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여성들의 안전 및 인권 관련 이슈들로 돌아온 5월 넷째 주 뉴스 헐리버리입니다. 이번 호에서 가장 먼저 전해드릴 소식은 ‘성차별’ 성비로 여성 지원자들을 무더기 탈락시킨 신한카드의 채용 부정 사건으로, 이로써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와 임원은 두 번째로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달에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끔찍한 폭력사건들이 줄지었는데요, 국내에서는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에서 5.18 진압에 투입된 계엄군의 집단 성폭행을 공식 확인한 소식, 더불어민주당 박성호 부천시의원의 국민의힘 여성 의원 성추행 소식, ‘가짜 미투’를 주장한 박진성 시인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 패소 소식, 고 장자연 씨의 전 소속사 대표인 김종승 전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위증죄 유죄 판결 소식, 만삭의 캄보디아인 아내 명의로 95억 상당의 보험에 가입한 뒤 아내를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남편이 보험사를 상대로 한 민사 소송에서 승소한 소식, 30대 남성이 데이트폭력 신고에 분노해 연인을 살해한 소식, 초등학교 교사가 고등학교 시절 저지른 집단 성폭행 사실이 인터넷에 고발되며 교육청으로부터 면직 처분을 받은 소식, 숙명여대 화장실에서 살인을 저지르겠다는 ‘살인 예고’ 글을 SNS에 올린 남성이 경찰에 검거되었다는 소식 등을 정리했습니다.
한편 해외에서는 트럼프 미 전직 대통령이 뉴욕 연방법원으로부터 27년 전 저지른 성추행에 대해 유죄를 인정받았는데, 트럼프가 그동안의 성범죄 관련 소송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은 처음입니다. 또한 스페인에서는 마드리드에서 열린 여성 달리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에게 주방기기 등의 상품을 수여해 성편견에 대한 비판을 받았고, 마드리드오픈은 성차별적 경기 진행과 볼걸 노출 복장 논란, 우승자에게 전달한 생일 케이크 불평등 등으로 논란이 되었습니다.
헐리버리 TOPIC 편을 발행하면서는 남성의 폭력에 위협당하고 분노하는 피해자로서의 여성상에 매몰되지 않도록 의제에 대한 균형감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이처럼 여성 대상 폭력이 노도처럼 몰아치는 현실에선 어디를 바라보며 길을 찾아야 할지 그만 아득해지네요. 뉴스 헐리버리는 그럼에도 길을 찾고, 길을 잇고, 길을 넓히는 여성들의 소식으로 6월 둘째 주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윤단우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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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 채용 부정, ‘성차별’ 성비로 여성 지원자 무더기 탈락
신한카드가 신입사원을 뽑는 서류 심사에서 합격자 성비를 정해놓고 남성 지원자의 점수를 조작해 합격시키고 여성 지원자들을 대거 탈락시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신한카드는 2017년 9월 신입사원 공개채용 1차 서류전형 심사에서 여남 합격자 성비를 3대 7로 맞추기 위해 합격선에 미달된 남성 지원자의 점수를 인위적으로 올려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당시 디지털, 신사업·핀테크, 빅데이터, ICT 직무에 3720명이 지원했고 이 가운데 여성 지원자가 44%, 남성 지원자가 56%를 차지했습니다. 실제 합격자 381명 가운데 68%가 남성이었습니다. 검찰은 신한카드가 미리 정해둔 성비에 맞춰 남성 지원자의 점수만 임의로 올려 여성 지원자 92명이 부당하게 탈락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검찰은 신한카드 법인과 당시 인사팀장으로 채용에 관여한 A부사장을 지난해 10월 약식기소했고 지난 1월 정식공판에 회부되어 서울중앙지법(형사24단독 유동균 판사)에서 5월 4일 첫 공판이 열렸습니다. 