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성의제 뉴스 큐레이션 ‘레드’로 인사드리는 에디터 윤단우입니다. 레드는 여성의제에 대한 뉴스 큐레이션십 서비스로, 여성들이 어디까지 전진했고 또 어디서 좌절하고 있는지 우리의 현재를 뉴스에서 다뤄진 모습으로 조명해보는 기획입니다.
우리가 매일 기사로 접하는 현실 속 여성들에 대한 차별과 폭력은 물론 유리천장과 유리절벽 앞에서도 전진하며 성취를 이뤄내는 여성들의 성공에 대한 이야기들을 모아 우리의 현재를 진단합니다. 여전한 미디어 속 여성혐오적인 시각에 대해서도 다룰 계획입니다. 그달의 여성 관련 주요 기사들을 요약해 정리하는 콘셉트로 매달 마지막 금요일에 발행될 예정인데요, 제작과정에서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거치며 첫 번째 레터부터 지각을 하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대선과 지선이 연달아 있는 해이고 또한 아시안컵과 올림픽이 차례로 이어지는 해라 올해의 헐리버리 레드에서는 정치와 스포츠 분야에서 활약하는 여성들을 유독 많이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이달에도 스포츠 코너를 준비했었는데 레터 분량이 넘치는 바람에 눈물을 머금고 덜어내야 했답니다. 포맷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이 끝난 것이 아니라서 다달이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릴 테니 기대 많이 해주시고, 하단에 폼을 추가했으니 레드 1호를 어떻게 읽으셨는지 소감과 의견도 부탁드립니다.
그럼 설날 연휴 즐겁게 보내시고 다음 호에서 뵙겠습니다.
- 헐리버리 에디터 윤단우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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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가 40일 뒤로 다가왔습니다. 정의당의 장혜영 의원은 이번 대선을 ‘여성이 사라진 선거’라고 규정하며 “최근 몇 년간 수많은 시민들의 노력으로 힘겹게 진전되어온 여성 인권의 성취를 무로 돌리고 부정하려는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강하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여성가족부 개편을 말하고 있는 각 대선 후보들 역시 약속이나 한 듯이 부서 명칭에서 ‘여성’을 삭제하는 공약을 내놓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성평등 가족부로,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성평등부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성평등인권부로 각각 부서 명칭을 변경하겠다고 하고, 다른 후보들이 여성가족부의 역할을 재조정하기 위함이라는 명분을 강조하는 동안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아예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양성평등가족부를 신설하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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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유권자 단체인 ‘샤우트 아웃(SHOUT-OUT)’은 거대 양당 대선 후보가 모두 페미니즘을 악마화하고 있다며 1월 5일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반페미니즘은_청년의_목소리가_아니다’, ‘#빼앗긴_여성의_목소리를_되찾자’, ‘#우리는_여성혐오에_투표하지_않겠다’ 등의 구호로 해시태그 운동을 펼쳤습니다. 이들은 지난해 12월에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여성혐오 대선 규탄 시위’를 진행했는데, 시위와 해시태그 운동을 기획한 샤우트 아웃 대표 김주희 씨는 “페미니즘을 사회악으로 규정할수록 성폭력 피해자를 비롯해 여성들이 폭력과 범죄 2차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며 “정치권은 사회적 혐오를 활용해 권력을 얻으려는 행위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관련 기사 ‘#반페미니즘은_청년의_목소리가_아니다’···‘여성혐오 대선’ 규탄 나선 그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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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탐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에서 윤석열 후보 부인 김건희 씨와 인터넷매체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와의 7시간에 걸친 통화녹취록을 공개했습니다. 특히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김건희 씨가 미투 운동에 대해 “돈을 안 챙겨주니까 터지는 것”이라며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권력형 성범죄를 부인하고 피해자 김지은 씨에게 2차 가해를 가한 내용이었습니다.
