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올해 마지막 발행하는 뉴스 헐리버리는 깊이와 관점이 있는 기획기사를 모은 REPORT EDITION으로 인사드립니다. 이번 호에서는 우선 지난호에서 예고해드린 것처럼 넥슨의 게임 속 ‘집게손가락’에서 촉발된 테러의 양상과 그 폐해를 다각도로 분석한 기사들을 모았습니다. 게임업계에서 자행되고 있는 ‘페미니즘 마녀사냥’이 어떻게 심화되고 있는지, 사태 해결을 위한 스튜디오 뿌리 측의 노력과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기업과 언론 측 태도의 문제도 함께 짚어보았습니다.
2018년 미투 운동의 촉매제가 된 서지현 검사가 전 검찰국장 안태근에 대한 성추행과 인사 불이익 고발에 대해 형사상으로는 무죄, 민사상으로는 패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경향신문 플랫팀에서 문단 내 성폭력 고발의 시발점이 된 시인 박진성의 성추행을 폭로하며 7년간의 길고 힘겨운 싸움을 마무리한 98년생 김현진 씨를 올해의 여성으로 선정했습니다. KB국민은행이 예금ㆍ대출ㆍ인터넷뱅킹 업무 등을 맡던 6개 콜센터 용역회사를 4개로 줄이기로 해 해당 용역회사에 소속된 상담사 240명이 일자리를 잃게 되었습니다. 상담사들은 일방적 계약 해지를 ‘부당해고’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2023년 하반기 노동시장 평가와 2024년 노동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노동시장을 ‘여성’과 ‘60대 이상 고령층’이 지탱했다는 평가를 내놓았습니다. 20개가 넘는 시민사회단체와 여러 개인들이 모인 ‘2024년 3.8 여성파업 조직위원회’에서 여성파업을 통한 노동환경 개선과 사회 변화에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책방 달리에서는 도서 『이렇게 누워만 있어도 괜찮을까 - 오늘도 고립의 시간을 살아가는 여성 청년들』(안예슬 저, 이매진 출간)을 소개하며 여성 청년들의 고립의 문제를 이야기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아직도 공고하게 지켜지고 있는 부성 우성주의 속에서도 ‘엄마 성 쓰기’에 대한 시도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습니다. 엄마 성을 따르기 위한 60대 김선경 씨와 30대 김준영 씨 두 모녀의 노력을 소개합니다. 올해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히는 <더 글로리>의 김은숙 작가와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준 사극 <연인>의 황진영 작가의 드라마 철학을 인터뷰로 만나봅니다.
해외 소식으로는 올해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었지만 수감 중이라 시상식에 참석하지 못한 나르게스 모하마디 소식과, 전 남자친구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한 이탈리아 대학생 줄리아 체케틴의 장례식을 계기로 이탈리아에서 페미사이드 규탄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 올해 BBC 100 Women 명단에 포함된 뷰티 사업가 후다 카탄이 뷰티 산업의 성차별에 대해 이야기한 인터뷰 기사를 모아 전해드립니다.
올 한 해도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남기 위해 분투한 모든 여성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합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연휴 보내시고 헐리버리는 신년에 더욱 새로워진 모습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한 해 동안 감사했습니다.
-에디터 윤단우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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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 무릎 꿇리는 놀이인가”...페미니즘 백래시 강해졌다
지난달 국내 거대 게임사 넥슨이 공개한 게임 '메이플스토리' 홍보영상에 남성을 비하하는 집게손가락(집게손) 모양이 등장하면서 남성 혐오(남혐)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논란은 남초 커뮤니티에서 해당 장면을 그린 애니메이터 색출로 이어졌고 나아가 업계 종사자의 사상검증을 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으로까지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해당 장면을 그렸다고 잘못 알려진 한 여성의 신상 정보가 무분별하게 유출됐고, 사실관계를 파악하지 않은 넥슨은 머리부터 조아렸다. 해당 영상을 만든 넥슨의 하청업체는 업계 퇴출 위기에 몰렸다.
온라인 커뮤니티가 남혐 논란을 촉발해 페미니즘을 공격하는 '백래시(사회 변화에 대한 반발심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남성 이용자들이 대다수인 온라인 집단이 페미니스트를 색출해 징벌하고, 이들이 주요 소비층인 기업은 이를 묵과하거나 동조하는 현상이 수년째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백래시는 한국 사회가 안전하다는 감각을 무너뜨린다"며 "빨리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대표적인 국내 페미니즘 백래시는 2016년 나타났다. 2015년 국내 페미니즘이 대중화하자 20대 남성 중심의 남초 커뮤니티가 반격을 주도했다. 2016년 7월 넥슨의 게임 '클로저스'의 캐릭터 '티나'를 맡은 성우 김자연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소녀들은 왕자가 필요 없다(Girls Do Not Need A PRINCE)'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사진을 올렸다가 집중 공격을 받았다. 결국 넥슨은 김씨를 교체했다.