신한카드와 A부사장은 첫 공판에서 혐의를 부인했고, 변호인은 "당시 성비 불균형이 극심해 남성을 더 채용할 필요가 있어 미리 정한 비율에 따라 1차 서류전형에서만 남녀를 달리 대우했다"며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남녀고용평등법에 금지된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신한금융그룹 계열사와 임원이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것은 이번이 두 번째입니다. 검찰은 2015~2016년 신입 행원 채용 당시 부정특혜·성비조작 등의 혐의로 2018년 9월에도 신한은행 법인과 임직원을 기소했고, 3년여의 법정다툼 끝에 2021년 대법원에서 성비조작(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는 증거불충분으로 무죄를, 업무방해 등 부정특혜 혐의는 일부를 유죄로 판단했습니다. 그 결과 임직원 5명은 벌금형 또는 징역형 집행유예가 확정됐습니다. 두 번째 공판은 다음 달 15일 속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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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진압 계엄군의 집단 성폭행 공식 확인
5.18민주화운동 당시 여성들이 계엄군에게 집단으로 성폭행을 당한 사실이 정부 차원의 조사로 공식 확인됐습니다. 지난 5월 7일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계엄군 성폭력 사건 총 51건을 조사 대상(직권조사 43건, 신청사건 8건)으로 해 현재 24건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다고 밝혔습니다. 조사 결과 전체 성폭행 피해자들 가운데 최소 2명은 여고생이었고, 병원에 입원했거나 관련 치료를 받은 피해자들은 7명이었다.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극단적 선택을 하거나 지역 정신병원을 전전하며 오랜 시간 입원 중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당시 여고생이었던 피해자 B씨는 1980년 5월 19일 다른 여성 2~3명과 함께 계엄군에게 체포되어 광주 남구 백운동 야산으로 끌려가 성폭행당했다고 밝혔고, 또 다른 여고생 피해자 C씨는 5월 19일 계엄군에게 납치돼 집단 성폭행을 당했고 이후 정신병원을 전전하다 1985년 분신해 목숨을 끊었다고 C씨의 유족이 진술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 D씨는 5월 20일 새벽 언니의 집에서 돌아오던 중 계엄군에게 성폭행당했고, 1982년부터 지역 정신병원에서 치료받다가 1988년부터 나주의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계엄군 주도의 성폭행은 은밀히 이뤄진 탓에 부대 이동 경로를 비롯해 개인별 이동 경로 파악, 내부 고발이 중요 단서로 지목되었는데요, 조사위 관계자는 "오랜 시간이 흐르고 범행이 은밀히 이뤄진 탓에 특정 가해자들이 범행을 대체로 부인하고 있다. 그 때문에 피해자 중심주의를 견지하며 조사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5.18 당시 벌어진 성폭행과 같은 반인도적 범죄 처벌 문제는 공소시효가 끝났더라도 엄히 다스릴 필요가 있어 대정부 권고안에 담을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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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박성호 부천시의원, 국민의힘 여성 의원 2명 성추행 후 탈당
더불어민주당 부천시의원들이 탈당한 박성호 시의원의 여성 동료 시의원 성추행 사건에 대해 공개 사과하며 박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습니다. 박성호 의원은 지난 5월 9일부터 11일까지 전남 진도·목포·순천 등에서 진행된 합동 의정 연수 과정에서 국민의힘 소속 여성의원 2명에게 부적절한 신체접촉과 성희롱 발언을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피해 의원들은 지난 19일 부천시의회 윤리위원회에 박 의원에 대한 징계 요구서를 제출하고, 22일 부천 원미경찰서에 박 의원을 각각 폭행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습니다. 여성 의원뿐 아니라 동행했던 여성 직원 2명도 피해를 당했습니다. 박 의원은 “당시 술을 많이 마셔 취했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의회 여직원에 대한 것도 마찬가지이다. 아직 CCTV 영상은 못봤다. 경찰 조사 결과 잘못한 행동이 있었다면 처벌을 받겠다”고 밝혔습니다. 박 의원은 22일 민주당 경기도당에 탈당계를 제출, 탈당 처리되었습니다.
