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5월 둘째 주 헐리버리는 인물 관련 소식으로 인사드립니다. 우선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영수 할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입니다. 양영수 할머니는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대법원에서 상고심 계류 중이었고, 판결이 늦어짐에 따라 끝내 배상을 받지 못한 채 돌아가시게 되었습니다. 양영수 할머니의 안타까운 소식을 제외하면 이번 호는 클래식음악과 스포츠 분야의 여성들 소식입니다.
클래식에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오페라단 김은선 음악감독이 내년 4월 베를린필 객원지휘자로 초빙되어 아시아 여성 최초로 문턱 높은 베를린필 포디엄에 오르게 되었고요, 플루티스트 박예람 씨는 한국인 최초로 벨기에 라 모네 왕립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수석 단원으로 입단하게 되었습니다. 대전시립교향악단은 신임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여자경 지휘자를 위촉했습니다.
스포츠에서의 성취도 괄목할 만합니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수원에서 열린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전승 우승으로 2부 리그 승격 티켓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고, 대표팀 골키퍼 허은비 선수는 대회에서 보여준 눈부신 선방 행진을 바탕으로 MBN 여성스포츠대상에서 4월 최우수선수로 선정되었습니다. ‘포스트 장미란’으로 기대를 받고 있는 역도 국가대표 박혜정 선수는 진주에서 열린 아시아역도선수권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2위를 차지했습니다. 헐리버리는 앞으로도 길을 만들고 넓히며 나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로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디터 윤단우 드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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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영수 할머니, 노환으로 별세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영수 할머니가 5월 11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1929년 광주에서 태어난 양영수 할머니는 1944년 광주대성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 동원되었는데요, 생전의 증언에 따르면 양 할머니는 초등학교 졸업 후 6학년 담임을 맡았던 일본인 교사에게서 "일본에 가면 돈도 벌고 공부도 공짜로 할 수 있다. 좋은 학교도 갈수 있다"며 일본행을 권유받았으나 일본에서의 생활은 외출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감옥살이나 다름없었고,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습니다. 양영수 할머니는 2014년 2월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항소심 공판에 원고로 참여해 2018년 12월 광주고등법원으로부터 양 할머니를 포함한 원고들에게 각각 1억 원의 위자료 배상 판결을 받았지만 미쓰비시 측의 상고로 지금까지 대법원에 상고심이 계류 중입니다. 대법원 판결이 늦어지면서 양 할머니는 끝내 배상을 받지 못한 채 별세했습니다. 유족으로는 1녀가 있으며, 장지는 대구 명복공원에 마련되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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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김은선, 내년 4월 아시아 여성 최초로 베를린필 지휘