같은 해 페미니즘 서적을 읽거나 관련 물건을 사용한 여성 연예인에 대한 공격도 빈번했다. 걸그룹 레드벨벳의 아이린은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이유로 일부 남성우월주의자 누리꾼들로부터 사이버불링(온라인상 집단적 괴롭힘)을 당했다. 걸그룹 에이핑크 멤버 손나은도 '여성은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Girls can do anything)' 문구가 적힌 휴대폰 케이스를 썼다가 남초 커뮤니티에서 조롱과 모욕을 당하는 등 비슷한 피해를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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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작 엎드리는’ 모습 보여야 했다…‘집게손가락’ 논란에 입 연 뿌리의 용기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제기된 게임 캐릭터의 이른바 ‘집게손가락 논란’이 음모론에 불과한 정황이 추가로 확인됐다. ‘메이플스토리’의 엔젤릭버스터(엔버) MV 콘티뿐만 아니라 스튜디오 뿌리의 다른 영상들도 남성 감독이 연출하고 그린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뿌리 총감독으로 캐릭터의 움직임을 만들고 검수한 이는 에미상을 수상한 유명 남성 애니메이터 김상진 감독과 해외 팬덤이 두터운 최인승 감독으로, 이들은 “감독 의도에 반해 애니메이터가 임의로 특정 장면을 삽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당초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뒤 퇴사한 것으로 알려진 A씨는 현재 퇴사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넥슨이 남초 커뮤니티 주장에 따라 엔버의 손가락 모양을 ‘남성혐오’로 규정하자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사무실로 찾아오는 등 위협했고, A씨를 포함한 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퇴사 소식이 담긴 2차 입장문을 냈다는 게 뿌리 측 설명이다. 총 매출의 80퍼센트를 쥐고 있는 원청사에게 ‘납작 엎드리는’ 모습을 보여야 했다고도 했다.
뿌리 측은 음모론에 반박할 자료가 “차고 넘치는”데도 여론과 넥슨의 압박에 입을 열지 못했다고 했다. 원청사는 해명의 기회를 주지 않았고,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미 심판이 끝난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용기를 낸 이유에 대해 뿌리 측은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고 했다. 3일 구로구 뿌리 스튜디오에서 김 감독과 장선영 대표, 일러스트레이터 A씨를 만났다. 뿌리 측 관계자들이 이번 일과 관련해 입을 연 것은 처음이다.
김 감독은 이번 사태에 대해 “30년 애니메이터 인생이 부정당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2007년 TV 시리즈 애니메이션 <아바타-아앙의 전설>로 제59회 에미상을 받은 베테랑 애니메이션 감독이다. 그는 2015년 <아바타-더 레전드 오브 코라>를 연출한 최 감독과 함께 뿌리를 창업했다. 김 감독은 “작업 과정을 이해하면 이번 논란이 얼마나 황당한지 다들 이해하실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논란이 된 그림을 하나하나 짚으며 설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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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상 밝혀져도 ‘페미 검증’에 몸 사리는 기업, 논란의 판 키운다
‘집게 손 모양’으로 촉발된 게임업계의 ‘페미니스트 검증 논란’이 사회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남혐 논란’에 휩싸인 기업들이 과잉대표된 ‘남초 커뮤니티’의 공격에 굴복해 이들에게 효능감을 심어줌으로써 ‘여혐 확산’에 일조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게임을 제작한 넥슨은 지난달 26일 홍보 애니메이션에 남성 혐오를 의미하는 ‘집게 손 모양’이 들어갔다는 일부 누리꾼들의 공격이 쏟아지자 누리집에 사과문을 올려 “홍보물 제작 과정에서 세심하게 검토하지 못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홍보 애니메이션은 비공개 처리했다. 넥슨은 “맹목적으로 타인을 혐오하는 데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고, 몰래 드러내는 데 희열을 느끼는 사람들에 단호히 반대한다”며 남초 커뮤니티의 주장에 동조하는 입장까지 밝혔다. 하지만 정작 메이플스토리 홍보영상의 집게 손 모양 장면의 콘티를 그린 것은 ‘페미’가 아니라 40대 남성 애니메이터인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집게 손 검증’은 근거 없는 허상이자 억측이었던 셈이다.