박성호 의원의 공천과정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박 의원은 원래 경기도의원에 출마하기 위해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경기도당공천심사위원회에 도의원으로 공천 신청을 했으며, 면접 심사 또한 도의원으로 행해졌습니다. 당시 박성호 후보가 경기도의원에 출마한다면 황진희 현 도의원과 경선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갑자기 시의원 후보로 바뀌었을 뿐 아니라 경선을 하기도 전 <1-가>번으로 확정되었습니다. 시의원 3인을 뽑는 부천 신중동 선거구에서 <1-가>번은 당선 확정이나 다름없으며, 당시 신중동 선거구에는 박병권, 양정숙 부천시의원 등 모두 3명이 경쟁자로 있었지만 <1-가>번과 <1-나>번을 놓고 3명이 경선하는 것이 아니라 <1-가>번을 박성호 의원으로 확정한 뒤 <1-나>번 자리만을 놓고 경선을 벌여 박병권 의원이 탈락하고 양정숙 의원이 공천되었습니다. 해당 선거구는 5선의 설훈 의원이 지역위원장으로 있는 곳입니다.
민주당 부천시의원 14명은 24일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성호 의원의 동료 의원들을 상대로 행한 '폭언 및 성비위 사건'으로 큰 충격과 실망감을 드려 죄송하다"면서 "피해 당사자인 동료 의원과 시민 여러분께 고개숙여 깊이 사죄드린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민주당 시의원 일동은 성비위 행위에 대해 철저히 무관용 원칙을 견지하고 박성호 의원의 즉각적인 사퇴를 강력히 요구한다"고 덧붙인 뒤, "빠른 시일내 의원직 사퇴 요구에 응하지 않을 시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빠르게 실행하고 이와 같은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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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미투’ 주장 박진성 시인 항소심도 패소…배상금 3배
미성년 제자가 성희롱 피해를 공론화하자 ‘가짜 미투(Me Too·나도 고발한다)’로 몰아간 혐의를 받는 박진성 시인이 항소심에서 1심의 3배에 이르는 위자료를 선고받았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박 시인이 피해자를 성희롱했을 뿐만 아니라 2차 가해를 하고 명예도 훼손했다며 이같이 판결했습니다. 청주지법 민사항소2부(재판장 송인권)는 5월 4일 성희롱 피해자 E씨가 박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박 씨는 E씨에게 33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박 씨가 E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는 기각했습니다.
1심 재판부는 박 씨가 물어내야 할 손해배상액을 1100만 원으로 결정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성희롱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등을 모두 인정하면서 2200만 원을 더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항소심 재판부는 박 씨가 보낸 메시지는 E씨에게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인격권을 침해하는 위법한 행위”라면서 이를 허위라고 주장한 박 씨로 인해 “E씨가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
E씨 측 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10일 “통상 강간 피해에 대한 민사소송에서의 위자료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하며,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우리사회가 쉽게 ‘허위 미투’니 ‘가짜 미투의 희생자’니 하는 표현을 하며 던져온 의심들이 온당하고 합리적인지 돌아보는 이정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형사소송에서는 박 씨의 혐의가 인정돼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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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증 혐의’ 고 장자연 전 소속사 대표, 1심에서 유죄 판결
고(故) 장자연 씨 관련 재판에서 허위 증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장 씨의 생전 소속사 대표가 1심에서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습니다. 5월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0단독 강민호 부장판사는 위증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종승 전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 대표에 대해 이같이 판결했습니다.
김 씨는 이종걸 전 민주당 의원이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으로부터 고소돼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던 2012년 11월 법정에서 장자연 씨가 참석한 식사·술자리 등을 증언한 바 있습니다. 당시 김 씨는 "(2008년 10월) 내가 방정오 전 사장을 만난다고 하니 장 씨가 잠깐 왔다가 갔다"고 밝혔고, 검찰은 이 증언이 허위였다며 2019년 7월 김 씨를 기소했습니다.
장자연 씨의 권력형 성착취 사건을 재조사한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은 2019년 4월 김 씨에 대해 위증 혐의로 수사를 권고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으며, 검찰의 기소는 이 권고를 따른 것입니다. 2009년 수사 당시 검찰은 김 씨가 장자연 씨에게 접대를 강요한 혐의를 인정하지 않은 채 폭행과 협박 혐의로만 김 씨를 기소했고, 재판부는 김 씨의 폭행 혐의만을 유죄로 최종 인정했습니다. 조사단은 장자연 씨 사건을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씨가 장자연 씨에게 접대를 강요한 정황을 상세히 확보하였으나 공소시효가 7년인 위증죄를 제외하면, 강요나 성매매 알선 등의 혐의는 모두 공소시효가 완성되어 위증 혐의에 대해서만 수사 권고를 의결한 것입니다.
