써야겠다고 마음먹은 1995년부터 실제 출간이 이루어진 2017년까지 작품을 수없이 고쳐 썼는데, 그 이유는 “역사적 재앙에 맞선 개개인의 이야기”가 되어야 한다는 확신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왕과 통치자의 역사는 분명히 매력적이지만, 우리가 인맥이나 물질적 자원이 부족한 평범한 사람들의 역사적 이야기에도 굶주려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민진 작가는 현재 세 번째 장편 『아메리칸 학원』을 집필 중이며, 이 작품은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파친코』에 이은 ‘한국인 디아스포라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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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자 우에노 치즈코 도쿄대 명예교수의 신간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가 출간되었습니다. 우에노 교수는 “2018년 일본인 사망 원인 1위는 암, 2위는 심혈관 질환, 3위는 노쇠였다”며 “장수사회로 진입하면서 갑작스러운 질병을 앓다 병원에서 죽는 노인들보다 만성질환을 앓으며 서서히 내 집에서 노쇠해 죽는 노인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그는 고령화를 넘어 다사(多死) 사회로 진입할 미래에는 의료기관이 그 많은 노인의 죽음을 감당할 수 없을 거라고 전망하며 “살아가는 동안 고립되지 않는다면 고독사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선결되어야 할 1인 노인 가구의 주거 문제에 대해서는 “주거가 불안정한 노인에게 빈 집을 빌려주는 제도가 마련된다면 재택사를 위한 사회적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노인이 안심하고 죽을 수 있는 세상에서는 청년도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어요. 부모 간병에 구속받지 않으니까요. 혼자 당당히 살아가는 부모를 보며 홀로 살아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될 겁니다. 노인은 머잖아 다가올 청년의 미래이니까요.” ‘재택사(在宅死)’를 권하는 우에노 교수의 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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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여성가족재단에서 방직공장 여성노동자 6인의 삶이 담긴 책 『뼈를 녹여 소금꽃을 피웠다』를 출간했습니다. 이 책은 광주여성 생애구술사의 첫 기획으로, 이번 프로젝트의 구술채록과 집필 작업은 지난해 구술채록학교를 통해 광주여성구술채록단으로 위촉된 12명의 광주시민이 참여했습니다. 구술자 고인선, 노미례, 김옥희, 김복희, 김은경, 정미숙씨는 1935년생(87세)부터 1982년생(40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에 걸쳐 있으며, 이들의 이야기는 1953년 전쟁 후에 방직공장에 입사한 것을 시작으로 임동의 일신방직이 가동을 중단하기 직전인 2019년까지 광주 방직공장의 역사가 빼곡히 녹아 있습니다. 재단에서는 구술생애사 발간과 온라인 아카이빙 등을 통해 여성의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며, 전통시장 여성상인 구술채록을 단행본으로 엮는 작업도 추진 중에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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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선 감독이 이끄는 20세 이하(U-20) 여자축구 대표팀이 코스타리카에서 열리고 있는 U-20 여자월드컵에서 캐나다와의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며 새 역사를 썼습니다. U-20 여자월드컵은 2년에 한 번씩 개최돼오다 2020년 대회가 코로나19 여파로 취소되면서 2018년 이후 4년 만에 열리게 되었습니다. 한국이 속한 C조는 캐나다, 나이지리아, 프랑스로 구성되어 FIFA 랭킹 18위인 한국이 가장 약체로 꼽혔습니다. 프랑스는 지난 2018년 대회까지 최근 3회 연속 4강에 진출했고, 나이지리아와 캐나다는 모두 준우승 경험이 있는 강팀들입니다. 한국은 앞서 치러진 9번의 대회 중 본선 출전은 5회, 2010년 독일 월드컵에서 거둔 3위가 최고 성적입니다.