보도가 나간 뒤 김지은 씨는 1월 17일 입장문을 발표해 “당신들이 생각 없이 내뱉은 말들이 결국 2차 가해의 씨앗이 되었고, 지금도 악플에 시달리고 있습니다”라고 사과를 요구하며 “한낱 유한한 권력을 가지고, 국민을 나누고, 조종하고, 조롱하는 당신들에게 맞서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습니다.
관련 기사 [전문] 안희정 성폭력 피해자 김지은 “김건희, 2차 가해 사과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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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1월 21일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김지은 씨를 비공개로 만나 “미투 발언 이후 굳건하게 어려운 길을 헤쳐온 것”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김지은 씨가 겪은 성폭력은 정치의 한복판에서 일어난 일이다. 피해자가 제대로 사과받고 당시 권력형 성폭력 범죄의 의미가 다시 한번 정확하게 국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후보의 한 사람으로서 노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김지은 씨는 “(심상정) 후보님이 제 목소리뿐만 아니라 수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주러 오셨다고 생각한다”고 응답하며 “가해자가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고 성범죄자로 인정된 부분에 대해서까지, 그렇게 왜곡하고 조롱하는 발언을 한다면 어느 누가 자신의 피해 사건을 고발하고 끝까지 싸우겠나?”라며 “그 용기를 꺾는 발언이었기 때문에 저뿐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김건희씨 발언이) 큰 상처가 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관련 기사 김지은씨 만난 심상정 “김건희씨 사과, 반드시 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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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 김잔디(필명) 씨가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김잔디 씨는 출판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출간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잊혀질 권리’라는 것이 존재합니다. 특히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게 있어 ‘잊혀질 권리’는 더욱 간절한 소망일 것입니다. 그러나 저에게는 잊혀질 권리보다 ‘제대로 기억될 권리’가 먼저 회복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대로 기억되어야, 제대로 잊혀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사건 발생 이후부터 제가 복직하게 되기까지 468일간의 기록이며, 저는 이 책을 통해 한 명의 존엄한 인간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책을 출간한 출판사 천년의상상은 “김씨와 책이 이념적 지형에 따라 적대적으로 갈린 양대 정치 집단의 이해관계에 어떤 식으로든 사용되거나 복무되는 것을 거부한다”고 밝히며 “책이 2022년 현재를 살아가는 한국 사회의 전 구성원에게 우리가 지키고 마땅히 가꿔나가야 할 공동체의 정의와 윤리적 가능성을 묻는, 불편하지만 피해서는 안 될 유효한 질의서”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관련 기사 박원순 성폭력 피해자의 생존 기록 『나는 피해호소인이 아닙니다』 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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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N번방의 최초 신고자인 추적단 불꽃의 활동가 박지현 씨가 1월 2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선대위원회에 합류했습니다. 권인숙 의원의 제안으로 민주당 선대위 여성위원회 부위원장 겸 디지털성범죄근절특별위원회 위원장직을 맡게 된 박지현 씨는 “이번 대선은 2030 여성들에게는 특히 배제됐다고 여겨지는 선거”라면서 “피해자 보호와 가해자 엄벌에 더 목소리를 내고 싶어서 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박지현 씨는 “윤 후보는 여가부 폐지를, 이 후보는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을 내걸었다. 남성들을 위한 공약밖에 없다고 느끼는 2030 여성들이 많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여성 참정권이 사라졌냐’는 자조 섞인 말도 나온다. 우리 목소리를 더 응집해서 내야겠다고 생각했다”면서 “엄청나게 많은 고민과 숙고를 거쳐서 여기 왔다. 제가 모니터링하던 텔레그램방에 제 사진이 올라올 것을 감수하고 내린 결정이다. 피해자가 더이상 숨지 않고 일상을 회복하고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기 위해 싸우겠다”고 포부를 밝혔습니다. (하단 첫 번째 기사 참조)