그럼에도 논란은 게임업계를 넘어 일반 기업으로까지 번졌다. 포스코의 올해 신입사원 채용 영상에 집게 손 모양이 등장한다는 주장이 지난달 28일 나왔고, 논란이 커지자 포스코는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영상을 비공개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사내 메신저에도 집게 손 모양이 나온다는 글이 지난달 29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와 논란이 일었다. 삼성전자는 애초 의도한 게 아니라고 해명하다가 공격이 쏟아지자 지난 30일 해당 사진을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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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냐?” 면접 때 묻고…입사 뒤엔 자른다
인터뷰에 참여한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2016년 7월 ‘넥슨의 게임 클로저스 성우 교체 사건’을 계기로 페미 사상 검증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 클로저스의 신규 캐릭터 티나의 목소리 연기를 맡은 성우 김자연씨가 ‘소녀들은 왕자가 필요하지 않아’(Girls Do Not Need A Prince)라고 적힌 티셔츠를 입었다는 이유로 남성 이용자들이 ‘남혐’이라고 항의하자, 넥슨이 즉각 성우를 교체한 사건이다. ㄱ씨는 “이전에도 온라인에서 창작자를 향한 일부 유저들의 공격이 있었지만, 회사가 이런 공격 때문에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은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 교체 당시 넥슨코리아의 개발법인이었던 데브캣스튜디오의 개발책임자 김주복씨가 ‘업계 선도 위치에 있는 회사가 이런 논리를 인정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피해자를) 작업물에서 배제하고 심지어 피해자가 사과문을 올리게까지 만든 건 업계에 대단히 나쁜 선례를 만든 것’이라는 비판 글을 에스엔에스에 올리기도 했지만, 이런 의견은 묵살됐다. 오히려 넥슨의 대응을 비판한 게임캐스터·성우 등이 연달아 일자리를 잃었다. 업계에선 ‘일단 페미 검증에 걸리면 끝장’이라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이 콘텐츠 업계의 사상검증 피해 사례를 파악한 결과, 2016년부터 올해 12월 초까지 ‘페미’라는 이유로 해고 등을 겪었다는 사례 등 83건에 달한다. ‘페미인 게 뭐가 문제냐’며 맞붙어봐야 승산이 없다는 분위기 속에, 이슈화되지 않은 더 많은 문제들이 잠재해 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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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게 손가락’ 사태, 공포감 키운 언론의 무책임
2년 전 ‘GS25 사태’를 불렀던 ‘집게 손가락 찾기’ 악몽이 게임업계를 휩쓸었다. 넥슨 ‘메이플스토리’의 여성형 캐릭터 ‘엔젤릭버스터’(엔버)가 남성 비하성 손모양을 취했다는 일부 게임 이용자들 의심에 애꿎은 여성 애니메이터가 온라인 괴롭힘을 겪었다. 영상을 제작한 스튜디오 뿌리는 물론 원청인 넥슨 직원들도 ‘집게 손’을 찾아 없애는 데 밤낮 없이 동원됐다. ‘집게 손’이 발견될 때마다 사회적 혼란이 벌어지고 피해가 속출하는 사태, 언론은 어떤 역할을 했나.
이번 논란은 게임 캐릭터 엔젤릭버스터가 뮤직비디오 영상에서 춤 추는 장면을 프레임 단위로 천천히 보면 집게 손 모양을 한 장면이 있다는 일부 커뮤니티 이용자들 주장이 발단이다. 이 집게 손이 한국 남성 성기가 작다고 조롱하는 ‘메갈리아’(2017년 폐쇄) 로고와 같은 뜻으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뿌리 소속 애니메이터 A씨가 과거 본인 SNS에 “은근슬쩍 스리슬쩍 페미해줄게”(2022년 3월)라는 글을 올렸던 일이 뒤섞여 ‘의도적 남성 혐오’라는 주장이 만들어졌다.