김 씨의 위증죄를 심리한 재판부는 "김 씨가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가 참석한다는 사실을 알고서 장 씨를 데리고 유흥주점에 간 사실, 당시 모임이 끝날 무렵까지 장 씨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며 당시 증언이 거짓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김 씨는 명예훼손 사건에서 '2007년 10월 초대를 받아 식당에 갔더니 평소 모르는 사이였던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전 사장 등과 식사하게 됐고, 이때 우연히 다른 용무로 식당에 들른 장씨가 여기에 합석했다', '장씨가 숨진 뒤에야 방용훈 전 사장이 누군지 알았다'는 취지로도 증언했습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서도 "김 씨가 참석자들을 모르면서 양해도 없이 우연히 만난 신인 연기자인 장 씨를 앉혀 식사하게 하고 적극적으로 소개까지 했다는 해명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며 위증죄를 인정했습니다. 재판부가 김 씨의 위증에 대해 선고한 징역 4월(집행유예 1년)은 검찰이 구형한 징역 8월보다 절반이나 감경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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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씨의 권력형 성착취 사건 타임라인. 김은지·김연희 기자, <장자연 문건의 ‘조선일보 방 사장’은 누구인가?>, 시사인 593호, 2019.01.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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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금 95억, ‘만삭 아내 살해 무죄’ 남편…보험사 상대 또 승소
만삭의 캄보디아인 아내를 교통사고로 위장해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가 무죄 판결을 받은 남편이 보험금 지급을 구하는 소송에서 승소했습니다.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이동원)는 지난달 19일 사건 당사자 F씨와 그의 딸이 새마을금고중앙회를 상대로 낸 2억1000만원 상당의 보험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를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습니다.
2014년 8월 F씨는 경부고속도로 천안IC 부근에서 승합차를 운전하다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는 사고를 냈고, 이 사고로 동승자였던 임신 7개월의 캄보디아인 아내 G씨가 사망했습니다. 검찰은 F씨가 2008년부터 2014년까지 아내를 피보험자로, 본인을 수익자로 하는 보험 25건에 가입한 점에 주목했습니다. F씨가 체결한 보험금은 원금만 95억원 수준으로, 일부 계약은 아내가 사망하기 두 달 전 F씨의 경제적 여건이 나빠졌을 때 체결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검찰은 이 같은 정황을 토대로 살인·보험금 청구 사기 등 혐의로 F씨를 기소했습니다.
1심은 간접증거만으로는 범행을 증명할 수 없다고 보고 무죄 판결을 내렸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사고 두 달 전 30억 원의 보험에 추가로 가입한 점 등을 보면 공소사실이 인정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습니다. 하지만 2017년 7월 대법원에서는 범행동기가 선명하지 못하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다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는 유죄로 인정해 금고 2년은 유지됐습니다.
이후 F씨는 보험사들을 상대로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을 시작했는데요, 형사사건에서 각급 법원의 판단이 크게 갈렸던 만큼 이후 제기된 민사소송에서도 판단이 갈리고 있습니다. F씨는 11건의 1심 재판 중 8건에 대해 승소 혹은 일부 승소 판단을 받았고, 이에 따라 F씨가 받을 수 있다고 인정받은 보험금만 57억 원 상당입니다. 그러나 지난달 처음으로 대법원이 이씨의 손을 들어주면서 아직 재판 중인 사건들도 대법원 판단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새로운 내용 등이 밝혀지지 않는 이상 같은 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내린 판결과 상반되는 결론을 내리기 어렵다는 예측이 지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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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폭력 신고에 분노해 연인 살해한 30대 남성, 보복살인 혐의 적용
데이트폭력으로 경찰 조사를 받은 남성이 조사 직후 자신을 신고한 여성을 살해했습니다. 30대 남성 H씨는 5월 26일 오전 7시 17분께 금천구의 한 지하상가 주차장에서 동거하던 40대 여성 J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긴급체포되었습니다.