미국 샌프란시스코오페라단(SFO)의 김은선 음악감독이 내년 4월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처음 호흡을 맞춥니다. 베를린 필하모닉은 5월 9일 홈페이지를 통해 내년 4월 18일부터 20일까지의 공연에 김은선 지휘자가 객원지휘를 맡게 된다고 공지했습니다. 1882년 창단된 베를린필은 창단 100주년을 맞이한 1982년이 되어서야 처음 여성 단원을 받아들였고, 올해 2월 처음으로 여성 악장을 선임할 정도로 여성에게 배타적인 단체입니다. 여성 지휘자가 객원으로 포디엄에 오른 적은 있지만 아직까지 여성 상임지휘자는 나오지 않고 있으며, 드물게 포디엄에 오른 여성 지휘자는 모두 백인이었습니다. 김은선 지휘자는 아시아 여성으로는 최초로 베를린필 지휘를 맡으며 다시 한번 ‘여성 최초’의 기록을 쓰게 되었습니다. 김 지휘자는 2010년 이사벨 여왕 2세 때 창립된 유서 깊은 스페인 마드리드 왕립오페라극장에서 여성 최초로 지휘봉을 잡은 데 이어 2019년에는 여성 지휘자 최초로 SFO 음악감독으로 발탁돼 2021년부터 SFO를 이끌고 있습니다. SFO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이어 북미에서 두 번째로 큰 오페라단으로 100년 역사를 통틀어 여성 음악감독은 김은선 지휘자가 처음입니다. 김은선 지휘자는 내년 4월 공연에서 쇤베르크의 모노드라마 ‘기대’와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3번을 들려줄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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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티스트 박예람, 한국인 최초로 벨기에 라 모네 왕립 심포니 수석 입단
플루티스트 박예람 씨가 한국인 최초로 벨기에 라 모네 왕립 심포니 오케스트라 수석 단원 공채 오디션에서 최종 합격했습니다. 라 모네 왕립 심포니는 베기에를 대표하는 라 모네 오페라하우스의 상주음악단체로 1772년 창단되어 200년이 넘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입니다. 박예람 씨는 12세에 프랑스 생모 음악원에 입학해 14세에 음악 디플롬을 수석 졸업했고, 파리 음악원 최고수준 디플롬을 수석 졸업한 뒤 파리 국립 고등음악원의 학사 및 석사 과정을 수석으로 입학·졸업했습니다. 클래식 플루티스트로는 아시아인 최초로 최고연주자 과정을 졸업했으며, 프랑스 국립 아비뇽 오케스트라에 외국인 최초로 종신 수석 플루티스트로 입단했습니다. 현재 모교인 프랑스 생모 음악원에서 교수로 후학을 양성하고 있는 박예람 씨는 오는 9월부터 라 모네 왕립 심포니 수석 단원으로 활동을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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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여자경, 대전시립교향악단 신임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위촉
대전시는 지난 4월 26일 대전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여자경 지휘자를 위촉했습니다. 여자경 신임 예술감독은 한양대 작곡과와 지휘과를 졸업한 뒤 빈 국립음악대학에서 지휘학 석사 및 음악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단국대 음악대학 겸임교수,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 예술감독 등을 역임하며 빈 라디오 심포니, 프랑스 브장송 시립오케스트라, 리옹 오케스트라, KBS교향악단, 서울시립교향악단 등을 객원지휘했고, 2020년에는 클래식음악 잡지 <객석>이 선정한 '세계의 파워 여성 지휘자 16인'에 든 바 있습니다. 대전시 관계자는 "여자경 예술감독은 국내에 몇 안 되는 여성 지휘자(마에스트라)이며 그중 가장 기대되는 지휘자로 많은 교향악단을 지휘한 풍부한 경험이 있다"며 "대전시립교향악단의 공연 수준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습니다. 여자경 예술감독의 임기는 5월 1일부터 2년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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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5전 전승으로 세계선수권 첫 2부 승격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이 사상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2부 리그 승격 티켓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김도윤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지난 4월 23일 경기도 수원시 광교복합체육센터 아이스링크에서 열린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 1 그룹 B(3부 리그) 카자흐스탄 전에서 2-1로 승리했습니다. 한국 대표팀은 안방에서 열린 이번 대회에서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폴란드, 슬로베니아, 영국, 카자흐스탄까지 모조리 꺾으며 5전 전승(4승 1연장승), 승점 14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우승팀에만 주어지는 2부 리그(디비전 1 그룹 A) 승격 티켓을 따낸 한국은 내년부터 한 단계 높은 무대에서 경쟁하게 됩니다.