일부 커뮤니티에서 공유되던 주장은 지난달 26일, 메이플스토리 측의 공식 사과로 수면 위에 올랐다. 메이플스토리는 “많은 용사님께 걱정을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해당 홍보물은 더 이상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하고 최대한 빠르게 논란이 된 부분들을 상세히 조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진행하고자 한다”고 했다. 뿌리 측은 “(집게 손은) 동작과 동작 사이에 이어지는 것으로 들어간 것이지 의도하고 넣은 동작은 절대 아니다”라며 “이유를 막론하고 지적해주신 그림들로 불쾌감을 느끼게 해드린 것에 잘못을 통감하고 있다”고 했다. 뿌리는 이튿날 논란의 이미지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고 A씨는 퇴사했다며 잘못을 시인하는 듯한 2차 입장문을 냈다가 이를 삭제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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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의 ‘미투’ 6년, 대한민국의 현주소
서지현(전 검사)이 졌다. 형사도 지고 민사도 졌다. 직권남용 혐의로 기소된 성추행 가해자 안태근(전 검사장)은 1·2심에서 유죄가 선고됐으나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돼 결국 무죄가 확정됐다. 형사와 별도로 서지현은 성추행과 인사 불이익을 당해 손해를 입었다며 안태근과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대법원은 21일 원고 패소 판결을 확정했다. 성추행 사건은 시효가 지났고, 안태근의 직권남용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2018년 1월 현직 여성 검사가 TV 뉴스에 직접 나와 검찰 고위 간부로부터 성추행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당시 창원지검 통영지청 소속이던 서지현은 “2010년 한 장례식장에서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 안태근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서지현은 이후 소속 검찰청 간부를 통해 사과받기로 하는 선에서 정리했지만 어떤 사과도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오히려 2014년 사무감사에서 검찰총장 경고를 받고, 2015년에는 법무부 검찰국장인 안태근에 의해 원치 않는 지방 발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서지현의 폭로는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의 도화선이 됐다. 각계각층에서 미투가 봇물처럼 터져나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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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플랫이 선정한 올해의 여성 ‘98년생 김현진씨’
성희롱을 당했다고 폭로한 지 7년, 그중 절반에 가까운 4년 동안 이어진 재판. ‘무고 가해자’가 될 뻔했던 1998년생 김현진씨(25)는 숨거나 피하지 않았다. 김씨는 늘 재판에 참석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문단 내 성범죄 사건, 미투(#MeToo·나는 고발한다) 운동 등에서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개한 여러 피해자들은 ‘꽃뱀’ ‘무고범’이라는 시선과 싸워야 했다. 여성들은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라고 외쳤지만 가해자가 감옥에 간 건 폭로한 지 7년이 지나서였다.
경향신문 플랫팀은 24일 페미니즘 백래시(사회·정치적 변화에 대해 나타나는 반발 심리 및 행동) 현상이 강해진 2023년, 자신의 목소리를 잃지 않고 꿋꿋하게 지켜온 김현진씨를 ‘올해의 여성’으로 선정했다.
2016년 18세 고등학생이었던 김씨는 시를 좋아해 문인이 되고 싶었다. 그러나 1년 전 시인 박진성씨(45)에게 성희롱을 당한 사실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당시엔 박씨 이름을 거론하지 않고, 성희롱 피해 사실만 알렸다. 박씨는 자신의 이야기임을 알고 김씨에게 ‘치료비를 대주겠다’ 등 연락하더니, 돌연 돈을 노린 ‘허위 미투’라고 몰아갔다.
사건 초기 박씨는 문단 내 성범죄 사건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승소한 판결을 앞세워, 언론사들에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그 소송들에 김씨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았다. 김씨는 법원에서 직접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민사소송 1심이 진행된 2021년 4월 9일, 김씨는 처음으로 재판정에 출석해 울음을 삼켜가며 자신의 피해 사실을 증언했다. 이후 늘 재판정에 참석해 발언했다. 몇 년을 무고범 낙인에 시달린 끝에 검찰이 박씨를 허위사실 공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고 법원은 지난달 8일 박씨에게 ‘1년8개월의 실형’을 선고, 그를 법정구속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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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행 콜센터 240명 해고… 대부분 여성ㆍ저임금ㆍ비정규직
KB국민은행으로부터 도급계약이 해지된 고객센터(콜센터) 상담사들이 11일 “부당해고를 중단하라”며 거리로 나섰다. 여성ㆍ저임금ㆍ비정규직 노동자인 콜센터 상담사 대량 해고는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강조하고 나선 ‘은행권의 사회적 책임 강화’와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전지부는 11일 서울 영등포구 국민은행 신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은행이 예금ㆍ대출ㆍ인터넷뱅킹 업무 등을 맡던 6개 콜센터 용역회사를 4개로 줄이기로 했다”며 “정규직은 억대 연봉을 받으면서 가장 낮은 임금을 받는 콜센터 여성 상담사는 거리로 내모는 파렴치한 선택”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은행과 계약이 해지된 콜센터는 그린씨에스ㆍ제니엘로, 이들은 지난달 30일 소속 상담사 240명에게 '해고 예고 통지서'를 발송했다. 해고 사유는 직장폐쇄였다.
