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9월 셋째 주 월요일 뉴스 헐리버리 TOPIC EDITION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여성 고용 및 임금과 관련된 기사들을 살펴보는 한편 여성 대상 폭력과 관련해 정책과 재판 사례들을 함께 정리해보았습니다.
하나은행 채용 성차별과 관련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의 무죄가 대법원에서 최종 확정되었습니다. 여가부의 ‘2023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 고용률은 처음으로 60%대에 진입했습니다. 임금은 남성 노동자의 70%에 그쳤습니다. 반면 통계청의 ‘2023년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고용률은 역대 최고를 기록했는데, 30대 여성이 고용시장 호조를 견인했습니다.
또한 여가부가 발표한 ‘지역별 성별임금격차’ 현황에 따르면 임금격차가 가장 큰 지역은 전남이었습니다. 일본의 경우 상장기업에서 일하는 여성 정규직의 임금은 남성의 71.7% 수준입니니다. 피자 프랜차이즈 반올림피자가 가맹점 신청을 받을 때 점주의 성별과 연령에 따라 차별을 둔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논란이 됐습니다. 학교급식노동자의 건강권 침해 또한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급식실의 환기시설 미비가 급식노동자들의 건강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계속돼왔지만 여전히 급식실 대부분은 고용노동부가 정한 환기시설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기획재정부의 내년 예산안에서 가정·성폭력 방지 예산이 전액 삭감되며, 여가부는 초중고 학생 대상 ‘성 인권 교육’ 사업을 내년부터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여성계는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판사 시절 여성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관대한 판결로 여성인권을 퇴보시켜왔다고 지적하며 지명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부하직원 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전 부산시장 오거돈이 피해자가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50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았습니다. 역시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으로 재판이 진행 중인 전 충남지사 안희정은 “민사소송에서 불법행위 여부를 다시 다투자”며 배상 책임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실천문학사는 최근 성추행 시인 고은의 시집과 대담집에 대한 판매를 재개했습니다.
이달에도 여성의 안전과 생존을 위협하는 범죄사건들이 끊이지 않았습니다만, 이번 호는 뉴스를 큐레이팅하며 고용과 임금 등 여성의 경제와 관련된 기사들에 좀 더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헐리버리는 다음 주 여성의제에 대해 좀 더 심층적으로 다룬 기획기사와 칼럼 등을 모아 REPORT EDITION으로 다시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윤단우 드림 |
|
|
男 104명 뽑을 때 女 19명 선발…法 “하나은행 전 행장 무죄”
신입직원 채용 과정에서 성차별해 남성을 우대 선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종준 전 하나은행장에게 무죄가 확정됐습니다.
9월 14일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행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공동정범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김 전 행장은 2013년 하반기 하나은행 신입직원 채용 과정에서 인사 담당자들과 공모해 남·여 지원자를 이유 없이 차별 선발한 혐의를 받았습니다. 당시 최종합격자 123명 중 남성은 104명, 여성은 19명으로 남성이 월등히 많이 선발됐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하나은행 인사 담당자들은 첫 관문인 서류심사 전형 단계에서 남성을 여성보다 3~5배 더 합격시키고 점수가 비슷하거나 동일한 경우 남성을 뽑았습니다.
1심 재판부는 당시 공개채용이 남녀의 역할에 대한 전형적인 고정관념에 근거한 차별 채용이었단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김 전 은행장의 과실은 적다고 판단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하나은행의 남성 위주 채용 방식은 적어도 10년 이상 은행장의 변경 여부와 관계없이 지속했다”며 “관행적으로 이뤄진 것인 만큼 은행장이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검찰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의 판단과 같이 차별 채용임은 인정했지만 김 전 은행장의 영향이 제한적이었다고 판단했습니다. 김 전 행장이 구체적인 차별적 채용 방식을 보고받은 적이 없고 ‘남성을 많이 뽑아야 한다’는 말을 평소에 자주 한 것은 단순 의견 표명에 그쳤다는 것입니다. 검찰이 불복했지만 대법원 역시 이 같은 원심의 판단이 맞는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차별 채용을 실제 수행하고 이른바 ‘VIP 리스트’를 작성·관리해 특정 지원자에게 특혜를 준 혐의로 기소된 인사담당자들은 올해 3월 대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됐습니다. |
|
|
여성 고용률 60% 첫 진입…시간당 임금은 남성의 70%
지난해 여성 고용률이 처음으로 60%대에 진입했습니다. 하지만 남성 고용률(76.9%)에 비해 여전히 낮은 수준입니다. 여성이 일하면서 받는 시간당 임금도 남성 노동자의 70% 수준에 그쳤습니다. 또 부부가 맞벌이를 하는 경우에도, 여성의 가사 노동 시간이 남성보다 2시간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정과 일자리에서 여성이 겪는 ‘구조적 성차별’이 여전한 셈입니다.
9월 6일 여성가족부는 양성평등주간을 맞아 이런 내용이 담긴 ‘2023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는 1997년부터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돼왔으나, 지난해부터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으로 변경됐습니다. 보고서는 9개 분야(인구와 가구·노동시장·일생활균형·경제상황·사회안전망·의사결정·여성폭력·건강·사회인식) 통계 49개를 분석해 이뤄졌습니다.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15~64살 여성 고용률은 60%로, 한해 전보다 2.3%포인트 올랐습니다. 여성 고용률이 60%대에 진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같은 기간 남성의 고용률은 76.9%로, 16.9%포인트나 더 높았습니다.