또한 민주당 내부에서 박원순 전 시장의 성폭력 피해자를 ‘피해호소인’이라고 명명한 기조에 대해서도 다음과 같이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너무 부족했다고 본다. 그 부족함 때문에 제 고민이 더 길어진 것도 맞다. 그래서 앞으로 민주당이 해나가야 할 반성에도 제 역할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피해호소인’이라는 단어는 피해자에게 큰 상처가 될 수밖에 없는 단어다. 민주당이 권력형 성범죄가 다시 일어나지 않을 수 있는 철저한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 부분이 아직 미흡하다고 본다. 대선이 있기 전까지 민주당이 이 부분을 같이 논의하면서 만들어 나갔으면 한다.” (하단 두 번째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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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직을 내려놓고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으로 윤석열 후보의 선거 캠프에 합류해 놀라움을 안겼던 신지예 씨가 1월 3일 직에서 사퇴하며 다시 한 번 유권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신지예 씨는 “진보 진영에서는 저를 변절자라 욕했고, 보수 진영에서는 저를 페미니스트라며 환영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는 믿음 하나로 윤석열 후보를 향한 지지 활동을 묵묵히 이어 나갔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는데요, “그런데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온 저에게 더 강한 저항은 국민의힘 내부에 있었다”며 “후보와 공식적인 환영식을 하고, 캠프의 공식적인 직함을 받아 활동하는 저에게조차 사퇴하라는 종용은 이어졌다”고 사퇴에 이르게 된 과정을 설명했습니다. (하단 첫 번째 기사 참조)
1월 28일 신지예 씨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이번 대선은 안희정·오거돈·박원순 사건으로 이어진 ‘성폭력 심판’의 선거였으면 한다. 그래서 진영이 달라도 기꺼이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며 선대위에 합류했다”고 윤석열 후보와 손을 잡았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2030 여성표 결집 등 외연 확장을 위해 영입된 게 아니냐는 세간의 추측에 대해서도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 ‘김잔디(가명)’님 등 민주당 성폭력 사건 피해자들과 힘을 모아 정치권 내 성폭력 문제에 목소리를 낼 생각을 했었다”며 “김잔디님은 여전히 2차 가해자들에게 둘러싸여 일한다. 그런 분이 목소리를 내고 ‘피해자는 강하다’라는 인식을 심어준다면 한국 사회에 큰 의미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성폭력 심판을 대선 의제로 삼을 계획이었다고 말하며 무산된 데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습니다.
신지예 씨는 이번 대선이 “시스템 개혁의 분기점”이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밝히며 “내각제, 이원집정부제, 대통령 권한 축소 등 권력구조 개편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시스템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개인적으론 이런 고민을 나눠볼 포럼 등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대선 이후의 계획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하단 두 번째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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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청년본부 양성평등특별위원회 위원장 이명준 씨가 1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논란이 되었습니다. 이명준 씨는 안티페미니즘 단체인 신남성연대에 대해 “신남성연대는 성파시즘 세력의 문제점을 낱낱이 파헤쳐 수많은 젊은 친구들이 함께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들어낸 곳”이며 “우리 진영에서는 누구도 해내지 못한 소위 반페미의 시장화 모델을 성공시킨 업적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명준 씨는 또한 “성파시즘 세력은 대한민국의 사법과 입법과 행정 그리고 문화, 예술, 출판 등 넓고 강력한 연대를 맺고 있다”며 “우리가 나아갈 길은 아직 멀다”고 남성들의 현실을 진단하며 “신남성연대의 앞으로의 행보를 진심으로 응원한다”라고 글을 마무리했습니다.