상담사들은 일방적 계약 해지를 ‘부당해고’라고 반발했다. 노조는 “해고된 업체는 20여 년 동안 고용승계가 이뤄져 왔다”며 “20여 년 동안 단물만 빨아먹고 버리겠다는 건 명백한 부당해고”라고 했다. 원청이 하청업체와 계약을 해지하더라도 신규 하청업체가 고용승계를 하는 관행을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2021년 원청업체가 청소 용역업체를 교체하더라도 근로자 전원을 고용승계하는 관행이 있었다면 신규 업체가 고용승계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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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여성·60대 이상’이 지탱한 노동시장…내년 고용률 전망은
올해 한국의 노동시장은 경기 부진에도 ‘여성’과 ‘60대 이상 고령층’이 지탱했다는 국책연구기관 평가가 나왔다. 올해보다 경기가 다소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되는 내년 고용률과 실업률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한국노동연구원은 ‘2023년 하반기 노동시장 평가와 2024년 노동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노동시장은 견고했던 상반기 노동시장 상황이 하반기에도 이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초 높아진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과 지난해 취업자 증가에 따른 기저효과 등으로 올해 노동시장은 위축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올해 1~10월 평균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33만6000명 증가한 반면, 실업자는 6만4000명 감소하면서 대체로 선방했다는 평가다. 고용률도 전년 대비 0.5%포인트 증가했다.
연구원은 올해 노동시장을 ▶여성 고용의 성장 ▶60대 이상 고령층 고용 증가 ▶제조업 고용 둔화 ▶서비스업 위주의 고용 회복세 등 4가지 키워드로 요약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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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3월 ‘여성 파업’이 기획되고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밍갱 활동가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더 나빠지고 있는 노동환경, 그것이 특히 여성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지적했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선언하며 탄생한” 윤석열 정부, 이 선언은 현실과 동떨어진 것이었다. 현실은 이렇다. 2022년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31.2%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이는 “남성이 100만원 받을 때 여성이 68만 8000원을 받으며 일한다는 것”이다. 거기다 “한국은 OECD에 가입한 원년인 1996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27년째 단 한번도 성별임금격차 1위를 놓친 적이 없다”는 ‘대단한’ 기록을 세우는 중이다.
임금격차만이 문제가 아니다. 여성 노동자들은 남성 노동자들보다 ‘더 나쁜’ 일자리로 내몰리고 있다. “여성 노동자들은 무려 두 명 중 한 명이 비정규직”이며, “시간제 노동에선 남성은 9.4%인 것에 반해, 여성은 26.2%에 달한다”. 이렇다 보니 “2022년 기준 임금노동자 중위임금의 2/3미만인 여성 저임금 노동자는 약 223만명으로, 무려 여성노동자의 22.8%를 차지”한다.
윤석열 정부가 끊임없이 강조하는 ‘장시간 노동’은 여성들에게 더 치명적이다. 주 69시간 근무를 한다면, 양육과 돌봄을 하는 여성노동자들은 2시간밖에 못 자는 상황을 맞이한다. 노동 시간이 길어지면 돌봄노동을 하는 노동자들(다수가 여성)은 “더 짧은 노동 시간을 찾아 시간제 일자리로 이동”하게 되고, 이는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일자리를 의미”한다. 뿐만 아니라 “기업 및 회사는 모든 여성이 미래의 돌봄전담자가 될 것이라는 가정 아래, 초장시간 노동을 감당하기 어렵다 판단할 것”이며, 이는 여성들의 노동시장 진입과 채용 등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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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여성의 ‘고립’을 구성하는 요소들
우리 사회에서 먼저 ‘고립’된 존재로 주목한 것은 중·노년 남성이다. 그 후 “청년 고립이라는 주제가 등장한 뒤에는 ‘컴퓨터 앞에서 시간을 보내는 남성 청년’이라는 이미지가 청년 고립을 대표한다.” 저자는 다양한 배경과 서사를 가진 고립 청년 여성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분석하면서, 사회가 외면한 이들의 존재와 위치를 드러낸다. 고립은 개인의 문제나 선택이 아니며, 특히 여성 청년은 노동과 생계, 진로에 관한 문제가 고립 과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저자를 포함해 인터뷰에 참여한 고립 여성 청년들은 “모두 일이 없는 공백기에 고립을 경험했다.” 노동시장에 처음 진입할 때부터 불안정 노동을 경험한 여성 청년들은 자주 실업 상태에 놓이며, 실업이라는 공백은 이들을 다시 고립으로 이끈다.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여성 청년들은 안전망이 부족한 비정규직, 계약직, 프리랜서, 아르바이트 노동에 다수 포진되어 있다. 공공에서 만든 청년을 위한 사회적 일자리에 참여하더라도 대부분 단기직이어서 그것을 ‘직업’으로 가지기 어렵고, 진로에 장기적 전망을 기대하기 힘들다.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일자리 사업은 왜 우리에게 안정감을 주지 못하는가.”