여성 일자리의 질 또한 낮아, 비정규직·저임금 노동자 비율이 남성보다 높았습니다. 지난해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은 46%로, 남성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보다 15.4%포인트나 높았습니다. 여성 저임금(중위 임금의 3분의 2 미만) 노동자 비율은 22.8%로, 남성(11.8%)의 2배 수준입니다. 여성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은 1만8113원, 남성은 2만5866원이었습니다. 같은 시간을 일해도 여성이 남성 임금의 70%만 받은 것입니다.
의사 결정 권한이 있는 자리에 있는 여성 관리자 비율은 제자리걸음 수준이었습니다. 지난해 4급 이상 여성 국가공무원은 23.2%, 고위공무원은 11.2%, 본부 과장급은 26.4%였습니다. 공공기관·지방공사·공단 및 500인 이상 민간기업 관리자 중 여성 비율도 21.7%로, 전년보다 고작 0.4%포인트 늘었습니다. 2020년과 비교하면 도리어 0.6%포인트 하락한 수치입니다.
가사 분담을 ‘공평하게 분담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졌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여성(69.4%)과 남성(60%)이 비슷한 수준에서 ‘가사분담을 공평하게 해야 한다’고 응답했지만, 실제로 ‘공평하게 분담한다’고 답변한 것은 남녀 모두 10명 중 2명(여성 20.5%, 남성 21.3%)에 그쳤습니다. 그 결과, 여성의 가사노동 참여시간은 맞벌이, 홑벌이에 상관없이 남성보다 많았습니다. 특히 맞벌이 여성은 평균 3시간7분 가사 노동을 했지만, 맞벌이 남성은 54분에 그쳤습니다. 여성 홑벌이 가구의 경우도, 여성의 가사노동 시간(2시간36분)이 남성보다 37분 더 많았습니다.
한편, 2021년 성폭력 발생 건수는 3만2080건으로 2020년 대비 2613건 증가했습니다. 디지털 성폭력 발생 건수는 4349건으로 같은 기간 10% 줄었지만, 불법촬영물 발생 건수는 1355건으로 60.9% 늘었습니다. 교제폭력 범죄자 수는 1만975명으로 7.7% 감소했습니다. 스토킹 검거 건수는 542건으로 12.7% 증가했습니다. 폭력 상담 건수는 85만9967만건으로 9.7% 증가했습니다. 이 가운데 가정폭력 상담이 60%(51만4006건)를 차지했습니다. |
|
|
고용률 역대 최고…30대 여성이 고용시장 호조 견인
8월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27만 명가량 늘어나는 등 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고용시장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고용률은 ‘역대 최고’, 실업률은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청년(15~29세) 고용률이 7개월째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도 30대, 특히 여성은 8월에도 고용률이 3%포인트 이상 올랐습니다. 특히 30대 여성이 고용시장의 호조를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9월 1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67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만8000명(0.9%) 증가하며 2개월째 20만 명대의 증가폭을 기록했습니다. 취업자 수 증가세는 2021년 3월(31만4000명) 이후 30개월째 이어졌습니다.
연령별로 보면 청년 취업자는 393만1000명으로 10만3000명 줄어 10개월 연속 감소했습니다. 다만 감소폭은 6월(11만7000명), 7월(13만8000명)보다 다소 둔화됐습니다. 서운주 통계청 사회통계국장은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20대 초반 학업을 하는 재학 비중이 더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60세 이상에서 30만4000명, 50대에서 7만3000명, 30대에서 6만4000명 취업자가 늘었습니다.
고용률은 63.1%로 전년보다 0.3%포인트 상승했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비교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1년 전보다 0.7%포인트 오른 69.6%로 집계됐습니다. 1989년 1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8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치입니다. 실업률은 2.0%로 전년 동월 대비 0.1%포인트 하락했습니다. 구직기간 기준을 1주에서 4주로 변경한 1999년 6월 이후 8월 기준 최저치입니다.
고용률 증가세를 이끈 것은 30대 여성입니다. 전년 동기 대비 3.1% 상승한 68%를 기록했습니다. 모든 연령층에서 고용률 증가세가 가장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30대 여성의 취업자 수 증가, 고용률 상승은 올해 들어 지속해서 나타나고 있는데요. 올 상반기 신규 취업자 수는 당초 전망치를 훌쩍 뛰어넘는 37만 명을 웃돌았습니다. 지난해 말 연구기관들은 긴축 통화정책과 높은 대외 불확실성 등에 따른 경기 부진 탓에 올해 상반기 취업자 수 증가가 10만 명 내외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은행은 올 상반기 취업자 수 증가 규모가 각각 5만 명, 8만 명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고용·노동 분야 유일한 국책연구기관인 한국노동연구원도 실적치의 절반 이하인 14만 명을 전망했습니다.
올해 상반기 취업자 수 증가치가 전망치를 크게 상회한 이유로 전문가들은 ▲30대 여성 ▲제조업의 생산-고용의 상관관계·시차 등의 요인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김지연 KDI 부연구위원은 “추가적인 분석을 하고 있지만, 현재로선 취업자 전망치와 실적치 차이가 큰 주요 원인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 증가’로 판단하고 있다”며 “특히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고용률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말했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여성 고용률은 지난해 6월 53.8%에서 올 6월 55.1%로 높아졌습니다. 반면 남성 고용률은 같은 기간 72.4%에서 72.1%로 소폭 감소했습니다. 여성이 전체 고용률을 62.9%에서 63.5%로 끌어올린 셈입니다. 특히 30대(30~39세) 여성의 고용률은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지난해 6월 64.0%에 불과했던 고용률은 올 6월 67.8%로 1년 새 3.8%포인트 높아졌습니다. 같은 기간 89.1%에서 89.2%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30대 남성과는 대조를 이룹니다.