관련 기사 국민의힘 양성평등특별위원장 “신남성연대 행보 응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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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NN에서는 CNN은 1월 24일(현지시간) <워싱턴 포스트> 칼럼니스트 파리드 자카리아의 진행으로 ‘한국의 놀라운 안티페미니즘 운동’을 방송했습니다. 방송은 “지난 5월 조사에 따르면 79%에 이르는 20대 남성이 자신들이 심각한 성차별의 피해자라고 느낀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은 2020년 기준 선진국 중 성별 임금 격차(31.5%)가 가장 크고 상장사 여성 임원 비율은 5%밖에 안 되는 나라”라고 보도하며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라는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한국 정치 문화에서만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우파 정치인에게 활력을 불어넣는 요소로 여성혐오가 사용되는 것은 새로운 현상이 아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관련 기사 CNN “한국의 안티페미니즘은 ‘기이한 현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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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지난 2015년 국민은행 채용 과정에서 응시자 점수를 조작하는 등 부정 채용에 관여한 전 인사팀장 오 모 씨에 대해 징역 1년의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오 씨 등은 2015년 상반기 신입 행원 채용 과정에서 남성 합격자 비율을 높일 목적으로 남성 지원자 113명의 서류전형 평가점수를 높이고, 여성 지원자 112명의 점수를 낮춘 혐의를 받아 업무방해,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었습니다. 반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양벌규정(범죄 행위자와 법인을 함께 처벌)에 따라 임직원들과 같이 재판을 받은 국민은행에는 벌금 500만 원이 부과됐습니다.
관련 기사 男 합격 늘리려 점수 조작…국민은행 전 인사담당 징역 1년 확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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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런데도 국민의힘 중앙선대본부에서는 공공부문 여성할당제의 부분 폐지와 축소 추진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의미 있는 경쟁이 보장돼야 한다. 격리나 할당, 분리가 원칙이 돼선 안 된다”며 할당제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밝혔고, 정책본부 소속 한 청년보좌역은 “비율 축소를 중심으로 (여성이 과대표된) 특정 영역을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는 게 맞다”고 의견을 피력했습니다. 이준석 대표는 여성할당제뿐 아니라 청년이나 지역할당제에 대해서도 줄곧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는데, 이에 대해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한마디로 본인은 혜택을 받고 사다리 걷어차는 것 아니냐”고, 더불어민주당의 김상희 국회부의장도 “청년할당으로 들어온 분인데, 여성할당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서 깜짝 놀랐다”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관련 기사 국민의힘, 여성할당제 부분 폐지 및 축소 검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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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지난해 5월 한겨레에서는 20대 남성들이 역차별의 근거로 지적하는 ‘여성할당제’에 대해 분석하는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공무원 채용에서 1996년부터 시행된 ‘여성공무원 채용목표제’는 2003년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로 명칭이 변경되었는데, ‘여성할당제’ 성격을 띠고 도입된 이 제도는 최근 10여 년간 ‘남성할당제’로 기능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공무원 공채시험 등에서 여성 합격률이 남성을 따라잡거나 넘어서면서, 주로 남성 응시자들이 추가로 채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2015~2019년 통계를 보면 국가직 공무원 역시 2015년을 기점으로 남성 추가합격자가 여성합격자보다 많아지기 시작해 지난 5년간 국가직 공무원 남성 추가합격자는 여성보다 36명이 많다고 합니다.
정치 영역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단숨에 남녀 동수내각 실현은 어렵겠지만 출발할 때는 30% 수준에서 출발해 단계적으로 임기 내 남녀 동수내각 실천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약했습니다. 그러나 이 약속은 여성 장관의 비율이 33.3%를 차지하던 2020년 1~12월까지 1년간 짧게 지켜졌을 뿐, 나머지 대부분의 기간에는 지켜지지 못했습니다. 21대 국회의 여성 의원은 역대 최다 비율을 기록했지만 그마저도 19%에 불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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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군복무 중 받은 위문편지’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습니다. 진명여고 2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이 학내 봉사활동으로 행해지는 편지 쓰기에서 원래 취지인 위문이 아닌 “군 생활 힘드신가요? 그래도 열심히 사세요^^”, “앞으로 인생에 시련이 많을 건데 이 정도는 이겨줘야 사나이가 아닐까요?”, “그니까 파이팅~ 추운데 눈 오면 열심히 치우세요^^” 등의 조롱을 담아 편지를 보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내용은 각종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빠르게 퍼져나갔고, 게시글이 올라온 11일부터 거의 2주 동안 400건이 넘는 기사가 작성되었습니다.