반면 남성 청년은 여성 청년에 비해 안정적 노동시장을 경험하는 집단에 속할 가능성이 21퍼센트 높다. 또한 일터에서 여성 청년은 “노동자가 아니라 성적 매력을 지닌 젊은 여성으로 소비된다.” 성별화된 직종 분리와 성별 임금 격차, 직장 내 성희롱 문제 등은 여성 청년들로 하여금 사회적 신뢰를 잃게 하고, 한 개인으로서의 독립과 노동자로서의 성취 모두에 큰 방해물이 된다. 저자는 일터에서 소속감을 느끼고 동료 관계를 경험하는 것이 여성 청년의 고립 문제 해결에 필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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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공고한 부성 우선주의, ‘엄마 성 쓰기’는 어디까지 왔을까
2008년 호주제 폐지를 골자로 한 민법 개정안이 시행됐지만 부성 우선주의는 여전히 공고하다. 민법은 원칙적으로 “자녀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규정한다. 다만 당시 개정안에 “부모가 혼인신고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는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는 ‘선택지’를 만들었다. 이에 따라 혼인신고할 때 ‘자녀의 성·본은 모의 성·본으로 하는 협의를 했는가’라는 조항에 ‘예’라고 표기하고 별도 협의서를 제출한 경우 자녀에게 모의 성·본을 물려줄 수 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날 때가 아니라 혼인신고 때 아이의 성을 결정해야 하는 점, 모의 성을 따를 때만 혼인신고서에 별도로 체크해야 하는 점, 부의 성을 따를 땐 받지 않는 협의서를 모의 성을 따를 때만 받는 점 등이 문제로 제기돼왔다. ‘기본값’이 부성으로 돼 있다 보니 혼인신고 때 엄마 성을 따르겠다며 협의서를 제출하는 경우는 1000건 가운데 2~3건에 불과하다. 송효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1년 ‘젠더리뷰’에 “자녀의 성 결정에 관한 조항은 민법에 남아 있는 가장 명시적인 성차별 조항”이라고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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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말했다 “엄마부터 엄마 성으로 바꿔볼게”
“엄마 성을 쓰는 사람은 적은데, 아이가 따돌림 당하면 어떡해?”, “아이가 엄마 성을 따르고 싶다고 한 게 아닌데 마음대로 해도 돼?” “남편이 싫어하지 않아? 시부모님은 어떡하고?” 그림책 작가인 준영씨가 아이에게 자신의 성을 주고 싶다고 하자 다들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 시가, 남편 걱정을 했다. 준영씨를 걱정하는 사람은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과도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없었다.