H씨는 범행에 앞서 이날 오전 5시 40분경 J씨의 데이트폭력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았는데요, H씨는 조사를 받은 뒤 오전 6시 11분에, J씨는 이보다 한 시간가량 늦은 7시 7분에 경찰서를 나섰습니다. 경찰은 먼저 귀가한 H씨가 J씨의 신고행위에 분노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으며, J씨는 경찰 조사가 끝난 지 불과 10분 만에 범행을 당했습니다.
H씨는 범행 직후 의식이 없는 J씨를 렌터카 뒷좌석에 태우고 달아났다가 같은 날 오후 3시 30분경 경기도 파주시에서 붙잡혔습니다. 경찰은 오전 10시 41분 주차장에 핏자국이 있다는 상가 관리인의 신고를 받고 주변에 설치된 CCTV를 분석해 H씨를 용의자로 특정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CCTV상으로는 살해 당시 인근에 주민 2명이 있었지만 별도의 신고는 없었습니다.
데이트폭력 조사 당시 경찰은 H씨에 대한 범죄피해자 위험 등급을 실시했는데, ‘매우높음, 높음, 보통, 낮음, 없음’ 중 ‘낮음’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이 같은 위험 등급 평가에 대해 ‘낮음’으로 평가한 것이 문제 아니냐는 지적에 경찰 측은 "가정폭력에 해당하면 임시조처할 수 있는데 법률혼·사실혼 관계만 적용 범위"라며 "매뉴얼에 따른 판단으로는 사실혼도 아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동거 여부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J씨가 "결혼할 생각이 없고 헤어질 것이다", "연인 사이"고 진술한 점 △생활비를 같이 쓰지 않는 점 △H씨가 가끔 주거지에 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실혼 관계라고 볼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금천경찰서는 27일 오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습니다. 특가법상 보복살인은 최소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최소 징역 5년 이상인 살인죄보다 형이 더 무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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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장애인 집단 성폭행 전력 초등교사 ‘면직’ 결정
13년 전 집단 성폭행을 저지르고 현재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한다는 의혹이 불거진 교사 K씨의 면직이 결정됐습니다. 시작은 지난 5월 20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었습니다. 게시글은 13년 전 대전에서 발생한 집단 성폭행 사건 가해자들이 제대로 처벌받지 않았고, 이 가해자들이 현재 초등학교 교사나 소방관 등 공직에서 재직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해당 글의 작성자는 “가해자 16명은 범행을 저지르고도 어리다는 이유로,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피해자는 강한 처벌을 원했지만 피해자 아버지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사실상 무죄라고 볼 수 있는 소년보호처분을 받았다”며 “가해자들은 명문대에 합격해 잘 살고 있고, 이 중 몇몇은 초등학교 담임교사, 소방관 등 공직에서 일하며 완벽한 신분 세탁을 했다”며 “소년에게 갱생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취지는 이해한다. 그동안은 침묵해왔지만 적어도 미성년 장애인을 16명이 성폭행한 사람이 초등학교 교사, 소방관이 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게시글에 언급된 사건은 13년 전인 2010년 대전지역 고교생 16명이 인터넷 채팅을 통해 알게 된 지적장애 3급 여중생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사건으로, 당시 가해 학생 16명은 소년법에 따라 소년부 송치돼 보호처분(1년간의 보호관찰, 교화교육 40시간)을 받았습니다. 성범죄 전력에도 불구하고 초등학교 교사 임용이 가능했던 것은 보호처분이 형사처분이 아니라서 전과로 남지 않고 범죄경력 자료에도 기록되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에 경기도교육청은 25일 K씨에 대한 면직을 결정하고 이를 학부모들에게 문자로 고지했습니다. 학교 관계자는 "K교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의혹이 제기된 후 학생수업과 교육활동에서 배제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교사 임용에 대해 더 철저한 검증과 보완장치가 마련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K씨는 과거 자신이 저지른 범죄행위가 언론에 보도된 직후 병가를 내고 학교에 나오지 않다 면직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씨에 대한 면직은 30일자로 적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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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숙명여대 화장실서 ‘살인 예고’ 글 올린 남성 검거