김 부연구위원은 “지금까지는 30대 여성의 경우 결혼과 출산 탓에 경제활동 참가율이 하락하는 연령이었지만 최근 이 현상이 약화했다”면서 “더 주요한 이유는 미혼여성이 늘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김 부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자녀가 없는 30대 여성 비중은 2017년 39.7%에서 지난해 51.9%로 커졌습니다. 또 자녀가 없는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2017년 77.6%에서 지난해 78.7%로 높아졌고, 자녀가 있는 경제활동 참가율도 51.3%에서 53.5%로 상승했습니다. 무자녀 비중이 늘어난 것이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인 주요 요인이지만 자녀가 있는 경우에도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진 것입니다.
강신혁 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도 고용시장이 견조할 수 있었던 이유로 ‘저출산’을 꼽았습니다.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인 합계출산율은 2018년 1명 이하(0.98명)로 떨어진 후 올 2분기엔 0.7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습니다. 강 실장은 “여성 실업률은 올 1분기 3.5%로 남성보다 0.5%포인트 더 높았지만, 6월은 그 차이가 0.1%포인트로 줄어 남성 실업률에 근접했다”며 “특히 30대 여성의 실업률 증감의 변동이 거의 없다는 것은 구직활동 1개월 이내에 고용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에 30대 여성의 취업이 비교적 빠르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
|
|
성별임금격차 가장 큰 지역은 전남
한국YWCA는 9월 6일 서울 중구 명동 사옥에서 ‘양성평등임금의 날’ 워크숍을 열고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임금투명성 법’ 등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여성가족부가 발표한 ‘지역별 성별임금격차’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4월을 기준으로 임금격차가 가장 큰 지역은 전남, 가장 적은 지역은 제주였습니다. 전남의 월평균 성별임금격차는 43.6%으로 전년(43.4%)과 동일하게 전국에서 가장 컸습니다. 울산(42.5%), 경북(40.2%)도 전남과 함께 임금격차가 40%를 넘는 지역으로 나타났습니다. 한편, 제주는 28.4%로 전국에서 성별임금격차가 가장 적고 유일하게 30% 미만이었습니다.
고무적인 결과도 있었습니다. 20대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임금을 더 많이 받는 지역이 나온 것입니다. 20~24세는 서울(0.2%), 대전(8.4%), 세종(24.6%), 강원 (0.9%), 25~29세는 제주(4.2%) 등에서 여성의 임금이 한시적으로 남성보다 높게 나타났습니다. 여성의 임금이 30대 후반에 하락했다가 40대 초반에 다시 상승하는 지역도 있었습니다. 부산, 대구, 인천, 경기, 전북, 경남, 제주입니다. 40~44세까지 지속적으로 임금이 상승한 광주, 45~49세까지 임금이 상승하는 세종도 눈여겨봐야 할 지역입니다.
자료를 발표한 김난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국으로 보면 (여성 평균 임금이) 30대 후반에 꺾여서 내려가는데, 지역별로 하면 다른 사례도 나타난다”며 “성별임금자료를 지역별로 살펴봐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습니다.
성별임금격차에는 근속연수 차이 등으로 ‘설명되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성차별로 인해 명확한 이유가 ‘설명되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지난해 전국에서 이 같은 ‘설명되는 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28.3%, ‘설명되지 않는 차이’가 차지하는 비중은 71.7%였습니다. 지역별로 ‘설명되지 않는 차이’의 비중은 대구가 84.5%로 가장 높고, 울산이 52.6%로 가장 낮았습니다.
김 위원은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몇 가지를 제안했습니다. △여성친화도시 확대 △지방 공공기관 통합공시 공개범위 확대 △임금투명성법 도입 등입니다. 특히, 그중에서도 ‘처벌규정’이 있는 ‘임금투명성법’ 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임금투명성법’은 올해 4월 유럽연합(EU)에서 승인돼 지난 7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법으로, EU 내 임금차별을 방지하고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100인 이상 기업이 적용대상이며, 성별임금격차가 5%를 초과하는 경우에 관한 조치, 임금차별 피해자에 차별보상, 규칙을 위반한 고용주에 벌금 등 처벌규정까지 들어 있습니다. 근로자뿐 아니라 구직자도 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 취업시 자신이 지원한 직무 등의 임금정보를 요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국내에 유사한 제도로는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월 28일 발의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있습니다. 기업 채용공고 시 임금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이 외에도 몇몇 지자체는 성별임금격차 개선 관련 조례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습니다. 김은경 한국YWCA 성평등정책위원장은 “자율권고는 효과가 없다. 벌칙규정을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습니다.