2008년 호주제 폐지 이후 혼인신고서에 엄마의 성을 쓸 수 있는 조항이 추가됐다. “자녀의 성·본을 모의 성·본으로 하는 협의를 하였습니까?”라는 문장에 ‘예’나 ‘아니오’로 표시할 수 있다. 엄마 성을 주기 위해선 ‘예’ 항목에 체크해야 한다. 준영씨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혼인신고하던 날 구청 직원에게 “아직 아이에게 엄마 성을 줄지 아빠 성을 줄지 결정하지 못했다”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구청 직원은 “나중에 정정할 수 있다”고 잘못 안내했다. 대신 구청 직원은 ‘협의서’가 필요하다고 했다. 협의서가 필요한지 몰랐던 준영씨는 구청에 양식이 있느냐고 물었다. 구청 직원은 양식은 따로 없고 알아서 준비해와야 한다고 했다. 전세자금 대출 기한 때문에 혼인신고 당일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협의서를 준비하지 못했고 나중에 엄마 성을 쓸 수 있도록 정정할 수 있다는 말에 준영씨 부부는 ‘해당란’에 ‘아니오’라고 체크하고 혼인신고를 마쳤다. (중략)
준영씨는 자신부터 엄마 성을 따르기로 마음 먹었다. ‘기본값’은 부성인 세상에서 엄마 성을 쓰는 사람을 한 명이라도 늘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법이 부성 우선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으니 벽이 매우 단단하게 느껴졌다”며 “엄마 성을 쓰는 경우가 조금이라도 덜 특수한 상황이 되도록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즈음 준영씨는 모의 성·본을 따르는 사람들을 모으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기 시작했다. 혼자 법원에 가서 성·본 변경 청구를 하면 받아들여지기 어렵겠지만 여럿이 모이면 법원이 조금 더 움직이지 않을까 생각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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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작가 <더 글로리> 김은숙 인터뷰 ② 신데렐라가 아닌 쌍방 구원 서사
- 동은과 현남, 동은과 경란 등 폭력의 피해자였던 여성들의 관계성도 눈에 띈다. 남성의 구원 없이도 서로를 도울 수 있는 현실적인 여성 연대를 보여준다. 심지어 동은과 현남이 가까워지는 과정은 로맨틱 코미디 뺨치는 재미도 자랑한다. (웃음)
= 내가 로맨틱 코미디를 오래 쓰다 보니 ‘샤랄라’한 이미지가 있나 보다. 하지만 내 인생이 어떻게 ‘샤랄라’ 하기만 했겠나. <더 글로리>에 담긴 여성 연대는 내가 살면서 직접 겪고, 듣고, 보고, 혹은 읽었던 글 안에 다 들어 있던 것이었다. 여자 김은숙과 성공한 작가 김은숙이 어떤 접점에서 만난 결과물이다.
(중략)
- 사실 <파리의 연인>과 <시크릿 가든>을 다시 보면서 당시 여성 캐릭터와 배우 김정은, 하지원의 성취가 상대적으로 지워졌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런 의미에서 <미스터 선샤인>의 고애신(김태리)이 보여준 진취성과 그 의미가 대중에게도 충분히 조명받은 점이 좋았다. 시대가 바뀌었다.
= 예전에도 여성 캐릭터를 놓치지 않고 잘 만들기 위해 늘 노력했는데 대중에게 반응이 더 오는 쪽은 남자주인공이었다. <더 글로리>는 여자주인공이 복수를 하는 이야기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었지만 앞으로 할 작품에서 남성과 여성 캐릭터를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여전히 헷갈린다. 내가 쓴 대사와 상황들이 요즘 친구들에게 받아들여질지 점검하기 위해서 젊은 작가들의 의견을 많이 듣는다. 가령 남자가 먼저 키스하는 장면이 있다고 하면, 그건 ‘폭력’이라는 지적이 회의 시간에 나온다. 그런데 여전히 남자가 키스를 리드하는 그림을 좋아하는 시청자가 존재하고 그들의 선호를 배제할 수 없다. 지금 시대에 맞는 기준이 무엇일까 매일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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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외에 다른 선택은 없다, ‘연인’ 황진영 작가
- 대개 드라마는 주인공에게 안전한 실패를 주고, 치명적인 아픔이나 고난은 주변 인물에게 준다. 시청자의 이입 대상이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지금까지 포로로 끌려간 여성주인공을 보기 어려웠는데, <연인>은 그 시련을 길채에게 안긴다.
= 포로가 된 여자주인공을 조명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말을 보다 직접적으로 바꾸면, 적에게 욕을 당한 여자주인공을 조명한 경우가 거의 없었다는 말로 해석할 수 있다. 나는 주인공 캐릭터가 작품의 주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난을 겪으면서도 끝까지 멋진 폼을 유지하는 길채가, 또 마음속에 뜨거운 사랑을 품은 아름다운 잡놈 이장현이 <연인>의 기획의도이고 주제이다. 길채는 <연인>이 가장 중요하게 다루고 싶었던 포로의 상징이다. 이역만리에 끌려가서도 씩씩하게 살아남길 선택한 포로의 모습을 길채를 통해 담아내고 싶었다. 필연적으로 길채는 포로로서 모든 고통을 겪어야 했다. 너무 가혹한 일이다. 하지만 그런 길채를 장현이 목숨도 아끼지 않고 끌어안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이 그 당시 사람들을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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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 평화상 시상식, 빈 의자에 피어난 수선화
지난 10일 노르웨이 오슬로 시청에서 2023년 노벨 평화상 시상식이 열렸다. 이란의 인권운동가 나르게스 모하마디가 올해의 노벨 평화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다. 하지만 불법 시위 혐의로 10년9개월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 그는 시상식에 직접 참석하지 못했다. 시상식에는 8년째 어머니를 만나지 못한 17세 쌍둥이 자녀가 대리 수상자로 참석했다. 그리고 자녀들 사이에는 빈 의자가 놓여 있었다. 모하마디를 위한 자리였다.