남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편지를 쓴 것으로 추정되는 학생의 신상 정보가 유포되었고, 성희롱성 발언이 쏟아졌으며, 해당 학교에는 ‘평점 테러’가 행해졌습니다. 나라를 지키는 국군장병에게 감사를 표하기는커녕 조롱으로 군의 사기를 저하시켰다는 이유였습니다. 반면 여성청소년으로 하여금 성인남성인 군인을 위문하는 편지를 강제로 쓰도록 하는 것은 군부독재의 잔재로 시대착오적일 뿐 아니라 성차별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되었습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위문편지 폐지에 대한 청원이 올라왔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은 이를 비판하는 성명서를 발표했습니다. SNS를 중심으로 익명의 여성들이 모여 ‘여성결사’라는 단체를 결성하고 성명서 발표, 해당 학교와 관내 교육청에 항의 전화 및 팩스 총공, 온라인 해시태그 운동 등의 행동에 나서는가 하면 ‘편지 찢는 여자들’이라는 단체는 시내 곳곳에 위문편지와 관련된 문안을 인쇄한 현수막을 걸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에 해당 학교는 위문편지 폐지를 검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학생과 군인 양측에 모두 사과하고 “학생 신상 공개 등 심각한 사이버 괴롭힘이 벌어지는 상황에 대해서는 강한 우려를 표한다”며 “이 과정에 학생들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생에 대한 괴롭힘을 멈춰달라”고 호소했습니다. 또한 서울시교육청은 관련 신고가 접수되자 피해 사례를 모은 후 지난 18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습니다. 교육청은 이 같은 수사 의뢰와 더불어 피해 학생들을 위한 조치도 지속적으로 취하겠다고 밝히며 “(디지털 성폭력) 게시물 삭제 지원 등을 위해 성폭력피해지원센터와 연계해 소통하고 있다"며 "피해학생들을 종합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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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매체는 여성에 대한 폭력, 강간, 살해와 관련된 기사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성의 일상은 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우리는 이제 매일 비슷비슷한 사건을 접하는 탓에 어떤 사건이 어떤 사건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러 있는 상태입니다. 지난 1월 한 달 동안 쏟아진 기사들만 해도 엄청났습니다. 사건들을 모두 레터에 담기는 어려워 고민 끝에 다음과 같이 몇 건의 기사를 선별했습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25세의 남성 박 모 씨가 초등학교 6학년 여아를 성폭행한 사건이 일어났는데요, 사건의 전개과정이 끔찍한 것은 물론 사건 발생 후 수사과정도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스키강사인 박 씨는 스키대여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남자 중학생에게 여자를 소개해달라고 했고, 피해자가 초등학생인 줄 알면서도 모텔로 끌고 가 조건만남, 즉 성매매를 요구했고, 거절하는 피해자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성폭행을 저질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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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아동 성착취물 제작·유포 혐의로 인터폴 수배자 명단에 올랐던 16세 한국 남성이 12월 베트남 호치민시에서 체포되어 한국 경찰에 신병이 인도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습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미성년 여성들에게 접근해 성적인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도록 한 뒤 성착취물 사이트에 올려 수익을 올린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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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에서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무참히 살해한 20대 남성의 신상이 공개되었습니다. 27세 조현진입니다. 조 씨는 1월 12일 전 여자친구의 집 화장실에서 수 차례 흉기로 찔러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당시 집에는 피해자의 어머니도 있었습니다. 19일 충남경찰청은 신상정보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피해자가 숨지는 중대한 피해가 발생했고, 범죄사실 증거가 충분하며, 정보 공개를 통해 교제범죄에 대한 예방효과가 기대된다는 점에서 신상정보 공개요건을 충족한다고 판단해 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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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교도소에서 복무 중이던 빅뱅의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가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월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이는 지난해 8월 1심 선고보다 절반이나 감형된 판결로, 이 같은 감형 이유는 1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던 승리가 항소심에 임하며 모든 혐의를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태도를 바꾼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승리가 ‘버닝썬 게이트’로 받은 혐의는 성매매, 성매매 알선, 성폭력처벌법,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업무상 횡령, 식품위생법, 상습도박, 외국환거래법 위반, 특수폭행 교사까지 총 9개로, 항소심 선고의 징역 1년 6월형은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가 항소심에서 받은 형량과 동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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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성폭력 사건 역시 비슷한 사건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고 있는데요, 1월 18일, 지난해 5월 발생한 공군 8전투비행단 소속 여군 부사관(하사) 사망 사건의 1심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피해자는 부서 상관이었던 28살 연상의 이 모 준위에게 수 차례 성추행을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성추행 사실은 군 내부 상담기록이나 군 경찰 수사기록에도 남아 있었지만 군 경찰은 사망 사건 조사에서 이를 누락시켜 사인을 업무 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처리하려 했습니다.