한국YWCA는 이날 이후 각 지자체에 양성평등임금 달성을 위한 ‘정책요구서’를 제출할 예정입니다. △성별임금공시제 공개항목 확대 △벌칙조항 마련으로 실효성 제고 △지자체 직영기업 및 지방출자·출연기관의 임금현황 공개 등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김 위원장은 “양성평등임금의 날이 우리 단체 노력으로 제정이 됐는데, 제정 취지에 맞는 공공기관 성평등임금공시제가 도입·실시돼야 한다”며 “남녀 동일한 양성평등 임금이어야 정의로운 임금이다”고 말했습니다.
|
|
|
日 상장사 여성 평균 임금, 남성의 71.7%
일본의 경우, 상장기업에서 일하는 여성 정규직의 임금이 남성 정규직 노동자의 71.7%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9월 2일(현지 시각) 일본 마이니치신문은 3월에 끝나는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일본 상장사 2456곳 중 남성과 여성 급여 차이를 보고한 1677개 기업의 자료를 인용해 이 같이 보도했습니다.
업종별로 보면 금융·보험업에서 여남 임금격차가 가장 컸습니다. 금융·보험업에 종사하는 여성 노동자는 남성 임금의 63.6%를 받는 것에 그쳤습니다. 건설업은 65.3%, 수산업·임업·광업이 65.5%로 뒤를 따랐습니다. 해당 업종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는 남성 노동자보다 약 40%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는 뜻입니다.
기업별로는 전자장비 제조업체 화낙의 여남 임금격차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화낙의 여성 노동자는 남성 노동자 임금의 39.7%를 받는 데 그쳤습니다. 화낙은 사업보고서에서 “우리 회사 정규직 직원 대부분이 엔지니어”라며 “최근까지 여성을 채용하거나, 여성이 지원한 경우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일본항공 역시 여남 임금격차가 컸습니다. 일본항공의 여성 노동자는 남성 노동자 임금의 45.3%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본항공은 “남녀 정규직 임금 차이는 직무별로 다르며 근속년수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습니다.
마이니치신문은 “기업들은 같은 해에 입사해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남녀 근로자의 임금 차이는 없다고 주장한다”며 “해당 회사의 여성 관리직원 수가 적을 경우 남녀 임금격차가 벌어지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습니다.
한편, 조사를 진행한 기업의 여성 관리직 비중은 9.4%에 불과해 정부 목표치인 30%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76개 제조업 기업에는 관리직 여성이 전혀 없었고, 건설업의 여성 관리직 비중이 3.2%로 가장 낮았습니다. 서비스업은 19.8%로 관리직 여성이 가장 많은 분야였습니다.
|
|
|
45세 이상·여성은 창업 어렵다? 반올림피자 가맹점주 차별 논란
국내 피자 프랜차이즈 ‘반올림피자’가 가맹점주를 상대로 상당수 원재료를 본사로부터 살 것을 강제하고, 가맹점 신청을 받을 때 점주의 성별·연령을 따져 창업을 제한한다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중저가 피자로 인기를 끈 반올림피자는 2021년말 사모펀드인 오케스트라 프라이빗에쿼티(PEF)에 인수되어 현재 전국에 348개의 매장이 있습니다.
9월 4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반올림피자 본사는 점주들이 사용하는 175개 물품 가운데 75% 이상인 132개를 ‘필수물품’으로 정해 본사에서만 사도록 강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중에는 치즈나 토핑 등 피자 품질을 위한 재료 외에도 스푼, 칼, 도마, 멸치통 등 시중에서 저렴하게 구입이 가능한 물품도 포함돼 있습니다. 가맹사업법은 제품의 동일성을 유지하는데 필수적이지 않은 일반 품목을 특정한 거래상대방과 거래할 것을 강요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반올림피자는 애당초 175개 품목 전체를 필수물품으로 강제했고, 지난 6월에서야 정보공개서(가맹계약 체결 전 필요한 각종 정보를 담은 문서)를 수정하며 필수물품 수를 132개로 줄였습니다. 그러고도 이 사실을 기존 점주들에겐 알리지 않아 일부 점주들은 이러한 사실을 모른 채 175개 품목 전체를 본사에서 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본사가 가맹점주의 성별·연령 제한을 두는 ‘차별행위’도 있었다는 주장이 점주들을 중심으로 제기됐습니다. 가맹 상담을 할 때 ‘45살 이상은 가맹점을 낼 수 없다’거나 ‘서울에선 여성이 단독 명의로는 매장을 낼 수 없다’는 식으로 안내를 받았다는 것입니다.
반올림피자 본사는 이에 대해 “내부 가맹점 규정상 여성 창업을 제약하는 공식적인 규정은 없다”면서 “다만 업의 특성에 따라 배달로 인한 리스크 대처 상황 등 창업 과정에서 배달 상의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안내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발생한 것 같다”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현재 전국 약 350개 매장 중 여성 가맹점주 비율은 여성 단독 창업자 105명, 45세 이상 여성은 49명이고, 남녀 합쳐 45세 이상은 97명이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과도한 필수물품 강제에 대해서는 “2023년 정기변경 등록된 정보공개서를 보면 설비를 제외한 초도몰품, 원부자재 전체품목 89개 중에 46개가 거래 권장품목으로 강제품목 비율이 절반이 되지 않는다”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가맹거래사는 이 같은 반올림피자의 행위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하는 정보공개서에만 필수물품 항목을 줄이고 정작 점주들에겐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비난을 피하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또 가맹점포를 여는데 점주의 연령·성별을 제한하는 것은 듣도 보도 못한 차별행위”라고 말했습니다.