숙명여자대학교 화장실에서 살인을 저지르겠다는 내용의 게시글을 SNS에 올린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5월 21일 새벽 SNS에 “낮 12시 숙명여대 여자화장실에 들어가서 막무가내 살인을 하겠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는데, 글쓴이는 “예절 교육을 해주겠다”며 2016년 벌어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도 언급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 용산경찰서 소속 경찰들은 학교 내부와 주변을 수색했고,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경찰은 23일 SNS 글을 올린 남성의 신병을 확보해, 남성의 거주지 관할인 송파경찰서에서 수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다만 경찰이 현장을 수색하는 과정에서 지나가던 재학생에게 “여자 화장실에 사람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며 경찰의 대응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출동한 경찰 3명은 총 3명의 학생에게 이와 같은 요청을 했으며, 문밖에서 학생이 화장실 내부를 확인하고 나올 때까지 대기하다 별다른 설명 없이 고맙다고 인사한 뒤 현장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부탁을 받은 학생 중 한 명은 “제가 복도를 지나가고 있었는데 경찰 세 분께서 여자 화장실에 사람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하셔서 몰카 같은 거 확인해 달라는 말씀이신 줄 알았다”며, 얼마 뒤 친구로부터 ‘살인 예고 글이 올라와 경찰이 출동했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정말 큰일 날 뻔한 일이었는데 왜 저한테 그런 일을 시키시는지 많이 당황스러웠다”고 심경을 전했습니다. 이에 용산경찰서는 “남경이 여자 화장실에 들어가면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어 부득이 대처했다”고 해명하며 여경을 동원하지 않은 이유에는 “휴일 집회가 많았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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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 전직 대통령, 뉴욕 연방법원에서 성추행 유죄 평결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에게 뉴욕 남부연방지방법원이 여성 작가에 대한 성추행 및 명예훼손 혐의로 500만 달러(한화 약 66억 원)를 배상하라고 평결했습니다. 트럼프는 그동안 10여 건의 성폭력 관련 소송을 당한 바 있지만 법원에서 혐의가 인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패션잡지 <엘르>의 칼럼니스트였던 작가 E. 진 캐럴은 2019년 회고록을 출간해 1996년 뉴욕 맨해튼의 백화점 탈의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성폭행을 했다고 폭로했습니다. 이에 트럼프는 “회고록 판매를 노린 조작된 이야기”라고 주장하며 “그녀는 내 타입이 아니다”라는 등의 발언으로 대응했는데요, 이에 캐럴은 명예훼손과 폭행에 대한 민사소송을 차례로 제기해 사건을 법정으로 가져갔습니다. 캐럴의 성폭력 피해는 27년 전에 일어난 사건으로 공소시효가 만료되었지만 뉴욕주가 지난해 11월 공소시효가 지난 성범죄도 1년 간 한시적으로 고발할 수 있도록 한 성인생존자법을 통과시켜 법정 싸움이 가능했습니다.
5월 9일(현지시간) 남성 6명, 여성 3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캐럴이 제기한 성폭행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성추행과 폭행은 있었다고 판단하고, 성폭력과 폭행 관련 피해보상금 200만 달러와 징벌적 배상금 2만 달러, 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피해보상금 270만 달러와 징벌적 배상금 28만 달러를 합해 트럼프가 캐럴에게 500만 달러를 배상할 것을 평결했습니다.
캐럴은 평결이 내려진 이후 발표한 성명에서 “나는 내 이름을 회복하고 내 삶을 되찾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다. 오늘 전 세계가 진실을 알게 됐다. 이번 승리는 나만이 아니라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이들에 의해 고통받고 있는 모든 여성을 위한 승리”라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평결 직후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를 통해 “나는 이 여성이 누구인지 전혀 모른다”며 “역사상 가장 위대한 마녀사냥의 연속”이라고 주장했고, 항소할 의사를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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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여성 달리기 대회, 주방기기 상품에 ‘성차별’ 뭇매
스페인에서 열린 여성 달리기 대회에서 상품으로 수여한 주방기기와 체중감량용 식품이 '성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주최 측이 공식 사과했습니다. 5월 10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 등에 따르면 최근 마드리드에서 열린 여성 달리기 대회 '카레라 데 라 무헤르'의 주최 측은 올해 대회 우승자에게 푸드 프로세서(식재료 자르기, 갈기, 다지기 등 여러 기능을 가진 조리기구)를, 다른 입상자에게는 무지방 식품을 부상으로 수여했습니다.