모하마디는 옥중에서 이란 정권을 ‘폭압적이며 반여성적 종교 정부’라 비판하며 중동에서의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을 “풍성한 문명의 중심에 있었던 여성이지만 지금은 전쟁, 테러리즘, 극단주의의 불 가운데 있는 종교 출신”으로 규정하며, 이란 국민에게 장애물과 폭정에 맞서 투쟁할 것을 촉구했다. 노벨 평화상 시상식에는 이란 인권과 민주화를 위해 활동해온, 이란에서 망명하거나 이주한 여성 영화배우, 운동선수, 변호사를 비롯해 현재 조국에서는 공연을 할 수 없는 여성 가수 마흐사 바흐다트가 ‘희망의 반짝임’이라는 곡을 선사했다. 그 자리에 있는, 조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여성들은 기쁨의 눈물을 함께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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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페미사이드’에 1만명 분노 물결 “성폭력에 더는 침묵 안해”
전 남자친구에게 잔인하게 살해당한 이탈리아 여대생 줄리아 체케틴(22·사진)의 5일 장례식에 카를로 노르디오 법무장관을 포함한 전국 곳곳의 추모객 1만 명이 참석하는 등 이탈리아 전역이 들끓고 있다. 이탈리아 최초의 여성 총리인 조르자 멜로니 총리 또한 같은 날 페이스북에 “여성은 혼자가 아니다”라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멜로니 총리는 폭력 및 스토킹 피해자를 위한 콜센터 번호도 직접 공개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북동부 베네토주 파도바의 산타주스티나 대성당에서 체케틴의 장례식이 열렸다. 추모객들은 이 사건이 대표적인 ‘페미사이드’라고 규탄했다. ‘여성(Female)’과 ‘살해(Homicide)’를 합한 말로 성혐오, 성착취, 성차별 등을 이유로 여성이 살해당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앞서 지난달 18일 이탈리아 명문 파도바대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한 체케틴은 전 남자친구이자 학교 동기 필리포 투레타(21)에 의해 살해당했다. 투레타는 체케틴과의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했으며, 같은 학부에 다니는 체케틴이 자신보다 먼저 졸업하려는 것에 분노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범행 직후 독일로 도주했지만 현지 검찰에 붙잡혀 고국으로 송환됐다.
부검 결과 체케틴의 얼굴과 목 등에서는 스무 군데 이상의 자상이 발견됐다. 범행의 잔혹성 등으로 이탈리아에서는 파장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유엔 ‘국제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인 지난달 25일에는 로마, 밀라노 등 전국 곳곳에서 수십만 명이 여성 폭력 근절을 촉구하는 행진을 벌였다. 당국에 따르면 체케틴을 포함해 올해 이탈리아에서 살해당한 여성은 107명이다. 이 중 82.2%(88명)가 가족, 연인 등에 의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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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다 카탄: “뷰티 산업은 성차별적이다” 메이크업계의 아이콘이 말했다
카탄은 올해 BBC 100 Women 명단에 포함된 인물로, 전 세계에서 영감을 주는 100명의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선정됐다. 그는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진 뷰티 사업가로, 인스타그램에서 5000만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가장 큰 메이크업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뷰티 산업과 소셜 미디어를 강하게 비판했다.
"뷰티 산업은 여성을 대상화시킨다고 생각해요. 여성을 종종 오직 외모만으로 간주하죠."
그는 자신이 '글램'을 좋아하는 여성으로서 외모로만 평가받는 것이 얼마나 답답한지를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너무 빨리 판단하는 것은 흔한 실수라며, 자신도 개선해야 할 점이 있다고 인정했다.
사업을 운영을 처음 시작했을 때, 그는 산업 내 일부 사람들이 자신을 심각하게 대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정말 힘들었어요. 회의 중에 저에게 시선을 주지 않고 제 남편만 바라보는 경우가 자주 있었습니다" 그녀는 말했다. "저 말고 제 아내에게 이야기하세요" 그의 남편이 말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남편에게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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