|
|
|
폐암 확진 급식노동자 52명 달해… 학교 97%는 환기설비 기준 미달
교육부(장관 이주호)가 실시한 학교급식 종사자 건강검진 결과, 총 52명의 급식노동자가 폐암에 확진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급식실의 환기시설 미비가 급식노동자들의 건강을 악화시킨다는 지적이 계속돼왔지만, 여전히 급식실 대부분은 고용노동부(장관 이정식)가 정한 환기시설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9월 8일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는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강득구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학교급식 종사자 폐암 검진 결과에 따르면, 전국 총 52명의 급식노동자가 폐암에 확진됐으며 379명은 폐암 의심 또는 매우 의심 단계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 3월 학교급식종사자를 대상으로 17개 시도교육청이 진행한 폐CT검진 최종결과에서 42,077명 수검자 중 13,653명의 폐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된 바 있으며, 폐암 확진자를 포함한 폐암 의심 노동자 수는 전체 341명이었습니다. 수검자 중 폐에 이상이 발견된 노동자 수는 30%를 상회했습니다. 이윤근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직업병 연구전문가로서 이번 폐CT 검진 결과를 분석해 “이번 발표는 폐암에 국한되었으나 문제는 폐암을 비롯한 다양한 폐질환”이라며 급식노동자 건강권이 심각히 침해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10만 명당 여성 폐암 조발생률을 비교했을 때 학교급식노동자 폐암 발생률은 최대 16.4배에 달합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7월 31일까지 학교급식노동자 중 폐암으로 산업재해 승인을 받은 경우는 94건으로 교육부 폐암 검진의 두 배에 달합니다. 이 같은 차이는 교육부 검진 결과에서 중도퇴사한 폐암 확진 또는 의심 급식노동자들이 누락돼 발생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올해 각 시도교육청이 학교급식실 환기설비를 점검한 결과, 점검 학교 수 대비 환기설비 기준에 미달한 학교 비율이 97%에 달해 급식실 대부분이 환기시설 개선을 필요로 하는 상황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교육부는 올해 학교 급식실 환기설비 개선 지원 예산액을 1억 원으로 편성했습니다. 이에 강 의원과 노조는 지난해 환기설비 개선 시범사업을 실시한 경남교육청이 학교당 평균 1억 5천만 원의 예산을 편성한 것을 예로 들며 개선 지원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7월 기준 각 시도교육청이 편성한 환기설비 개선 예산편성액은 학교당 평균 4000만 원으로 교육부가 편성한 1억원에 절반도 되지 않았습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러한 편차가 각 교육청이 환기시설 기준에 부합하도록 개선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실무적 혼란을 겪고 있어 발생한 것이며, 교육청이 예산 지원과 더불어 기술적 지도감독에 나서야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들은 교육부와 각 교육청이 급식실 내 고질적인 인력미달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이들이 전국17개 시도교육청에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학교급식노동자 중 퇴직자는 1만 4000여 명에 이릅니다. 자발적 중도 퇴사자의 비율은 매년 증가해 지난해 55.8%를 기록했으며, 시도별 신규 급식노동자 채용은 평균 21.7%의 미달률을 보였습니다.
강득구 의원은 “급식노동자들의 폐암 문제가 이슈화됐음에도 2년 넘도록 환경이 바뀌지 않았고, 노동강도도 워낙 심하다 보니 신규 종사자 지원이 적고 들어와도 정착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교육당국이 예산을 투입해 조리환경을 개선하고 대체인력을 충원하는 등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
|
|
가정·성폭력 방지 내년 예산, 12억→0원 전액 삭감
가정폭력 가해자와 성폭력 가해 아동·청소년의 교정·교육 사업을 지원하는 보조금 예산이 내년 전액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성 인권 교육 예산이 감액되고, 가정 폭력·스토킹 피해자 지원 사업 예산이 소폭 증액되는 데 그치는 등 성평등 관련 예산이 대폭 감축된 모습입니다.
재정 긴축 기조를 강화한 정부가 유사·중복이나 집행 부진 사업 등 재정 누수 요인을 차단한 결과물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한편, ‘여성·성평등’을 지우려는 현 정부의 기조가 반영된 것이란 비판도 나오고 있습니다.
9월 10일 기획재정부의 ‘2023년 국고보조사업 연장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2억3000만 원이었던 가정폭력·성폭력 재발 방지 사업 예산은 내년 예산안에서 전액 삭감됐습니다. 가정폭력·성폭력 재발 방지 사업은 ▲가정폭력 가해자 교정 치료 프로그램 ▲성폭력 가해 아동·청소년 교육 ▲가정폭력 예방 홍보 등으로 구성됩니다. 대부분 2003~2004년부터 꾸준히 진행된 사업들입니다.
앞서 보조사업 연장 평가단은 “국고지원의 타당성이 있고 정부 지원이 없을 경우 해당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을 개연성이 높다”며 “가정폭력·성폭력 재발 방지 사업을 내년에도 계속 지원할 필요가 있다는 최종 평가 의견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일부 사업이 법무부와 중복된다는 등의 이유로 모든 예산을 삭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성가족부는 관련 사업 중 하나인 ‘성폭력 가해 아동·청소년 인지행동 치료 프로그램’은 일반회계로 분류해 내년에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가정폭력 피해자에게 상담·보호시설·주거·의료비 등을 지원하는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 사업은 내년 392억 원에서 396억 원으로 소폭 증가했습니다. 이를 두고도 현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가정폭력 피해자 지원이 이미 태부족인 상황에서 최근 스토킹 피해가 빠르게 늘고 있는 현실까지 고려하면, 내년 예산은 더 빠듯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성인지 예산도 줄었습니다. 이는 성평등 관점의 재원 배분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별도로 분류·관리하는 예산항목입니다. 내년 성인지 예산은 24조2000억 원으로, 약 10조 원 규모의 전세·다가구 매입임대 융자·대출 사업이 1년 만에 성인지 예산에서 제외되면서 2019년(25조4000억원)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해당 사업을 성인지 예산으로 분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국회 예산정책처 지적 등을 고려해 전세·다가구매입임대 융자 사업을 성인지 예산에서 제외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
|
|
여가부, 초중고 학생 ‘성 인권 교육’ 예산 전액 삭감
여성가족부는 청소년들의 올바른 가치관 형성을 위해 진행해온 ‘성 인권 교육’ 사업을 내년에 폐지하기로 했습니다. 윤석열 정부 집권 이래 성평등 교육이 계속 후퇴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9월 6일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여가부로부터 제출받은 내년도 예산안 자료를 보면, 여가부는 ‘성 인권 교육’ 사업을 내년에 폐지하기로 하고 예산 전액을 삭감했습니다. 이 사업에 올해 배정된 예산은 5억5600만 원입니다.