아이스하키계 안팎에서는 한국의 이번 세계선수권 우승이 기적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대학 팀은커녕 중고등학교 팀조차 하나도 없고 실업팀이라고 해봐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유산인 수원시청 단 하나뿐인 열악한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이기 떄문입니다.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평창 올림픽을 1년 앞둔 2017년이 되어서야 처음으로 3부 리그로 승격했고, 평창 올림픽이 끝난 뒤 2018년과 2019년 대회 모두 준우승으로 마감하며 2부 승격은 이루지 못했습니다. 대표팀은 세계선수권을 준비하면서도 상대할 여자팀이 없다 보니 남자 중학생들과 대결하며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했습니다. 대표팀을 이끄는 김도윤 감독은 “2부리그 팀들은 확실히 차원이 다르다. 잔류가 매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는데요, 내년 4월에 열리는 대회에서 최하위에 그치면 다시 3부 리그로 내려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23명의 엔트리 가운데 15명이 2000년대 이후에 태어난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은 큰 대회 우승을 통해 얻은 자신감으로 2부 리그에서의 생존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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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수문장 허은비, MBN 여성스포츠대상 4월 MVP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골키퍼 허은비(20·코네티컷대) 선수가 2023 MBN 여성스포츠대상 4월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습니다. 허은비 선수는 A매치 데뷔 무대였던 2023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여자 세계선수권대회 디비전 1 그룹 B(3부 리그) 경기에서 상대 슈팅 125개 가운데 무려 119개를 막아내며 대표팀이 5전 전승을 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습니다. 그 결과 허은비 선수는 여자배구 도로공사의 우승을 이끈 박정아 선수, 여자배구 최초 리베로 신인상을 받은 최효서 선수, 여자체조 전국선수권대회 4관왕 신솔이 선수, 양궁 국대 선발전 1위 임시현 선수 등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2023 MBN 여성스포츠대상의 4월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MBN 여성스포츠대상은 여성 스포츠 활성화와 대한민국 여성 스포츠인을 격려하기 위해 2012년 제정된 상으로, 심사위원회는 "고등학교 팀도, 대학교 팀도 하나 없는 우리나라 여자 아이스하키가 사상 처음으로 세계대회 2부리그 승격을 이뤄낸 것은 놀라운 일이다. 실업팀 역시 수원시청 하나뿐인 한국 여자아이스하키의 현실에서, 매우 큰 역할을 했다"고 선정 배경을 밝혔습니다. 허은비 선수는 “대표팀 모두를 대신해서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음 대회에서는 더 좋은 실력과 성적으로 보답하겠다”는 소감과 함께 “우승하고 시상식이 끝난 뒤에 곧바로 선수들과 내년 세계선수권에서 꼭 잔류하자고 다짐했다. 체력 체격 기술 다 부족하지만 감독님 지휘 하에 더 나은 팀이 될 것”이라고 의지를 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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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장미란’ 역도 박혜정 역도 최중량급 합계 295㎏ 한국新, 亞선수권 2위
‘포스트 장미란’으로 기대를 받고 있는 역도 국가대표 박혜정 선수가 여자 87㎏ 이상급 합계 한국 기록을 세우며 2023 진주아시아역도선수권대회 2위에 올랐습니다. 박혜정 선수는 5월 13일 진주체육관에서 열린 대회 여자 87㎏ 이상급 경기에서 인상 127㎏, 용상 168㎏, 합계 295㎏을 드는 데 성공했는데요, 인상 1∼3차 시기, 용상 1∼3차 시기를 모두 성공하는 ‘클린 시트’를 작성하며 고교 2학년이던 2021년 작성한 자신의 종전 합계 최고 290㎏을 5㎏ 넘어섰습니다.
국제역도연맹(IWF)은 2018년 11월 열린 세계역도선수권대회부터 새로운 체급 체계를 만들고 세계기준기록을 발표해 왔는데요, 대한역도연맹도 이에 따라 한국기준기록표를 작성하고 한국 여자 87㎏이상급 합계 기록을 295㎏으로 정했습니다. 박혜정 선수의 이날 기록은 IWF가 체급을 재편한 뒤 처음 나온 여자 최중량급 합계 한국 기록입니다.
여자 최중량급 기준이 체중 75㎏ 이상일 때 장미란 전 선수는 합계 326㎏을 든 바 있지만, IWF가 체급을 개편하면서 장미란 선수가 세운 한국기록은 ‘과거 기록’으로 묶이게 되었습니다. 이후 5년 가까이 기준 기록으로 남았던 여자 최중량급 한국 기록에 박혜정 선수가 도달하며 박 선수는 합계와 인상에서 은메달 2개, 용상에서 동메달 1개를 수확했습니다. 합계 기록으로만 시상하는 올림픽, 아시안게임과 달리 아시아역도선수권은 인상, 용상, 합계 3개 부문에서 모두 메달을 수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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