이 사건은 지난해 성추행 피해 신고 후 2차 가해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이예람 중사의 사건(관련 기사 참조) 수사가 진행되고 있던 중에 은폐·축소 시도를 했다는 문제제기가 있어 더욱 공분을 샀는데요, 피해자는 이 중사와 같은 연차의 초급 부사관으로,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따르면 여군의 성폭력 피해는 이처럼 지위가 낮은 부사관에 집중되고 있다고 합니다(관련 기사 참조).
1월 18일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는 결심에서 군 검찰이 구형한 징역 4년형보다 낮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형이 내려졌습니다. 피해자의 유족들은 이 사건의 핵심이 이 준위가 피해자의 사망 현장에서 유서로 추정되는 노트를 은폐했는지 여부임에도 재판에서 이에 대한 진실이 드러나지 않았다며 군 검찰에 항소를 요청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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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군, 성추행 여군 사망이 스트레스성 자살로 둔갑”
28살 많은 준위에 성추행 시달렸다…여하사 극단선택의 진실
군검찰, 공군 여하사 성추행 사망사건 피고인에 징역 4년 구형
공군 ‘성추행 사망’ 가해자 집행유예…“딸 유서 추정 노트 밝혀달라”
절망스러운 소식들 사이에서 작은 승리의 기쁨을 안겨주는 소식도 있었습니다. 1월 24일, 퇴사하면서 자신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다른 직원들에게 알리고 명예훼손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직원 A씨가 대법원 상고심에서 무죄를 인정받았습니다. 대법원에서는 “우리 사회의 가해자 중심 문화 등에 비춰볼 때 A씨는 2차 피해의 불안감을 가질 수 있다”며 “퇴사를 계기로 이메일을 보냈다고 비방 목적이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의 이유를 설명하고 “해당 이메일은 A씨의 직장 내 성희롱 피해 사례에 관한 것으로 회사 조직과 구성원들의 공적인 관심 사안”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로써 사건은 A씨에게 벌금 30만 원을 선고한 1·2심은 파기되어 무죄 취지로 서울동부지법으로 돌려보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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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서 준비한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헐리버리 레드에서는 연령이나 직업, 주제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여성들과 나누기를 원하는 다양한 분야의 여성들과 만나고자 합니다. 자신의 목소리를 다른 여성들과 나누기를 원하는 여성 필자의 투고도 얼마든지 환영합니다. 이번 호를 어떻게 읽으셨는지 하단의 폼에서 의견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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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사이트 hersight.pub@gmail.com 헐리버리는 her와 delivery를 합성한 조어로, 허사이트의 여성주의 큐레이션 메일링 서비스입니다. 무대 위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공연 큐레이션 ‘퍼플 ’과 현재를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뉴스 큐레이션 ‘레드 ’로 구성되며, ‘퍼플 ’은 매달 첫 번째 금요일, ‘레드’는 매달 마지막 금요일에 발행됩니다. 수신거부 Unsubscrib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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