‘성 인권’이란 성별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을 권리, 성폭력 피해를 받지 않을 권리 등을 말합니다. 성 인권 교육 사업은 학생 스스로 성적 주체라는 점을 인식하고,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성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하도록 가르치기 위해 초·중·고교 장애·비장애 학생을 대상으로 2013년 시작됐습니다.
여가부는 수요(교육대상 인원) 감소와 타부처 사업과의 유사성 때문에 사업을 폐지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여가부 관계자는 “장애아동·청소년 성 인권 교육대상의 약 75% 이상이 발달장애인인데, 보건복지부도 발달장애인 성 인권 교육 사업을 추진하고 있(어 사업을 폐기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여가부의 이런 설명과는 달리, 최근 5년 동안 성 인권 교육에 참여한 인원 수는 고르게 유지됐습니다. 2018년 1만8022명이었던 수강 인원은 2019년 1만8224명으로 소폭 늘었다가 2020년부터 지난해(1만7312명)까지 3년간 1만7천 명대 수준이었습니다. 사업을 없앨 만큼 수강생 규모가 급감한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게다가 여가부의 성 인권 교육은 발달장애 학생뿐만 아니라 시각·청각장애를 가진 학생도 교육대상에 포함하고 있어, 해당 사업이 폐지되면 발달장애 이외의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성교육을 받기 어렵게 됩니다.
이진희 장애여성공감 공동대표는 “시각·청각 등 중복장애를 가진 학생도 있어 그동안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라 변별력 있는 성 인권 교육이 진행돼왔다”며 “성 인권 교육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장애 학생이 발견되기도 한다. 그동안 금기시되고 제한되어온 장애인의 성적 권리와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내용의 교육인데, 지난 10년 동안 진행되면서 안정적으로 자리잡으려고 할 때쯤 갑작스럽게 사업이 폐지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여가부의 성 인권 교육 폐지가 현 정부 들어 성평등 교육이 위축되고 있는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성평등’ ‘섹슈얼리티’ 용어를 삭제한 교육과정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또 보수단체들은 학생들이 이용하는 공공도서관에서 성평등·성교육과 관련한 책을 없앨 것을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습니다.
도성희 익산성폭력상담소·장애인성폭력상담소장은 “학생들은 성교육을 통해 누구든지 차별을 받으면 안 되고, 타인의 경계를 넘을 때는 적극적인 동의가 전제돼야 함을 배운다”며 “이는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본적인) 자질인데, 성교육 위축으로 민주사회의 근간이 흔들릴까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여가부는 “학교의 (교육) 요청이 있는 경우 (기존 여가부 사업인) ‘찾아가는 폭력예방교육’을 통해 지원하고, (전국에 있는) 청소년성문화센터에서도 (성 인권 교육을) 지원할 수 있도록 지침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
|
|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청문회 임박···시민사회, 반대여론 확산
판사 재직 당시 여성폭력 가해자의 형량을 ‘가해자의 젊은 나이’ 등을 이유로 감형해온 이력이 밝혀진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가 ‘여성인권 퇴보’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여성계는 이 후보자에 대한 “지명을 철회하라”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요구했습니다.
8월 30일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57개 여성단체는 “이 후보자는 그간 여성폭력 사건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형하고, 여성인권을 퇴보시키는 행보를 보여왔다”며 “(윤 대통령은) 대법원장 후보자의 이력을 면밀하게 검토하여 제대로 된 후보자를 다시 지명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앞서 이 후보자는 과거 여러 여성폭력 사건에 대해 원심 형량을 감형했던 이력이 드러나 성차별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21년 금전적 대가를 빌미로 아동을 유인해 학대·추행하고 성착취물을 제작한 가해 남성 A씨에게 원심 징역 3년 6개월보다 낮은 징역 3년을 선고했고, 2020년엔 12세의 피해 아동을 세 차례 성폭행하고 가학적인 성행위를 가한 가해 남성 B씨에게 원심 징역 10년을 깨고 징역 7년을 선고했습니다.