이를 두고 앙헬라 로드리게스 팜 평등부 차관이 '성차별'이라고 지적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는데요, 팜 차관은 트위터에 이번 대회 상품을 두고 "우승하면 주부이고 (우승을) 못 하더라도 살은 빠질 것"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마드리드 시의회 의원 알레한드라 하신토도 "여성에게 주는 선물이 집안일과 관련돼 있다는 것은 성차별이며 공공정책은 여성이 주로 집안일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동조했습니다.
올해로 19회째를 맞이한 이 달리기 대회는 유방암 환자와 가정폭력 피해 여성 등을 지원하는 기금 모금을 위해 매년 개최되는 자선 행사로, 스페인 '어머니 날'인 5월 7일 마드리드에서 열렸으며 3만2천여 명이 경주에 참여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주최 측은 트위터를 통해 성명을 내고 사과했지만 '편향된 시각', '기분이 상했다면 사과한다' 등의 표현으로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겼습니다. 대회 후원자 중 하나가 푸드 프로세서를 경품으로 기증했다면서 이를 상품으로 준 것이 "여성 스포츠와 영양 습관과 관련한 건강한 가치를 드높인다는 대회 취지와 일치한다고 봤다"고 해명한 데 이어 "편향적인 시각에서 볼 때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어떤 여성이든 불쾌함을 느꼈다면 사과한다"며 "어찌 됐든 우리는 비판을 받아들이며 기분이 상한 이들에게 사과하고 논란이 재발하지 않도록 조처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영국 대중지 데일리메일은 주최 측의 사과 성명에도 이번 사건은 최근 마드리드 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남녀 선수의 '생일 케이크' 논란과 맞물려 스페인 스포츠계의 성차별 문제를 다시 부각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생일 케이크 논란은 다음 기사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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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드리드오픈, 생일 케이크 불평등·볼걸 노출 복장 논란
테니스 무투아 마드리드오픈에서 아리나 사발렌카(벨라루스, 세계랭킹 2위)와 카를로스 알카라스(스페인, 세계랭킹 2위)가 각각 단식 경기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둘은 지난 5월 5일(현지시간) 나란히 생일을 맞이했는데요, 마드리드오픈 조직위원회가 둘에게 선물한 생일 케이크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5월 5일은 사발렌카의 25세 생일, 알카라스에게는 20세 생일이 되는 날로, 조직위는 사발렌카와 알카라스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케이크를 마련했는데, 사발렌카에게는 1단짜리 작은 케이크를, 알카라스에게는 3단짜리 큰 케이크를 전달했습니다.
5월 6일 사발렌카의 동료 선수인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 세계랭킹 17위)는 SNS에 리트윗한 케이크 사진을 소개하며 문제를 제기했고, 이는 9일 USA투데이에 의해 기사화되었습니다. 아자렌카는 두 장의 사진을 나란히 올리면서 “정말 똑같은 대우”라고 꼬집었고, 비앙카 안드레스쿠(캐나다, 세계랭킹 27위)는 “공평하지 않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이번 마드리드오픈은 이 외에도 성차별적 경기 진행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시상식에서의 수상소감이 대표적입니다. 복식 경기에 출전한 빅토리아 아자렌카(벨라루스)-베아트리스 하다드 마이아(브라질)조는 코코 가우프-제시카 페굴라(이상 미국)조를 꺾고 우승했으나, 네 선수 모두 경기 이후 시상식에서 소감을 말할 기회를 받지 못했습니다. 시상식에서는 우승자와 준우승자가 단상 위에서 소감 및 소회를 밝히는 게 일반적이지만, 여자 복식에 앞서 열린 남자 복식의 모든 결선 진출자들이 시상식에서 연설할 시간이 주어진 것과 대비되는 양상입니다.
이외에도 경기 진행을 위해 코트에 배치되는 볼걸들의 의상도 문제가 됐습니다. 센터코트에서 열린 남성 경기에 투입된 볼걸들의 치마가 너무 짧고, 크롭탑을 입는 등 노출이 지나치게 부각되는 모습이었던 겁니다. 다른 코트에 배정된 볼보이와 볼걸들은 헐렁한 폴로셔츠와 길이가 긴 반바지를 입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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