2021년 11월 대표팀을 맡아 한국축구 여남 각급 대표팀을 통틀어 역사상 첫 번째 여성 감독이라는 역사를 쓴 황인선 감독은 감독 데뷔전에서 승리하며 FIFA 주관 대회에서 승리를 거둔 첫 여성 감독으로 또 한 번 새로운 역사를 썼습니다. 2:0으로 승리한 한국 대표팀의 골은 모두 세트피스에서 나왔는데, 후반 8분 배예빈(포항여전고) 선수의 코너킥이 상대 자책골로 이어지며 선제골을 기록한 데 이어 후반 17분에는 배예빈 선수의 코너킥을 문하연(강원도립대) 선수가 헤더로 연결해 쐐기골을 성공시켰습니다.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뒤집고 시종일관 상대를 압도하며 거둔 완벽한 승리라는 점에서 더욱 값진 결과입니다. 이 경기의 승리로 조 1위로 올라선 한국은 8월 15일 나이지리아, 18일 프랑스와 차례로 격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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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K리그 경주한수원 핵심 미드필더인 박예은 선수가 영국 FA 여자 슈퍼리그 소속 브라이턴 앤 호브 앨비온으로 이적했습니다. 지난해에도 이탈리아 세리에A 유벤투스의 관심을 받았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구단에서 외국인 선수를 뽑지 않기로 방침을 정하며 실제 이적으로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브라이턴에는 이금민 선수가 2020년부터 뛰고 있어 박예은 선수가 적응하기에는 더 좋은 환경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박예은 선수도 “사실 영국에 제일 가고 싶었다. 대표팀 내 영국에서 뛰는 해외파 언니들이 많이 다르다고 느꼈다. 그래서 가고 싶었다. 또 언니들이 영국에서 잘했기에 좋은 인식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 언니들을 보며 꿈을 키웠는데 현실이 됐다”며 브라이턴 이적을 기뻐하고 있습니다. 박예은 선수는 이로써 영국 토트넘 홋스퍼 FC 위민의 조소현 선수, 브라이턴 앤 호브 앨비온 WFC의 이금민 선수, 독일 FC 퀼른 프라우엔의 심서희 선수, 스페인 마드리드 CFF 이영주 선수, 일본 알비렉스 니가타 레이디스의 이효경 선수에 이어 다섯 번째 해외파 선수가 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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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3일 순천 팔마체육관에서 개막한 ‘2022 순천 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KOVO컵) 여자부 경기에서 흥국생명이 김연경 선수와 김다은 선수의 40득점 합작으로 IBK기업은행을 세트스코어 3:1로 제압하며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습니다. 당초 김연경 선수는 개막전 출전이 불투명했으나 선수 5명, 스태프 2명이 확진되며 첫날부터 경기에 투입되었습니다. 이튿날 열린 현대건설과 KGC인삼공사의 경기에서는 17득점으로 맹활약한 황연주 선수를 앞세운 현대건설의 3:0 완승, 같은 날 열린 한국도로공사와 페퍼저축은행의 경기 역시 배유나 선수와 정대영 선수 등 베테랑이 활약한 한국도로공사가 3:0 완승으로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습니다. 개막전에서 패배한 IBK기업은행은 15일 GS칼텍스를 상대로 첫 승리에 도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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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서 준비한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헐리버리 레드에서는 연령이나 직업, 주제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여성들과 나누기를 원하는 다양한 분야의 여성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다른 여성들과 나누기를 원하는 여성 필자의 투고도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이번 호를 어떻게 읽으셨는지 하단의 폼에서 의견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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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사이트hersight.pub@gmail.com헐리버리는 her와 delivery를 합성한 조어로, 허사이트의 여성주의 큐레이션 메일링 서비스입니다. 헐리버리 ‘레드’는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이 언론매체에는 어떻게 담겼는지 조명하는 뉴스 큐레이션으로, 매달 두 번째 일요일에는 ‘라이프 편’이, 네 번째 일요일에는 ‘정치사회 편’이 발행됩니다.수신거부 Unsubscrib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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