당시 이 후보자는 “범죄 전력이 없고, 범죄를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개선, 교화의 여지가 남아 있는 20대의 비교적 젊은 청년” 등을 감형 사유로 제시해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이 후보자는 이 같은 논란에 대해 “(과거 판결은) 신중한 고민 끝에 이루어진 결과물”이라는 답변을 내놓았지만, 단체들은 “해괴한 답변”이라며 “이 후보자는 성차별적 관점에서 이루어진 과거 판결을 반성하고 그에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여성계는 또한 ‘성범죄자들에겐 관대한 판결을 내린’ 이 후보자가, 반대로 성폭력·성차별 피해자들에게는 지나치게 엄격한 모습을 보였다며 “이균용 후보자의 대법원장 임명은 대한민국 입법, 사법, 행정 삼권에서의 성평등이 완전히 후퇴함을 의미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07년 스토킹 살해 피해 여성의 유족들이 ‘경찰의 조치가 미흡했다’며 제기한 국가배상금 청구소송도 원고 패소로 판결한 바 있습니다. 해당 사건은 경찰이 ‘계단에서 갑자기 여자가 살려달라 소리를 지르고 남자가 여자를 때리면서 끌고 들어갔다’라는 내용의 신고를 받아 출동하였으나, ‘범죄 정황이 없고, 안에 누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판단하여 현장 진입을 거부한 끝에 발생한 사건입니다.
판결에서 이 후보자는 “‘여자가 살려달라고 소리쳤다’라는 신고 내용만으로 살인사건이라거나 피해자의 생명에 급박한 위험이 닥쳤다는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경찰의 스토킹 미흡 대응을 옹호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후보자는 같은 해 남성회원에게만 총회 구성원 자격을 부여하던 서울기독교청년회(YMCA)의 여성 회원들이 ‘여성에게도 임원 선출권 등이 있는 총회 구성원 자격을 부여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는 “단체의 내부적 문제”라며 원고의 패소로 판결하기도 했습니다.
여성단체들은 “(당시 사건은) 명백한 성차별임에도 재판부는 해당 단체의 내부적 문제로 귀결시켜 여성인권 보장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외면했던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단체들은 “과거 재판 과정에서 성차별을 외면하고, 여성폭력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등 여성인권을 퇴행시키는 판결을 해온 이 후보자가 대법원의 수장이 된다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습니다.
관련하여 이 후보자는 개별 사건에 대한 판결은 ‘양형요인을 신중히 고려한 결과’일 뿐이라며 국민감정에 맞지 않는 판결이 잘못된 판결임은 아니라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았으나 여성계는 “그간 대법원은 2013년 아내 강간을 최초로 인정한 판결, 2018년 성폭력 사건의 판단에 있어 피해자가 처한 구체적인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판결 등 우리 사회가 직면했던 몇 가지 중요한 순간에 과거와는 다른 관점의 판결로 변화의 단초를 제공한 바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이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9월 19일과 20일 양일간 개최됩니다.
|
|
|
오거돈, 강제추행 피해자에게 5000만 원 배상 판결
부하직원 강제추행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아 수감 생활을 하고 있는 전 부산시장 오거돈이 피해자에게 피해보상금 5000만 원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9월 13일 부산지법 민사9부(신형철 부장판사)는 피해자가 오거돈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오거돈)가 원고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오거돈은 지난 2020년 4월 부산시장 재직 시절 직원을 강제추행하고 상해를 입힌 혐의(강제추행치상)로 기소돼 지난 2021년 6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 뒤 법정구속됐습니다. 지난해 2월 열린 2심도 “권력형 성폭력 범죄의 성격이 강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오거돈의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피해자는 오거돈의 강제추행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상해를 입었다며 손해배상금 30억 원을 지급하라고 민사소송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오 전 시장은 이 사건 불법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범행 죄질, 형사재판 경과, 지위 및 연령,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고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자료의 액수를 5000만 원으로 정했다”고 설명했습니다.
|
|
|
성폭행 유죄 안희정, 배상 책임은 부인
대법원에서 부하직원 성폭행 유죄가 확정된 전 충남지사 안희정 측에서 “민사소송에서 불법행위 여부를 다시 다투자”는 취지의 주장을 내놓았습니다. 피해자 김지은 씨는 형사 재판 대법원 확정판결 뒤 손해배상 소송을 3년째 이어가고 있는데 안희정 측에서 신체감정을 다시 할 것을 요구하는 등 재판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8월 25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2부(재판장 최욱진)는 김지은 씨가 안희정과 충청남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 세 번째 변론기일을 열었습니다. 김 씨는 안희정의 성폭행 피해와 수사·재판 과정에서 입은 2차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을 청구했는데 이날 안희정의 변호인은 “1차가해 행위를 부인하지 않지만 범죄가 되는지에 대해서는 다툴 필요가 있다”며 “형사사건에서 유죄가 나왔지만 그건 (손해배상 소송에서) 하나의 유력한 증거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대법원에서 이미 확정된 범죄 혐의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는다는 취지입니다.
또한 안희정의 부인이 지난 2019년 상고심 판결을 앞두고 “김 씨는 피해자가 아니다”라고 SNS에 글을 올리는 등 2차피해에 대해 안희정 측은 “안 전 지사는 당시 구속 중이었고 부인이 그런 글을 올렸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며 2차가해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재판은 지난 2021년 9월 17일 이후 2년 만에 열린 재판이었습니다. 김 씨는 지난 2019년 대법원의 확정판결 1년 뒤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는데, 이처럼 재판이 길어진 이유는 김 씨가 안희정의 성폭행으로 인해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 위해 신체감정을 받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김 씨는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각종 정신질환 진단 기록을 재판부에 증거로 채택해달라고 했지만, 안희정 측은 진단 기록만으로는 성폭행과 정신적 피해 사이의 인과가 입증되지 않는다며 신체감정을 주장했습니다. 재판부가 김 씨의 신체감정을 실시하기로 결정하면서 감정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재판이 중단됐습니다.
하지만 이날 재판에서 안희정 측은 신체감정 결과에 재차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변호인은 “신체감정의 결과를 보면, 그 이전에 받은 병원 진료기록이 반영되지 않은 걸로 보인다. 이 사건 이전에도 유사한 내용의 과거 경험이 있었고, 기왕증(과거 병력)이 있었는데 반영되지 않았다”며 신체감정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안희정이 확정된 혐의 자체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신체감정을 다시 받을 것을 요구하면서 재판은 더 길어질 전망입니다. 신체감정은 대학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전문의에게 받아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고, 감정을 요청해도 병원에서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입니다. 김 씨의 경우도 2021년 7월부터 모두 7곳의 병원에 감정을 신청했지만 한곳만 감정 요청을 받아들였습니다. 한 병원에 있는 3명의 전문의에게 감정을 요청했지만 모두 거절당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김 씨를 지원하는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한겨레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성범죄 피해자들이 형사판결을 받고 어렵게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는데, 진료 기록 등을 제출해도 피고가 신빙성을 따지고 또 무리하게 감정을 신청하면서 재판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다음 재판은 10월 27일에 열릴 예정입니다.
|
|
|
성추행 논란 고은 시집 판매 재개
과거 성추행 의혹으로 출간 당시 논란이 일며 공급이 중단됐던 시인 고은의 시집 ‘무의 노래’를 실천문학사가 최근 판매 재개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실천문학사는 올 1월 하순 출간 논란에 사과하며 “여론의 압력에 출판의 자유를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이 날 때까지” 도서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9월 12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인터넷서점 교보문고와 예스24는 “실천문학이 해당 책 공급 중단 의사를 1월에 전해왔고, 7월 말 공급을 재개한다고 알려왔다”고 밝혔습니다. 윤한룡 실천문학사 대표는 계간지 ‘실천문학’ 봄여름호(147호)에 게재한 글 ‘출판과 언론의 자유 충돌과 공존의 길’을 통해 “‘출판의 자유’와 본 출판사에 ‘악의적인 세력’에 대한 투쟁의 길”을 표명하며 “본사는 늘 소외된 분들의 편일 수밖에 없고, 세상사에 소외인들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테니 우리의 길도 끝이 없으리라 본다. …만일 고은 선생님께서 하루아침에 (노벨문학상 수상 등으로) 비 소외인이 돼 스포트라이트의 중심에 서는 날이 온다면 본사는 그곳이 아니라 다시 소수인의 곁으로 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썼습니다.
윤 대표는 아울러 처음 출간 사실을 보도한 인터넷 매체 등을 “기레기”라 비난하고, 실천문학 편집자문위원으로 사퇴 의사와 함께 고은 시인 및 출판사의 사과를 촉구했던 이승하 시인(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을 두고 “의인인가? 기회주의적 가해자인가?”라고 반문하기도 했습니다.
책 출간 사실이 알려진 올 초 대중들의 반발은 거셌습니다. 고은의 해명도 사과도 없는 복귀와 이를 가능하게 한 출판사를 비판하며 도서 불매 의사까지 제기됐습니다. 이러한 “세간의 여론에 부응하여” 도서 공급을 중단한다던 실천문학사는 “출판의 자유를 억압하는 병든 사회”라는 게재글의 소제목과 함께 지난 입장을 거둬들였습니다.
윤한룡 대표는 도서 공급 재개 여부 및 배경, 독자들에 대한 입장 등과 관련해 한겨레에 “시종일관 본사의 주장은 인간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허하라는 것”이라며 “누구든 죄인에게는 그 죄에 준하는 엄벌을 하되 그밖의 연좌제나 전과자 차별이나 표현의 자유 억압 등을 자행하는 것은 선진사회의 길이거나 정의가 아닐 뿐더러 불법”이라고 밝혔습니다.
교보문고와 예스24를 통해 판매된 고은의 ‘무의 노래’는 출간 이후 지난주까지 각 100권, 30권 미만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대담집 ‘고은과의 대화’는 10권 미만(예스24 경우)이며, ‘무의 노래’가 공급 재개된 이후 판매 부수는 두 곳에서 모두 10권이 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전국 1490개 도서관 데이터를 수집하는 국립중앙도서관의 ‘도서관 정보나루’를 확인한 결과, ‘무의 노래’는 출간 이후 9월12일 오전 현재까지 대출 건수 1건, ‘고은과의 대화’는 7건으로 집계됐습니다.
한편 인터넷 매체 더스쿠프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7월 26일 경기 양평 두물머리생태학교에서 고은이 참석한 가운데 그의 구순을 기리는 문집 헌정 행사가 열렸습니다. 행사 영상은 유튜브에도 업로드되었으며, 헌정문집 ‘그리움 너머 그가 있네’엔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 등 200명이 넘는 문인·예술인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
|
|
이번 호에서 준비한 콘텐츠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번 호 읽으신 소감을 나눠주실 분들은 하단 의견 폼에 적어주세요. 여러분의 의견이 뉴스 헐리버리를 더욱 풍성하게 만듭니다. 그리고 헐리버리 레터가 스팸메일함에 들어가지 않도록 허사이트 메일(hersight.pub@gmail.com
|
|
|
허사이트hersight.pub@gmail.com헐리버리는 her와 delivery를 합성한 조어로, 허사이트의 여성주의 뉴스 큐레이션 메일링입니다.수신거부 Unsubscribe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